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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s – Chutes Too Narrow – Sub Pop, 2003

 

 

진부한 팝송에 덧칠된 현란한 변칙어법

해외에서 호평을 받거나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밴드들 가운데 국내에서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경우는 흔하게 보아온 현상이며 인디 록 진영으로 가면 사례는 더욱 풍부해진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자면 아직까지 본토에 비해 부족한 정보력과 빈약한 록 팬 층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테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면 나름대로 가려들을 줄 아는 우리 음악 광들의 예민한 감각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도 저도 아닌 중립적인 시각을 대변한다면 그저 취향의 차이라는 뻔한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뉴 멕시코주 출신의 인디 팝 밴드 신즈(The Shins)의 부상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Chutes Too Narrow]는 만점을 갖다 바친 [Alternative Press]를 비롯해 해외 평단으로부터 거의 예외 없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별로 거론되지 않고 있으며 어디에 가도 수입되어 있는 음반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이 앨범에 관심이 높은 국내 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인디 팝 장르 자체가 식상해져 가고 있는 배경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감히 말해 신즈와 같은 연주 스타일과 사운드 톤은 분명 국내 취향이 아니다. 이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변칙적 사운드 작법을 통해 1960년대 팝송과 같은 복고적인 선율을 미끈하게 정제하는 듯한 이들 음악의 생경함에 기인하는 것이지 싶다.

사실 신즈는 199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관록의 밴드이다. 애초에는 작곡과 보컬,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제임스 머서(James Mercer)가 이끈 밴드인 플레이크(Flake)의 프로젝트 밴드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데뷔 앨범 [Oh, Inverted World](2001)는 전반적으로 백인 취향의 포크 스타일에 보컬 하모니를 얹는 방식을 구사했는데,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는 정겨운 포크 송 “New Slang”이나 “The Past And Pending” 등의 소박한 곡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한편, “Caring Is Creepy”, “Your Algebra” 등에서는 이들의 음악을 그저 단순한 복고풍 팝송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하는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접근법이 감지되었다.

신작 [Chutes Too Narrow]에는 전작의 다소 현학적인 변칙어법이 더욱 심화되어 있다. 먼저 제임스 머서의 보컬은 가볍고 정교한 실험적 연주로 유명했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Yes)의 리드 보컬 존 앤더슨(Jon Anderson)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맑고 쾌활하다. 그리고 기타 라인은 어쿠스틱 기타와 쟁글거리는 소프트 터치의 일렉트릭 기타를 중심으로 하는데, 로-파이라는 말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는 정제되어 있고 고급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사운드 패턴은 지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인디 록을 구사하는 빌트 투 스필(Built To Spill)과 같은 밴드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빌트 투 스필과 머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의 앨범을 제작했던 지성파 프로듀서인 필 에크(Phil Ek)가 프로듀싱을 맡은 덕분에 [Chutes Too Narrow]는 세련된 편곡과 고급스런 사운드 톤이 부각되는 앨범이 될 수 있었던 듯 하다.

빠른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에 이어 제임스 머서의 갑작스런 샤우팅과 함께 깔끔하게 디스토션을 먹은 기타 연주로 진행되는 “Kissing the Lipless”는 현란한 구성미를 뽐내고 있으며, “Mine’s Not a High Horse”는 속도감 있는 어쿠스틱 기타 백킹과 화려한 키보드 연주 사이에 빚어지는 화성상의 긴장이 절묘한 곡이다. 이후의 트랙들은 더욱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는데, 화려하면서도 변칙적인 화성운용이 부각되는 “Saint Simon”의 경우 발랄한 건반 연주와 보컬 하모니를 비틀즈 풍으로 이끌어가다 스트링 연주와 함께 변조된 후 스탠더드한 복고풍 팝송처럼 살랑거리는 코러스로 끝을 맺고 있다. 이밖에 큐어(The Cure)식의 쟁글 팝 “Fighting In a Sack”, 흥겨운 소프트 로큰롤 넘버 “Turn a Square”, 슬라이드 기타와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가 호흡하는 컨트리 록 “Gone for Good”, 단조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앨범의 경쾌한 무드를 가라앉히는 포크 송 “Those to Come”까지 화려하게 잘 만든 앨범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틀즈(The Beatles)의 하모니, 큐어(The Cure)의 쾌활한 리듬, 포크와 컨트리 록의 질박함, 프로그레시브 록의 현란함까지 기성의 패턴들을 혼성포섭하는 이 앨범의 구성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또 화려한 화성 변조와 의도적인 반전은 지나치게 현란하고, 다소 역설적인 말이지만 빈번한 화성상의 반전 자체도 상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앨범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호평은 안정된 미국 취향의 사운드 톤과 이런 진부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늘어놓은 고급스런 연주기교와 화성운용이 평론가들의 입맛에 맞아떨어진 결과이지만, 한국적 취향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국지적 수용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평가는 보편타당한 것이 되기 어렵다.

더불어 신즈와 비교할만한 출중한 작품이 포착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인디 팝 장르 자체의 진부화 경향을 같이 지적하고 싶다. 올해 들어 발표된 이스트 리버 파이프(East River Pipe), 파운틴즈 오브 웨인(Fountains Of Wayne), 레이디버그 트랜지스터(Ladybug Transistor), 위트(Wheat) 등 인디 팝 밴드들의 신보는 인디 팝의 전성기인 1990년대 말에 비해 음악적 자극과 참신성을 잃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인디 팝이 신즈의 이번 앨범이 대변하듯 멋 부린 백인 취향의 미끈한 팝송으로 고착되어 가는 것이라면 ‘인디’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데 점점 더 동의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20031214 | 장육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Kissing the Lipless
2. Mine’s Not a High Horse
3. So Says I
4. Young Pilgrim
5. Saint Simon
6. Fighting In a Sack
7. Pink Bullets
8. Turn a Square
9. Gone for Good
10. Those to Come

관련 사이트
The Shins 공식 사이트
http://www.darkcoupon.com
Sub Pop Records의 The Shins 페이지
http://www.subpop.com/bands/sh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