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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ng – Sacred Love – A&M/Universal, 2003

 

 

여전한 변화, 고통없는 사랑

내 기억이 맞다면, 1996년의 내한공연에서 스팅(Sting)은 그의 하드보일드한 히트곡 “Shape Of My Heart”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폴리스(Police) 이후 스팅의 최고작은 [Ten Summoner’s Tales](1993)이다. [Brand New Day](1999) 이후 4년만에 발매된 그의 신보 앞에서 드는 생각은 이 두 가지다. 전자는 신보에 실린 “Shape Of My Heart”의 라이브 버전 탓이다. 후자는 약간 복잡하다.

[Ten Summoner’s Tales]는 소위 ‘고급스런 팝’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솔로 데뷔 시절부터 차근차근 다듬어온 ‘스팅 클리셰’ ― 재즈의 영향을 받은 화성과 깔끔한 편곡, 각 트랙의 음을 또렷이 살리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게 조율하는 프로듀싱, 정확한 음정을 슬쩍 비켜 가는 허스키한 보컬, 싱코페이션 리듬과 음의 낙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곡, 월드 뮤직의 은은한 향취 ― 는 초서(Geoffrey Chaucer)가 팝 뮤지션이었다면 썼을 법한, 신념과 구원에 관한 풍자적인 가사를 촉매로 하여 그의 음악인생 최고의 음반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Mercury Falling](1996)과 [Brand New Day]는 잘 만든 음반이었지만 밀랍인형처럼 생기가 없었다. 이 두 음반에서 스팅은 앞선 음반들의 장점들을 노련하게 조합하는 것으로 ‘고상한 엔터테이너’라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따라서 그의 신보가 자신의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그것은 주로 ‘동시대적 감각’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통해 드러난다. 플라멩꼬 기타 연주와 중동풍 선율의 연이은 배치라는, 스팅 식 월드 뮤직의 활용이 주 테마가 되는 “Send Your Love”를 실질적으로 꾸미는 것은 가벼운 질감의 하우스 리듬과 다채로운 전자음이다. BT가 손을 댄 “Never Coming Home”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탭댄스를 닮은 재빠른 비트를 타고 거리낌없이 움직이는 그의 보컬은 가끔씩 느낄 수 있는 가쁜 호흡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게 들린다. 아마 그 숨가쁨은 현 트렌드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는 데서 나오는 가쁨이기도 할 것이다. 전형적인 트랜스로 탈바꿈한 “Send Your Love”의 리믹스 버전에서 보코더 처리된 스팅의 보컬을 듣는 것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다.

그러나 모험은 여기까지다. 보노(Bono)와 더불어 신실하고 정의로운 팝 스타의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지션인 스팅은 9·11 앞에서 추상적인 인류애(“Send Your Love”)와 종교적인 사랑(“Dead Man’s Rope”), 원론적인 반전 메시지(“This War”)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 듯 하다. 그의 선한 의도를 의심할 생각은 없다. 최근의 뮤지션 중 스팅보다 더 열렬히 자선 콘서트와 기획 음반에 참여해 온 뮤지션의 이름을 얼마나 댈 수 있는가? 의심스러운 것은 언제나 선한 의도가 아니라 선한 의도의 의도일 것이다.

모험이 줄어든 만큼 음악은 평화로와졌다. 고상한 엔터테이너로서의 그는 20여 년에 이르는 음악 생활을 통해 스토킹에 가까운 치명적 사랑을 신실한 추모를 거쳐 숭고한 박애주의로 승화시켰다. 다시 말하면, “Every Breath You Take”가 “I’ll Be Missing You”를 거쳐 도달한 지점이 “Whenever I Say Your Name”인 것이다. 앤디 서머즈의 날카로운 기타 배킹이 퍼프 대디의 물렁한 비트 메이킹으로 바뀌고, 그 변화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소울풀한 보컬과 멀리서 은은하게 들리는 웅장한 혼성 합창으로 마무리된다.

그래, 그의 노래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이 음반이 ‘성스러운 사랑’이라는 제목과 안 어울릴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이 음반은 성스러움이 고통의 얼굴을 가진다는 사실을 사랑의 이름으로 감추고 있을 뿐이다. ‘스팅 클리셰’는 여전히 고급스럽고 무난하게 잘 만든 어덜트 컨템퍼러리 팝의 수준 높은 성과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감동의 유효기간이 날이 갈수록 짧아진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외양은 똑같거나 더욱 화려해지되, 그 안에 있는 무언가는 조금씩 비어간다. 그러나 그 공허함이 다시 한 번 그가 찾아와서 이번에야말로 “Shape Of My Heart”를 불러주기를 바라는 소망보다 크진 않다. 20031226 | 최민우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Inside
2. Send Your Love
3. Whenever I Say Your Name
4. Dead Man’s Rope
5. Never Coming Home
6. Stolen Car (Take Me Dancing)
7. Forget About the Future
8. This War
9. The Book of My Life
10. Sacred Love
11. Send Your Love (Remix)
12. Shape Of My Heart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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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ng [Brand New Day] 리뷰 – vol.1/no.5 [19991016]

관련 사이트
Sting 공식 사이트
http://www.s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