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6030710-0517krock_songolmae6th

송골매 – 오해/마음의 등불 – 지구(JLS 1202027), 19860626

 

 

 

시대와의 불화 혹은 타협

송골매에게 1986년은 위기의 해였다. 우선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다시 말해 건강한 이미지의 캠퍼스 그룹 사운드가 지배적이던 가요계에 새로운 경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시나위와 백두산, 부활의 데뷔 음반 발매로 상징되는 ‘메탈’ 음악의 부상, 김완선과 도시의 아이들로 대표되는 댄스 음악의 인기, 김현식과 한영애를 비롯한 언더그라운드의 도약 등을 들 수 있겠다. 5집까지 정상의 자리만을 고수하던 송골매에게 이러한 가요계 환경의 변화는 충분히 외부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변화는 이전까지 펼쳐오던 송골매 자신들만의 음악을 계속하는데 제동을 걸었을 공산이 높다. 이것을 다른 표현으로 ‘대중성’을 고려하게 되었다고 해도 좋겠다. 분명한 점은 더 이상 송골매에게 예전만큼의 인기가 보장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밴드에게 음악적 변화를 강요했으리라는 사실이다.

이에 더해 내부적 악재도 겹쳤다. 무엇보다도 밴드의 한 축인 구창모의 부재는 결정적이었다. 4집 이후 탈퇴한 구창모는 보컬과 작곡뿐만 아니라, 밴드의 음악적 동력에도 크나큰 공백을 느끼게 했다. 그뿐이랴. 5년간 계속된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빡빡한 방송-업소의 스케줄은 밴드의 몸과 마음을 온통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음악의 밀도는 피로의 누적과 반비례하는 것일까, 마침 2집부터 5집까지 이르는 동안 송골매의 음악은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중’ 이었다. 옛말에 진정한 예술이란 노예제 하에서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았던가. 고단한 생활 속에서 창작력을 불태우는 것은 불가능까지는 아니라도 쉽지 않은 노릇임은 분명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이니 응당 캠퍼스 그룹사운드 출신 특유의 ‘활기’와 ‘생기’가 감퇴했을 터이고, 창작에 투자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연주나 노래나 작곡에서도 분명 매너리즘이 모습을 드러냈을 일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송골매의 6집 [오해/마음의 등불](1986)은 내외적인 여러 악조건 속에서 ‘필사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음반이다. 어려운 가운데 어찌어찌 만들어내긴 했으나, 송골매의 이전 음반들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점이 많다. 송골매는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장점을 희생하면서까지 이 음반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곡이자 ‘미는 곡’인 “오해”의 작곡자가 김창남이란 사실부터가 시사적이다. 바로 도시의 아이들을 결성해 “달빛 창가에서”로 스타덤에 오른 그 김창남이다. 이는 댄스 뮤직의 인기와 대중성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하여 ‘직업적 작곡가(?)’ 이정선의 곡도 둘이나 존재하며(“떠나는 마음, 보내는 마음”, “당신은 당신은”), 낭만적 발라드 “모나리자” 또한 외부작곡가 이현섭의 곡이다. 심지어 본작에는 키 보이스의 히트곡인 “해변으로 가요”의 리메이크마저도 존재한다. 이는 밴드가 1년에 음반 한 장을 내놓는 ‘경이적’인 다작을 해 왔음을 고려한다면(더욱이 구창모가 없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외부 작곡가의 곡이 전혀 송골매란 밴드 자체와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음반의 다른 노래들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프로이면서도 아마추어적인’ 송골매의 이미지와 이정선의 ‘정돈’된 음악이 융화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김창남의 발랄한 댄스곡 “오해”가 송골매라는 한 그룹 사운드의 ‘진정성’과 대립하는 것 역시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외부 작곡가의 곡이 많다는 것은 또 다른 곤경을 초래하는데, 바로 하나의 음반으로서 내러티브를 앗아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전까지 송골매의 음반이 훵키한 사운드, 토속적인 록 음악, 발라드 등이 혼재한 가운데서도 비교적 일관성과 맥락을 유지했던 것에 비해, 6집 음반은 옴니버스 음반처럼 보일 정도로 혼란스러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밴드에서 음악적 중심을 잡아주던 구창모의 존재를 더욱 아쉽게 만든다. 또한 이로 인해 항간의 ‘구창모 있을 때가 송골매 전성기’라는 통설이 이 음반으로 설득력을 얻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외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강성 메탈 사운드가 부상하는 시대의 조류를 감안한 탓일까, 송골매는 이전까지 애용하던 페이저나 플렌저의 아기자기함 대신 디스토션을 동원하여 보다 ‘쎈’ 사운드를 창출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국내의 열악한 기술력은 의욕을 받쳐주지 못했으며, 그 결과는 기타 사운드의 현저한 퇴조로 나타나고 말았다. 이전 음반들에서 많은 이펙트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다채로우면서도 특색 있는 기타 톤을 선보였던 송골매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부분은 치명적이다. 비교적 기타를 리듬 파트에 포진시킨 “내 마음에 비는 내리고” 같은 곡에서는 덜한 편이지만, 전주와 간주부에서 일껏 증폭된 기타음을 들려주는 “떠나는 마음, 보내는 마음”이나 “모나리자”와 같은 곡은 듣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하다. 기타음이 들릴락말락 하게 가라앉았다가, 대책 없이 쩌렁쩌렁 울렸다가 하는 식으로 도통 사운드의 밸런스가 들어맞지 않는다. 물론 이 역시 송골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같은 시기 발매된 시나위의 1집 [Heavey Metal](1986)이나 부활의 데뷔작 역시 탁월한 연주력을 악몽 같은 믹싱으로 갉아먹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위한 시행착오일까? 그렇다고 메탈 밴드들의 시행착오에 송골매까지 끼여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이처럼 여러 면으로 볼 때 6집이 송골매답지 않은 음반인 것은 분명하지만, 두 곡만은 예의 ‘송골매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윤선도의 시에 라원주가 곡을 붙인 “어부사시가”나 이응수-라원주 콤비의 로킹한 작품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이 두 곡은 미학적으로는 못미더운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송골매라는 밴드의 미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곡이다. 특히 “어부사시가”는 투박하고 굵직한 선율과 남성적인 배킹 보컬, 함축적이며 목가적인 시어(詩語)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답답하게 가라앉은 기타 사운드만 제대로 배열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직선적이고 드라이빙감 강한 뉴 웨이브 풍의 “함께 가는 사람들” 역시 믹싱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강한 흡인력을 지니는 곡이다. 개인적 편견으로 말하자면, 이게 진짜 송골매다. 이처럼 송골매는 곡 작업에 있어서의 독창성과 텁텁하고 투박한 음악색 때문에 매력적인 밴드였다. 그런 자신들의 음악적 소신을 펴보일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훨씬 오랫동안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살인적인 방송 스케줄과 영화 촬영, 소모적인 업소에서의 연주가 강제되어 있었고, 1년에 한 장씩 음반을 내놓아야 하는 계약 조건은 밴드의 음악적 동력을 상당부분 감퇴하게 했다. 보컬의 한 축이자 완벽주의자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던 구창모의 탈퇴는 밴드에게 카운터 펀치에 가까웠고, 더욱이 오랜 기간 계속된 가요계 정상의 자리는 멤버들에게 암암리에 대중성과의 절충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초기의 ‘송골매다움’은 점차적으로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가요계의 지형이 조금씩 변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말끔하게 생긴 댄스하는 오빠들, 카리스마 넘치는 가죽바지 메탈 오빠들이 송골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질풍 같은 속세의 비속한 변화 속에서 이들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만 있었다. ‘세상 모르고 살았’던 그네들은 이제 세상 돌아가는 것과 맞부딪히고 깨달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거센 내외부적 압력 속에서 이들이 손쓸 방도는 ‘전혀’ 없었던 것일까. 물론 나름대로 손을 쓰기는 했다. 6집 음반의 ‘음악적’인 실패 이후 송골매는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단행, 오승동과 김상복을 ‘정리해고’하고 대신 이태윤과 이건태를 영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조처는 아니었다. 기업의 위기가 정리해고로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창작력의 고갈과 이에 맞물린 ‘송골매다움’의 소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요계 환경의 변화란 이들만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음은 더 부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세상만사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는 법이겠지만, 6집에서 뒤뚱대는 송골매의 모습을 보면 때늦은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내리막으로 가는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20031024 | 배성록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Side A
1. 오해
2. 떠나는 마음, 보내는 마음
3. 내 마음에 비는 내리고
4. 모나리자
5. 당신은 당신은
6. 어부사시가
Side B
1. 마음의 등불
2. 해변으로 가요
3. 이젠 눈물을 거두어야죠
4. 함께 가는 사람들
5. 사할린의 겨울바람
6. 젊은 조국이여

