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13020423-earthlingDavid Bowie – Earthling – EMI, 1997

 

 

일렉트로니카 팝송집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통산 22번째 정규 음반인 [Earthling](1997)의 첫 곡 “Little Wonder”는 당시 주류 음악계에서 부상하던 정글(jungle, 혹은 드럼 앤 베이스(drum’n’bass)) 리듬을 차용한 곡이다. 딜레이를 잔뜩 건 기타와 살벌하게 분절된 브레이크비트가 뒤섞인 “Little Wonder”는 [Earthling]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트랙이다. 이 곡은 보위 스스로가 말하기를, (그의 디스코/바이오그라피에서 제외시킨) “‘소박한 포크 팝송’을 만들던 1960년대 중후반 데람(Deram) 레이블 시기의 곡 “Laughing Gnome”에 ‘1990년대 적인 해석’을 가한 트랙”이라고 한다(“Laughing Gnome”은 1997년 발매된 초기 미발표곡 모음집 [Deram Anthology 1966~1968]에 수록되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Little Wonder”는 정글 댄스곡이기에 앞서 깜찍한(little wonder) ‘팝송’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는 [Earthling] 전체에 대한 효과적인 설명이기도 하다.

따라서 [Earthling]은 사운드나 리듬에 앞서 ‘노래’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음반이다. “Little Wonder” 이외에도 “Battle For Britain (The Letter)”, “Dead Man Walking”, “Telling Lies”등이 아무리 비트를 자잘하게 쪼개 몸을 흔들기 좋은 그루브(groove)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우선 청자의 귀를 끄는 것은 곡의 멜로디 라인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Earthling]의 이러한 방향설정은 전작 [1.Outside](1995)의 실패에 기인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베를린 시기’의 조력자이자 앰비언트(ambient)의 창시자인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다시 한 번 손을 잡은 [1.Outside]는 ‘사설탐정 나단 애들러(Nathan Adler)의 변태살인 수사’라는 시나리오를 표현하기 위해 ‘노래의 구조’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했던 음반이었다. 그리고 이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Earthling]은 [1.Outside]가 놓친 지점, 즉 좀 더 본질적인 ‘노래’에 대한 고민들을 대폭적으로 구제한 음반이다.

물론 데이빗 보위는 [Diamond Dogs](1974)이후 처음으로 셀프-프로듀싱(self-producing)을 시도하며 가장 ‘기본적인’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또한 [Earthling]의 전편에 흘러 넘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대한 사고 역시 멈추지 않는다. 음반 전편의 브레이크비트 이외에도 “Looking For Satellites”와 “Seven Years In Tibet”은 덥(dub)을 차용한 곡이고, “I’m Afraid Of Americans”(이 곡은 트렌트 레즈너(Trent Raznor) 믹스 버전으로 싱글 커트되었다)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에 대한 참조가 엿보인다. 그리고 보위는 기초적인 팝송의 골격 위에 어색한 전자음향을 결합시키는 것이 아닌, ‘디지틀 비트와 아날로그적 감정’을 융화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보위의 오랜 조력자 마이크 가슨(Mike Garson)의 건반 연주이다. 전자화되어 ‘입력’된 반복 비트 사이를 누비는 그의 ‘돌발’적인 연주는 음반에 남다른 생명력을 부여한다. 일례로 “Battle For Britain (The Letter)”의 중반 삽입구와 “Dead Man Walking”의 말미에 등장하는 재지(jazzy)한 피아노 즉흥연주는 곡의 차가운 비트감과 대조를 이루는 ‘열정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보위의 ‘로큰롤 프로젝트’ 밴드 틴 머신(Tin Machine) 시절의 동료, 리브스 개브럴스(Reeves Gabrels)가 연주한 (1990년대 이후 보위의 작업 중 가장 시끄럽게 울려대는) 기타 또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리얼’ 사운드 사이의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하지만 [Earthling]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분분한 가운데, 어느 정도는 ‘비난’쪽에 초점이 맞춰지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러한 비난의 요지는 –같은 해에 발매된 U2의 ‘테크노 앨범’ [Pop]과 묶여서– “자신의 불멸성을 보증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착취하는 흡혈귀 같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실 그리 동조하기 힘든 종류의 ‘비방’이다. 우선 음악적 성과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착취’했는가 하는 식의 ‘도덕적 관점’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 차치하고라도, 이런 주변적인 요소에만 몰두하여 정작 보위가 목표로 했던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통해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자기증명’에 대해 주목하지 못했음은 부당한 처사였다.

결국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 도입했던 [Eartling]의 비평적인 실패 이후, 보위는 점차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쪽으로 음악적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이후의 작업들이 ([Hours](1999)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호평 받았음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보위의 선택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카멜레온’ 보위를 만날 수 없게 됐음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50(1947년 생)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Earthling]과 같은 진취적인 음반을 만들어냈던 그 ‘보위’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는 당사자에게나 청취자들에게나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20031014 | 김태서 [email protected]

8/10

* 사족 : 지금은 구하기 힘든 [Earthling]의 국내반에는, 보너스트랙으로 [프레디 머큐리 추모공연(Freddie Mercury Tribute Concert, 1992)]에서 애니 레녹스(Annie Lennox)와 듀엣으로 부른 “Under Pressure”가 ‘프레디 머큐리와의 공연실황’이란 타이틀을 달고 수록되어 있다.

수록곡
1. Little Wonder
2. Looking For Satellite
3. Battle For Britain (The Letter)
4. Seven Years In Tibet
5. Dead Man Walking
6. Telling Lies
7. The Last Thing You Should Do
8. I’m Afraid Of Americans
9. Law (Earthling’s On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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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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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