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Extended Play)란 엄밀히 따지면 녹음 매체의 재생시간과 관련된 기술적인 용어다. 그렇게 치면 지금은 비디오 녹화 포맷을 가리킬 때나 쓰이는 SP (Standard Play)나, 흔히 12인치 비닐로 된 ‘앨범’과 동의어로 취급되는 LP (Long Play)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LP = 앨범’이라는 문화적 공식이 통용되듯 ‘EP = 미니 앨범’ 혹은 ‘싱글과 앨범 사이의 어중간한 그 무언가’라는 관념은 대다수의 음반 소비자들에게 암암리에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략 40여분 남짓의 용량을 갖는 33(과 1/3) 회전의 12인치 비닐 음반이 ‘앨범’으로 불리게 된 것은 사실 그 이전에 음반의 재료로 쓰였던 셸랙(shellac) 덕분이다. 비닐과는 달리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쉽게 깨져버리곤 하던 셸랙 음반은 78회전 10인치 크기로 만들어졌고, 음반사에서는 한 면당 한 곡 씩 담은 서너 장의 셸랙 음반들을 파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진 앨범 같은 바인더에 한데 묶어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관습적으로 붙게 된 이 ‘앨범’이라는 명칭은 변천에 변천을 거듭해온 음반 제작 (및 포장) 기술의 역사와는 분리되어, 거창하게 말하면 일종의 예술 형식으로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그러나 앨범이란 형식이 음반 제작 기술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것으로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반대로 앞서 말했다시피 비닐 음반의 시대에는 비교적 정확한 상응관계가 있었다. 예컨대 LP = 33회전 12인치, 싱글 = 44회전 7인치 하는 식으로. EP는 이런 시대에도 일종의 양다리를 걸쳤던 셈인데, 12인치가 나오기 전 LP용으로 쓰였던 10인치 디스크를 44회전으로 만들어 시간은 좀 짧지만 음질은 더 나은 EP를 만들거나, 아니면 싱글용 7인치에 33회전으로 홈을 더 좁게 파서 음질은 떨어지지만 한 면에 몇 곡을 집어넣은 EP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예술 형식과 기술적 포맷 사이의 다소 모호한 관계는 CD의 도래, 나아가 물리적 매체의 중요성이 점점 퇴색하는 디지털 음악자료의 시대에 이르면 더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음반을 뒤집거나 갈아 끼우는 수고 없이 한 방에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해졌다는 74분의 CD 재생시간은 대중음악 앨범의 평균 길이를 늘여놓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과거 비닐 음반 시대라면 당당히 LP에 실려 앨범으로 인정받았을 법한 30분 남짓의 작품을 오늘날 CD에 그대로 담아 앨범으로 정가에 팔려고 한다면, 요즘 소비자들로부터 불평이나 듣지 않는 게 다행일 것이다. 따라서 과거 비닐 음반 시대의 앨범을 CD로 재발매하는 데 보너스 트랙을 끼워 넣는 것은 기본 상식처럼 되었고, 새로 만들어지는 음반의 경우 40분이 채 안 되는 것은 정규 ‘LP = 앨범’이라기보다는 일종의 EP로 취급하는 일이 상례가 된 듯하다. 물론 대부분의 EP들은 좀처럼 30분대를 넘어서지 않기에 경계선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오늘날의 좀 긴 EP들은 리믹스 한 곡, 또는 라이브 버전 하나 정도 집어넣으면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과거 LP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EP가 EP인 까닭은 상품 형태 및 예술 형식으로서 재생시간의 물리적 길이로 환원되지 않는 경제적, 문화적 결정요인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생산자인 음악인의 입장에서 EP는 완결된 작품으로서의 앨범도 아니고, 몇몇 곡을 상업적으로 밀기 위해 풀어놓는 싱글도 아닌, 다목적인 활용이 가능한 틈새 포맷이다.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음악인들에게는 이미 발표한 앨범에 들어가지 못하고 남아도는 곡들을 재활용하는 데도 유용하고, 진행 중인 미발표 앨범 작업을 맛뵈기로 보여주고 반응을 타진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아직 변변한 인디 레이블과도 손잡지 못한 무명 밴드들에게, 집에서 CD로 찍어낸 EP는 매직으로 제목을 휘갈겨 쓴 카세트 ‘데모 테이프’보다는 훨씬 그럴듯한 대안이 된다. 동네나 학교 라디오 방송국에 갖다 줄 때도 좀더 폼나 보일 테고, 공연장에서 출연료 (그런 게 없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외에도 짭짤한 부수익을 올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수익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요즘 미국 인디판에서는 이른바 ‘투어 EP’를 만들어 순회공연을 돌 때 파는 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정착된 된 듯하다.

