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05124454-coral

Coral – Magic And Medicine – Deltasonic, 2003

 

 

고색창연한 팝송의 여전한 힘

코럴(The Coral)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 [The Coral](2002)은 상당히 촌스러운 음반이었다. 물론 말 뜻 그대로의 ‘촌스러움’은 아니다. 이 음반은 ([weiv]에 있는 [The Coral] 리뷰를 슬쩍 빌려오자면) “영국 포크, 그리스 민속음악, 코사크 무곡, 웨스턴, 스카, 블루스, 스윙재즈, 사이키델릭,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 터틀스(The Turtles) 등, 남들이 좀처럼 손대지 않는 음악들을 끌어들여 록 음악의 범위를 확장한” 음반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대중과 평단은 곧 이들을 ‘차세대 거물’의 위치에 올려놓게 되었고, 1년여의 시간 뒤에 발매된 정규 2집 음반 [Magic And Medicine](2003)은 영국차트 1위로 데뷔하며 그간의 밴드에 대한 기대가 부풀려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그런데 [Magic And Medicine]을 듣고 나면 조금 당황스럽다. 사운드는 한결 사려 깊고 성숙해졌으며 제임스 스켈리(James Skelly)의 보컬은 여전히 23이라는 나이가 의심스러운 소리를 들려주고 있지만,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촌스럽다. 그런데 [The Coral]의 ‘촌스러움’이 록의 변방(혹은 변방도 되지 못하는)에서 취한 음악적 재료들을 다루었기 때문이라면, [Magic And Medicine]의 ‘촌스러움’은 수록곡 자체의 ‘고색창연’함에 기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코럴이 택한 방식은 데뷔작의 수많은 음악적 소스들로부터 싸이키델릭과 포크/컨트리 사운드를 부각시키며, 그 위로 매혹적인 팝의 훅(hook)을 얹는 것이다. 그 외의 다양한 요소들은 폐기되거나 그 잔재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형태로 축소되었다.

음반을 통해 가장 부각되는 것은 마치 도어스(The Doors)를 연상시키는 사이키델릭의 무드(mood)이다. 다만 코럴의 음악이 본격적인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이는 코럴의 사운드가 도어스처럼 즉흥적이고 공격적인 구조를 만들지 않(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제임스 스켈리의 보컬이 짐 모리슨(Jim Morrison)과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않(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Magic And Medicine]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분출되기보다는 곡의 구조 안으로 침잠하는 양상을 띈다. 이는 컨트리 음악의 푸근함을 기저에 깐 작곡 방식에 근거를 둘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성적인’ 사운드는 그 위에 얹히는 아름다운 선율과 절묘한 결합을 이룬다. 이러한 점은 “In The Forest”나 “Secret Kiss”, “Milkwood Blue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Magic And Medicine]에서 특히 부각되는 점이라면, 음반 전체를 수놓는 공들인 1960~70년대 미국 록 풍의 기타 사운드라 할 것이다. (첫 싱글)”Don’t Think You’re The First”나 “Bill McCai”의 뭉툭하게 절그럭대는 몽환적인 연주부터 “Liezah”, “Eskimo Lament”, “All Of Our Love”의 황량한 느낌의 포크(folk) 사운드와 “Careless Hands”의 중동음계까지,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은 제임스 스켈리와 빌 라이더 존스(Bill Ryder Jones), 리 사우덜(Lee Southall)의 트리플 기타 체제이다. 이들의 연주는 기타 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음반이 완전무결하다고는 할 수 없다. 가끔씩 너무 맥이 빠져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이다. 이는 송라이팅이 전작에 비해 평이하고 내성적으로 변한 점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하지만 [Magic And Medicine]이 들려주는 잘 정돈된 보편적인 감동과, 유행을 따르지 않는 (1960~70년대의 미국 음악에 대한 향수를 동반하는) 사운드 조합을 통해 드러나는 밴드의 ‘우직함’이 주는 ‘신선함’은 이런 점들을 사소한 결점으로 만들어버린다. 무엇보다도 이 정도의 훅을 만들어내는 밴드에게 [The Coral] 같은 독창성을 어째서 또다시 보여주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Magic And Medicine]이 지금 여기저기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처럼 ‘진짜 음악’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음반인지는 확신 못하겠다. 어쩌면 이 음반은 그저 빛바랜 옛 사진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어들 때 떠오르는 싸구려 감상 이상의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코럴이 가장 기본적인 ‘노래’에 충실한 밴드라는 점, 그리고 이들의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절대 판에 박힌 공식을 따르고 있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이들은 ‘대중적’인 방향을 택했지만, 결코 ‘상업적’으로 변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전자의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코럴의 음악은 ‘마법’과 같은 순간을 제공할 것이고, 또 (후자의 의미로) 누군가에게는 이들의 음악이 요즘의 ‘이미지에만 매달리는’ 음악들에 대한 ‘치료제’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나 자신한테는 그랬다. 20031027 | 김태서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In The Forest
2. Don’t Think You’re The First
3. Liezah
4. Talkin’ Gypsy Market Blues
5. Secret Kiss
6. Milkwood Blues
7. Bill McCai
8. Eskimo Lament
9. Careless Hands
10. Pass It On
11. All Of Our Love
12. Confessions Of A.D.D.D.

관련 글
Coral, [The Coral] 리뷰 – vol.4/no.15 [20020801]

관련 사이트
The Coral 공식 사이트
http://www.thecoral.co.uk
The Coral 팬 사이트
http://www.thecoral.cj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