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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 Volta – De―Loused In The Comatorium – Gold Standard Laboratories/Universal, 2003

 

 

신선한 복고, 똘똘한 선택

녹음 장비와 기술의 발전은 자본의 세례 없이도 인디 밴드들의 실험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음원에 고스란히, 잡소리 하나 없이 담아낼 수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가끔은 다듬어지지 않은 격렬한 힘이 느껴지는 음악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억지로 분위기 잡고 ‘옛 시절처럼’ 만드는 소리가 아닌 진짜 어디로 튈지 불안한 거칠음 같은 종류의 것들 말이다. 앳 더 드라이브인(At The Drive-In, 이하 ATDI) 의 첫 번째 음반을 들었을 때 난 기분이 좋아졌다. 날 것(raw)의 펑크가 느꼈다고 할까? 음반 전체가 “우리는 진짜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에너지 넘치던 밴드 ATDI이 공중 분해된 후 두 멤버 세드릭 빅슬러 짜발라(Cedric Bixler Zavala)와 오마르 로드리게즈-로페즈(Omar Rodriguez-Lopez)는 새로운 밴드 마스 볼타(Mars Volta)를 결성했다. 마스 볼타의 이름을 걸고 공개되었던 첫 번째 EP [Tremulant](2002)에 이어 2003년 여름, 한 시간 꾹꾹 눌러 담은 정규앨범 [De-Loused In The Comatorium]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우리는 진짜야”라고 외치고 있는 기분 좋은 음반이다. 음반을 플레이어에 집어넣으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싸이키델릭 혹은 프로그레시브/아트 록의 중간 즈음에 서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ATDI을 기대했다면 한 방 먹은 느낌일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진짜’다.

짧은 첫 곡 “Son Et Lumiere”, 점점 다가오는 오르간 소리와 이펙터 걸린 보컬이 ‘혹시?’하는 심증을 갖도록 만들면 연달아 이어지는 “Inertiatic ESP”에서 고음으로 치닫는 보컬이 터져 나온다. 그 아래 한 가득 맹맹히 울리는 기타와 소용돌이치는 오르간 소리는 피해갈 수 없는 1970년대의 증거가 된다. “Roulette Dares (This is the Haunt)”로 넘어가면 릭 웨이크먼(Rick Wakeman)과 존 앤더슨(Jon Anderson)이 버티고 있던 시절의 예스(Yes)가 스피커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Inertiatic ESP”의 강렬한 흔적이 아물어진 “Cicatriz ESP”에서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도 참여하고 있다. 곡 중반에 이르러서 음반 전체의 아트웍 만큼이나 몽롱한 키보드 연주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역시나 휘몰아치는 통쾌함을 전해준다.

이 음반이 1970년대 싸이키델릭에서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의 정서뿐 아니라 방법론까지 끄집어내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꾸며낸 복고 음반은 결단코 아니다. 앨범 한가득 흘러내리는 사운드는 수학적인 정교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맨 처음 귀를 잡아끄는 것은 (앰비언트적인 요소까지도 포함한) 오르간 소리지만 실재 음악을 이끄는 것은 드럼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무섭도록 차갑고 이성적이던 1960~70년대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의 드럼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오히려 감정에 충실하게 힘으로 반응하는 연주다. 중요한 임팩트를 제외하면 어느 곡에서도 존 테오도어(Jon Theodore)의 드럼 연주는 느슨하다. 곡을 지배하려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곡의 호흡은 모두 그의 느낌에 의존하고 있다. 재즈 연주에서 드럼이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하다고 할까? 앨범 전체에 오르간 소리가 질펀히 깔려있고 오밀조밀한 기타 연주가 속속들이 박혀있어도, 잦은 리듬 변화와 신경질적인 멜로디의 바탕이 드럼이라는 점은 마스 볼타의 사운드가 자연발생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프로그레시브 음악적 요소들을 끌어오긴 했지만 음악에 구속받지 않고 2003년을 살고 있는 멤버들의 생각과 느낌으로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콤콤한 냄새가 피어오를 것 같은 복고 사운드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자신들의 음악으로 소화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직 펑크 밴드 멤버가 주축이 된 마스 볼타란 밴드가 굳이 프로그레시브와 싸이키델릭에서 몇 가지 인자들을 뽑아들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밴드의 멤버에서 한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 롱 비치 덥 올스타스(Long Beach Dub All-Stars)출신의 이키 이사야 오웬스(Ikey Isaiah Owens)가 건반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ATDI의 세드릭과 오마가 중심이 된 밴드이긴 하지만 마스 볼타의 음악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정교하게 그려진 성격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멤버들의 아이디어와 감정이 충실히 담긴 음악이다. 리더인 세드릭의 말을 빌리자면 “(얼음 위처럼 불안하지 않고) 펑크 미학이라는 대지에 튼튼히 뿌리박은 프로그-뮤직(prog-music)”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음반은 리더인 세드릭의 친구이자 1996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훌리오 베네가스(Julio Venegas)에게 바치는 컨셉 앨범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음반의 스토리를 풀어보면 몰핀을 탐닉하다 코마상태에 빠져버린 주인공이 겪는 정신 속의 환상적인 여행, 선악의 전투, 그리고 깨어난 후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다. 이 내용을 구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싸이키델릭이야 말로 세드릭의 머리 속에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떠오른 당연한 음악이지 않았을까? 감정이 음악을 이끄는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이 음반의 성격은 가사 속에 이미 녹아있던 셈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들은 ATDI시절부터 복고 성향의 밴드였다. 네오 펑크라고 불려질 때 이들은 이미 옛 시절의 정서와 사운드를 남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펑크와 상극이었던 ‘프로그’가 펑크 밴드 멤버들에 의해 선택되었을 때 이는 단지 두 음악의 표피적 만남이 아니었다. 두 음악의 정서마저 마스 볼타의 이름 아래 섞어내겠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밴드는 이를 성공적으로 직조해내었다. 어느 한곡을 찍기보다 모든 곡이 음악적/정서적 감정에 솔직한 싸이키델릭한 프로그레시브 음악. 꼼꼼히 살펴봐도 대충 봐도 멋진 음반이다. 20031018 | 조일동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Son Et Lumiere
2. Inertiatic ESP
3. Roulette Dares (This Is The Haunt)
4. Tira Me A Las Aranas
5. Drunkship Of Lanterns
6. Eriatarka
7. Cicatriz ESP
8. This Apparatus Must Be Unearthed
9. Televators
10. Take The Veil Cerpin Taxt

관련 사이트
http://www.themarsvolt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