좀 더 거창하게 사고를 확장해 본다면, 이런 저렴하고 기동성 있는 형식의 활용은 음악 생산 기술의 발전 및 저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틈새를 노리는, 말하자면 아래로부터의 ‘유연 전문화'(flexible specialization) 시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20세기 대형 음반사들로 특징지어지는 소품종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음악산업 체제가 기술 발전의 여파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그런 시도는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다. 물론 이게 그 자체로 당장 대량생산된 음악의 대안이 될 리는 없겠지만, 최소한 전에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소수집단의 다변화된 음악이 좀 더 효과적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소수집단 중에는 [weiv]가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 음악인들도 포함된다. 이제 소개할 세 장의 EP는 조금씩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세 아시아계 밴드가 각자 활로를 열기 위해 내놓은 노력의 최근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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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e Operations, [Phase 1] 표지

[weiv]를 매일 게시판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읽어온 독자라면 혹 카이트 오퍼레이션즈(Kite Operations)라는 이름을 기억할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weiv] 게시판에 ‘뉴욕에서 인디 록을 한다’는 광고의 글을 올렸던 바로 그 밴드다. 알고 보니 이들은 이전에 쎄슬라(Theselah)란 이름으로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조셉(Joseph: 보컬, 기타)과 남(Nam: 드럼)이라는 두 명의 김(Kim)씨, 그리고 데이비드(David: 기타, 보컬)와 피터(Peter: 베이스)라는 두 명의 양(Yang)씨로 구성된 쎄슬라는, 4트랙 홈 레코딩이라는 앙상한 로파이(lo-fi) 환경 속에서 본인들의 표현에 따르면 ‘싸이키델릭 노이즈 록’을 추구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이들의 음악을 평할 때 쓰인 슬로코어, 슈게이징, 드론 기타 등등의 용어가 시사하듯, 쎄슬라는 세기말-세기초 전환기 인디 록의 요모조모를 잘 따다 모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마도 이런 스타일에 가장 근접한 용어는 소위 ‘이모코어'(emocore), 혹은 간단히 ‘이모’겠지만, “Kill Emo”라는 제목의 노래도 있는 걸로 보아 그렇게 얼기설기 꿰맨 듯한 장르로 분류되는 데 불만이 꽤나 쌓였던 모양이다.

개인적 사정으로 말미암아 피터와 남이 떠나고, 올해 초 새 멤버로 록음악을 해 본 경험은 없지만 고전음악 베이스를 연마했다는 강지훈(Jie Whoon Kang)과 하드 록을 좋아한다는 드러머 신성식(Sung Shin)을 받아들임으로써 쎄슬라는 카이트 오퍼레이션즈로 거듭났다. 밴드 이름은 바뀌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K.O.A. 레코드라는 자체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고, 뉴욕 시 근방의 클럽들에서 가끔씩 공연하면서 쎄슬라 시절의 곡들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8월에 무려(?!) 50장 한정판으로 찍은 데뷔 EP 또한 이전 음반들과 마찬가지로 4트랙 홈 레코딩으로 만들어졌다. 표지의 흑백 만화 그림은 멤버 전원이 아시아계인 밴드의 인상에 걸맞게 다분히 ‘동양적’인 터치를 보여준다. ‘연날리기 작전’이란 밴드 이름의 뜻풀이는 기회가 닿는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한국 역사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군사작전의 도구로 연을 활용한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을, 미국사를 좀 아는 사람은 번개가 전기 현상임을 입증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Franklin’s Kite)을 떠올릴 만도 하지만, 음악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중국 초한지(楚漢志)에 나오는 유명한 사면초가(四面楚歌) 전술이 가장 그럴듯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한나라의 모사 한신(韓信)이 밤을 틈타 적진 위로 연을 띄우고, 거기에서 퉁소의 달인인 장량(張良)으로 하여금 초나라 병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곡을 불게 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Kite Operations, “Taking The Hard Way”

