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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노이즈(Astronoise) – Live : SCUM in Seoul vol.4 – 벌룬 앤 니들, 2003

 

 

D.I.Y. : Astro-Source or Myth

(별점 포인트: 의미없음)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는, 담배 파이프를 그려놓고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파이프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리라 여겼을까, 아니면 파이프가 맞다고 주장하리라 바랬을지. 혹은 자신이 결정되길 의도한 것인가. 순간, 이것을 목도(目睹)한 여(余)는, ‘기억’에 남고 싶었으리라.

그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저 ‘기억’을 지워야 한다. 그래서 여(余)는, 역행하기 시작했다. 단어를 의심하고 타인을 거부하며 결정론의 추억을 되짚어갔다. 이는 퇴행도 아니면서 진보도 아닌, 그렇다고 그 무엇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한가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면서 혼돈에 빠진 여(余). 과연 저것은 파이프인가, 아닌가. 의지대로 움직인다면서 그것이 자신의 의지인가, 아닌가.

한번 결정된 형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번 단정된 의미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가령 부패한 국회라는 집단의 낙인은, 그 실상을 모르는 초등아해에게까지 국회는 부패했다고 지껄이게 만든다. 무엇이 어떻게 부패되었는지 모르는 ‘논스톱’ 대학생들도 막무가내로 국회는 부패집단이라고 떠들게 만든다. 이때에 그것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는 필요하다. 이러기 위해서는 다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가짓수를 꺼내는 편이 낫다. 마그리트가 피터 클라스(Pieter Claesz)의 정물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어설픈 담배 파이프를 그려놓은 것이나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명시했을 때, 비로소 안정된 체계는 흔들린다.

이런 점으로, 아스트로노이즈는 모방에서 시작되는 창작이 아닌, 창작에서 출발하여 모방으로의 귀환을 도모하면서 음악의 정의를 흔들기 위한 시도를 준비한다. 음악이라고 하면서 잡음으로만 점철되어 소리로서 들리는 것과 파이프를 그렸으되 파이프가 아니라고 적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스스로의 역행. 즉, 이 소음들, 산발적인 노이즈로서 병렬적으로 퍼지는 거친 소환은, 병렬적 구조가 확장으로 명명되면서 자연음을 배제한 인공음이 주변을 무시하고 타인의 존재를 삭제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어떤 ‘소리’와도 융합하기 쉬워져 지나가는 차 소리, 고장난 오디오의 미세한 잡음,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받아들여 마치 <아키라 Akira>(1988)의 데쓰오처럼 되어 버린다. 이는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Discreet Music”(1975) 속지에 쓰여진 내용, 병원에 입원한 이노는 오디오의 볼륨소리를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누워있었지만 그 덕택에 작은 음악소리가 주변음과 어울려서 새롭게 들렸다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 되려 앰비언트의 근원에 가까이 다가선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증명으로서 다음의 두 가지 실험에 착수하게되니, 먼저 이들의 음악을 거꾸로 들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밴드 퉁구스카(Band Tunguska)라는 그룹에게 부탁해 본 바, 첫 번째 실험은 예상대로 음향의 파동 차이만 있을 뿐 느낌에 있어서는 다를 바 없었다. 파이프이면서 파이프가 아닌 것, 사운드와 의미와 재현으로서 진실과 거짓이 사라져버린것. 두 번째 실험은 여기에 몇가지 음원을 첨가하여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보기. 단, 사용되는 모든 음원을 거꾸로 돌린다는 단서. 그리고 이 실험의 결과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원(源) 소스와는 사뭇 다른 음악이 만들어지니, 이른바 아스트로노이즈를 이용한 D.I.Y. 로서, 결정된 형식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재현이다.

따라서 이번 아스트로노이즈의 음악은 흐르는 기표가 각기 다른 기의에 도달되는 과정을 선동함으로서, 다분히 고착화된 이데올로기를 제시하는 한편으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기 위한 적확한 설정으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신화를 완성하려한다. 그렇지만, 물론, 그것은, 개인마다 ‘비장’의 조리법이 있어야만 의미가 성립할 것이다. 혹은 집요한 의구심이거나. 20031114 | 이주신 [email protected]

* 밴드 퉁구스카(Band Tunguska)가 사용한 음원은 다음과 같다.
1. Astronoise, Live : SCUM is Seoul Vol.4 (2003), Plan 1, reverse
2. Aphex Twin, Selected Ambient Works, Vol. 2 (1994), Circles, reverse
3. The Grateful Dead, Infrared Roses (1991), Crowd Sculpture, reverse
4. Zero 7, Simple Things (2001), Polaris, reverse
5. Bulldog Mansion, Debut EP (2000), 피터팬, reverse
6. 차 소리, 드럼 비트, 그밖에 간단한 샘플링

수록곡
01. Plan 1 (N.A.L.P. _ Tunguska Mix)
02. Plan 2
03. Plan 3

관련 사이트
Balloon And Needle 홈페이지
http://www.balloonnneedle.com
SCUM in Seoul 홈페이지
http://myhome.naver.com/scuminseoul
SCUM in Seoul 4회 공연 스케치
http://user.chollian.net/~deleted/report04/report0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