관련 글
‘해변가요제’ 4반세기를 기념하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과 배철수 – vol.5/no.21 [20031101]

DJ 철수, ‘젊음의 우상’ 시절의 세상만사: 배철수와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의 프론트맨, 영광과 좌절의 기억들: 구창모와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의 날카로운 부리였던 기타잽이의 회한: 김정선과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파’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펼치다: 이응수와의 인터뷰(1) – vol.5/no.17 [20030901]
‘송골매파’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펼치다: 이응수와의 인터뷰(2)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1회 ’77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동양방송 주최 제1회 해변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2회 ’78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활주로(Runway) [처음부터 사랑했네/탈춤]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1집 [산꼭대기 올라가/오늘따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2집 [어쩌다 마주친 그대/하다 못해 이 가슴을]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3집 [처음 본 순간/한줄기 빛]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4집 [난 정말 모르겠네/사랑하고 싶어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5집 [하늘나라 우리 님/찬란한 순간]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6집 [오해/마음의 등불]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7집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새가 되어 날으리]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8집 [어이 하나 그대여/외로운 들꽃]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9집 [모여라/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리뷰 – vol.5/no.17 [20030901]
블랙 테트라(열대어) 1집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 리뷰 – vol.5/no.17 [20030901]
블랙 테트라(열대어) 2집 [내 마음의 꽃/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4막 5장 [고추 잠자리/마음 때문에] 리뷰 – vol.5/no.17 [20030901]
장끼들 [별/첫사랑] 리뷰 – vol.5/no.13 [20030701]

관련 사이트
송골매 공식 사이트
http://www.songol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