장량의 퉁소만큼 애처롭지는 않겠지만, 음반을 걸면 들려오는 첫 곡 “Taking The Hard Way”의 보컬은 나름의 짙은 멜랑콜리를 머금고 있다. 그 목소리에 실려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한 고백적인 감수성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재보면서(measure) 한다’는 가사와 묘하게 엇갈리고, 마치 어쿠스틱 기타처럼 연주되는 잔잔한 스트러밍의 전기 기타 사운드가 배경에 깔리면서 분위기를 잡아준다. 이어지는 곡은 단 두 개의 코드로 이루어진 “Holding Heaven And Holding Earth”인데, 기타가 연주하는 섬세한 모티브(motive)는 아주 여린 아르페지오로 시작해서 점차 반복, 강조, 고조되면서 결국 근육질의 스트로크로 발전하고, ‘Tonight, we fight / Tonight, we fight’라는 단순하고 따라 부르기 좋은 코러스는 분위기만 잘 타면 송가(anthem) 구실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첫 선을 보이는 밴드치고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 하겠다.

그 외에도 미끄러져 내리는 하와이안 기타 풍의 연주가 나른한 보컬과 조화를 이루는 “Dronk”나 가벼운 멜로디의 “Save Your Tongue”는, 발라드의 부드러움을 노이즈로 삐걱대는 기타와 적절히 조화시키는 작곡 및 연주 실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드러낸다. 이런 음악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4트랙 홈 레코딩 자가 제작은 의도적인 로파이 미학의 추구라기보다는 무명 밴드로서 처해있는 주요 한계이자 걸림돌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도 좀 이름 있는 인디 레이블과 계약이 이뤄진다면 음반의 홍보, 배포, 판매와 같은 상업적인 측면의 지원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좀 더 나은 녹음 및 제작 여건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건 분명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 자그마한 도약조차도 재능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어쨌든 한 사람에게라도 더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건 물론이지만, 결국에는 세상만사가 그렇듯 ‘운’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이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하면서, 형편이 조금 더 나은 경우를 찾아 대륙을 가로질러 캐나다의 서해안에 위치한 밴쿠버로 발길을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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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rthday Machine, [Direction And Destination] 표지

버쓰데이 머신(The Birthday Machine) 또한 기억력 좋은 [weiv] 애독자에게 아주 생소한 이름만은 아닐 텐데, 작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 합동 공연 관람기에서 이미 한번 소개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이들이 갖고 있던 것은 매스터링을 거치지 않은 데모에 불과했지만, 올들어 그 중 네 곡을 추려 7인치 비닐 EP로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음반을 제작한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TQR&R (Top Quality Rock & Roll)이라는 군소 레이블이지만, 배포는 그 유명한 K 레코드가 맡고 있어서 인디 음악 시장의 유통망은 그런 대로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앞서 다룬 카이트 오퍼레이션즈에 비한다면 이미 한 걸음 크게 떼놓은 셈인데, 그도 그럴 것이 버쓰데이 머신의 주축인 미코 호프만(Miko Hoffman)은 K 레코드를 통해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해서 호평을 얻은 바 있는 캐나다의 여성 인디 밴드 게이즈(Gaze) 출신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버쓰데이 머신의 사운드를 특징짓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미코 호프만의 보컬이다. 밴드의 이름과 같은 제목을 지닌 첫 곡에서 키보드가 오래된 풍금 소리를 배경에 깔아주면, 마치 새로 산 스웨터를 입었을 때처럼 약간 까슬까슬한 느낌을 전해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들을수록 은근한 매력을 더한다. 그런데 우연이라고 하기엔 과할 정도로 이들은 코리아 걸(Korea Girl)과 닮은꼴이다. 호프만의 기타와 보컬은 마치 엘리자베쓰 이(Elizabeth Yi)를 듣는 듯하고, 이에 더해진 남성 기타/보컬, 여성 베이스, 남성 드러머의 4인조 편성은 코리아 걸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이다. 앨범을 내고 제대로 한번 활동해 보기도 전에 파국을 맞은 코리아 걸이 못다한 원을 이루기 위해 환생이라도 한 것일까. 그렇게 치면 토빈 모리(Tobin Mori)의 역할을 해야 할 스테판 우델(Stefan Udell)이 사실 다른 밴드에서 잠시 ‘빌려온’ 인물이고, 그의 보컬이 등장하는 “Victory Chords”가 호프만이 보컬을 맡은 곡들에 비해 질이 확연히 떨어지는 걸로 봐서 ‘환생설’은 아무래도 지나친 상상이다. 부디 이들은 코리아 걸처럼 앨범 녹음 도중에 깨지거나 하는 불상사 없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랄 뿐.

