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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is – Tasty – Virgin, 2003

 

 

비트와 소울 = 넵튠스와 켈리스

켈리스(Kelis)는 16살에 가출한 후 예술 학교에 들어갔고 이듬해 교내에서 친구들과 R&B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였다. 이 그룹은 금방 해체되었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우-탕 클랜(Wu-Tang Clan)의 르자(RZA)가 계획한 공연에서 백업 싱어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 넵튠스(The Neptunes)와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는데 그 인연은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과 팀벌랜드(Timbaland)의 인연만큼이나 질기고 두터운 것이어서 1999년 데뷔 이래 여전한 연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시 엘리엇이 팀벌랜드와의 관계에서 한 치의 ‘꿀림’도 없는 대등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기실 켈리스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소포모어 앨범인 [Wanderland]에서부터는 곡 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이번 앨범에 와서는 참여진도 넵튠스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해졌다.

그렇다고 이러한 시도가 넵튠스와 헤어지려는 액션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켈리스가 넵튠스 외에 다른 프로듀서들과 공동으로 작업한 곡들에는 넵튠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가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설정하는 데 있어 넵튠스의 도움이 골조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그녀의 역량을 과소평가 하게 할 만큼 충분한 근거를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그녀는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이나 앙드레3000(Andre3000), 라파엘 사딕(Raphael Sadiqq) 등이 포진한 이번 음반에서 ‘전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이름을 올렸고 ‘비트’라는 주제로 ‘다양함’과 ‘통일성’을 일궈냈다. 그녀는 자라고 있다. 10대 게토 흑인 소녀가 거목 프로듀서의 패밀리로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지만, 독립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 와서 보니 이는 오히려 그녀를 평가절하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똑같이 넵튠스의 비트를 쓰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를 보라. 그녀는 항상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하며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비트가 가득 담긴 앨범을 발표해 왔다. 그 주인공이 브리트니가 아닌 누구여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앨범 또한 비즈니스의 산물이라는 평가 이상을 받지 못했던 것뿐이지 그녀의 음반에 새겨진 비트는 언제나 충분히 흥미로웠다. [Tasty]의 첫 싱글인 ‘Milkshake’의 (눈을 뗄 수 없도록 자극적이지만 재미있지는 않은) 뮤직 비디오만 봐도 알 수 있듯 켈리스는 스타 시스템에 반하는 인물이 아니며 그녀는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브리트니가 이미 기획된 스타 시스템 안에 운 좋게 안착했다면, 켈리스는 실력을 키워 스타가 되려 하고 있다. 넵튠스는 브리트니에게 “I’m a Slave 4 U”로 날개를 달아 주었고, 켈리스에게는 다년간 앨범 작업을 함께 하며 날개 만드는 비법을 알려 주었다.

박자를 절며 훵키(funky)하게 흘러가는 “Trick Me”는 무척이나 흥겹고, “Milkshake”에서 냉랭한 기운을 뿜는 보컬이 목소리 톤을 구절 구절에 맞게 변화시키면서도 절도 있게 박자를 타는 모습은 의외로 꽤나 섹시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기타 사운드와 강하게 내려치는 드럼의 조화가 아주 인상적인 “Keep It Down”을 지나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찍어대는 비트와 약간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컨셉의 보컬이 잘 어우러지는 “Protect My Heart”에 도달하면 이후 “Glow”부터는 초반 곡들에 비해 그루브가 강조된 소울 넘버들로 채워져 있다.

넵튠스의 팬들에게는 후반부의 곡들이 다소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군더더기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녀의 보컬 스타일은 과장된 창법을 좋아하는 청자들에게는 밋밋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후반부처럼 비트와 소울이 범벅된 스타일의 곡들이 그녀에게 ‘네오 소울 주자’라는 이름을 달아 준 원동력이 되었다. 사실 넵튠스의 카리스마에 그녀가 묻힌다는 인상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보컬은 넵튠스의 힘이 넘치는 비트와 어설피 싸우거나 대결하기보다는 험난한 바다 위를 서핑(surfing)하듯 유유히 흘러간다.

넵튠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앨범이 많이 팔리지 않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첫 앨범 [Kaleidoscope]는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주목을 받았고 [Wanderland]는 소속사인 버진(Virgin)의 사정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만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켈리스가 대중에게도 그녀만의 (무난한 것 같으나 알고 보면 자극적인) 특별한 매력을 온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걸 바라는 그녀라면 더욱 잘 된 일이 아닌가. 20040119 | 홍마녀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Intro
2. Trick Me
3. Milkshake
4. Keep It Down
5. In Public
6. Flashback
7. Protect My Heart
8. Millionaire
9. Glow
10. Sugar Honey Iced Tea
11. Attention
12. Rolling Through the Hood
13. Stick Up
14. Marat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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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여자 소울 프로젝트 (2) – vol.4/no.7 [20020301]

관련 사이트
Kelis 공식 사이트
http://www.kelis.com
http://www.kelis.co.uk
Kelis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kelisfan/index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