The Birthday Machine, “Direction And Destination”

마지막으로 작년의 데뷔 앨범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weiv]에서도 리뷰된 바 있는 플러스/마이너스(+/-)의 EP [Holding Patterns]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임스 발루유트(James Baluyut)는 뉴욕이 자랑해온 인디 밴드 버서스(Versus)를 이끌었던 필리핀계 발루유트 형제의 막내이다. 앞서 소개한 두 밴드들에 비해 지명도가 한층 높은 데다 이미 성공적인 앨범 데뷔를 한 플러스/마이너스의 EP는, ‘재활용’과 ‘맛뵈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이라는 심증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인터넷의 음지에서 ‘악명’을 날리는 소위 mp3 ‘릴리즈 그룹'(release group)들 중 하나인 너스(NuHS: Nutritional Hearing Supplement)에 의해 배포된 정체불명의 플러스/마이너스 ‘앨범’ [Songs To Learn]인데, 여기에는 [Holding Patterns]의 첫 곡 “I’ve Been Lost”가 살짝 바뀐 버전으로 데뷔 LP의 수록곡들 및 다른 미발표 곡들과 섞여 있다. 다른 한편 맛뵈기라는 혐의는 EP의 두 번째 곡 “Trapped Under Ice Floes”가 11월 내로 발매될 예정인 두 번째 LP [You Are Here]의 트랙리스트에 등장함으로써 굳어진다. 사실 두 LP 사이의 간격이 햇수로 따지면 한 해밖에 안 벌어져 있으니까, 그 틈에 껴있는 EP가 다리 구실을 해 주는 것도 자연스럽다.

+/-, “I’ve Been Lost”

“I’ve Been Lost”는 이들의 첫 앨범을 듣고 다소 맥빠진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놀람 교향곡’ 같은데, 나긋한 보컬과 해맑은 기타의 전형적인 사운드에 꾸벅꾸벅 졸다가 갑작스레 볼륨을 높이며 튀어나오는 드럼과 기타의 소리다발이 잠을 펄쩍 깰 만한 돌발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곡이다. “Trapped Under Ice Floes” 또한 업템포의 비교적 무거운 사운드로 ‘우리도 얼마든지 로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만 같다. 그래도 역시 이들의 독특한 사운드는 “Far Into The Fields” 같은 곡에서 잘 드러나는데, 어쿠스틱 기타와 중후한 피아노의 터치, 겹겹이 층지어진 팔세토(falsetto)의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목가적인 발라드에 이상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조미료처럼 첨가된 자잘한 드럼비트와 노이즈 샘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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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lding Patterns] 표지

버서스의 ‘기타 팝’을 기타-랩탑-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플러스/마이너스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타 중심의 실험적 록음악을 추구하는 프롬 모뉴먼트 투 매시스(From Monument To Masses)와 더불어 21세기 미국 인디 록의 첨단을 개척하는 대표적인 아시아계 밴드로 꼽을 만하다. 인종적 정체성을 얼마만큼 자각하고 고민하는가의 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이미 상당한 수의 아시아계 음악인들이 미국 인디 록계의 이 구석 저 구석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백인, 흑인, 라티노 인종집단과는 달리 고유의 현대적 대중음악 형식을 갖고 있지 않은 아시아계 청소년들은 록과 힙합으로 대별되는 ‘타인종’의 지배적인 문화양식에 편입 및 동화되어야 하는 실정인데, 거기에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창조적 주체로서 발돋움하는 데는 넘어야 할 만만찮은 인종적 장벽이 있게 마련이다. 최소한 인디 록이라는 시장에서 그 한 고비는 넘은 것일까. 위에 언급한 밴드들을 포함하여 지금 활동 중인 이들이 얼마만큼 틈새를 잘 파고들면서 저변을 넓혀주는가에 달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20031122 | 김필호 [email protected]

관련 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의 활로 찾기: ‘Directions In Sound’ 공연 후기 – vol.4/no.9 [20020501]
+/- [Self-titled Long Playing Debut Album] 리뷰 – vol.5/no.2 [20030116]

관련 사이트
카이트 오퍼레이션즈 홈페이지
http://www.kiteoperations.com
버쓰데이 머신 사이트
http://www.topqualityrockandroll.com/birthday_machine.htm
플러스/마이너스 홈페이지
http://plusmi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