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6030732-0517krock_songolmae7th

송골매 –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새가 되어 날으리 – 지구(JLS 1202106), 19870515

 

 

스타 록 밴드의 평균율적 모색

송골매의 7집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새가 되어 날으리](1987)는 송골매 후기 라인업이 내놓은 첫 음반이다. 1984년 구창모 솔로 독립 후 별다른 멤버 변동 없이 5집과 6집을 발표한 송골매는 7집을 앞두고 라인업을 재편했는데, 김상복(베이스)과 오승동(드럼) 대신 부활 출신의 이태윤(베이스), (조용필과)위대한 탄생 출신의 이건태(드럼), 그리고 이종욱(키보드)을 영입했다. 이렇게 해서 배철수(리드 보컬, 기타), 김정선(리드 기타), 이봉환(키보드), 이종욱(키보드), 이태윤(베이스), 이건태(드럼)로 구성된 6인조 후기 송골매가 완성되었으며, 이 편성은 1990년 9집을 끝으로 송골매가 해산하기까지 유지되었다.

송골매 후기 라인업은 송골매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력을 들려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리더 배철수가 라인업을 재편하면서 겨냥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이런 측면에서는 성공적 결과를 낳은 셈이다. 반면, 후기 라인업이 발매한 음반은 상업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는 데 대체로 평가가 모아진다. 이런 평가는 이들이 송골매의 음악적 에토스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데 1차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즉 한국적 하드 록(‘활주로-송골매’ 계보가 주도한 “세상만사”, “한줄기 빛”, “하늘나라 우리 님” 등)과 훵키한 록(‘블랙 테트라-송골매’ 계보가 주도한 “어쩌다 마주 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처음 본 순간” 등)이라는 양대 스타일을 결과적으로 영광스런 ‘과거(遺産)’에 머물게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송골매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것도 아니라는 점은 송골매 후기 라인업에 대한 박한 평가를 굳힌 요인이다.

타당하다. 그렇지만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송골매 후기가 활동한 기간(1987년~90년)은 1985-86년경 새롭게 등장한 음악 조류들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후이다. 이문세, 이선희, 변진섭, 신승훈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팝 발라드, 그리고 김완선, 나미, 소방차, 박남정 등의 댄스 음악(및 아이돌 스타들의 음악)이 신주류로 강력하게 부상했다. 또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 날, 신촌 블루스 등 이른바 신촌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시나위, 부활, 백두산, H2O, 블랙 신드롬 등 헤비 메탈이 신흥 언더그라운드로 급부상했다. 결정적으로 캠퍼스 그룹 사운드 및 그 후신들은 이 무렵 거의 헤게모니를 잃은 상태였다. 송골매 출신의 구창모가 “희나리”(1985)와 “아픔만큼 성숙해지고”(1986) 등 발라드로 스타의 지위를 이어간 것은 상징적이다(천하의 조용필도 김희갑 작편곡의 성인 취향 발라드들로 승부하던 시대다).

따라서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적자(嫡子)이자 성공적으로 그 법통을 이어간 주류 스타 밴드로서 송골매가 이 당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송골매 7집에서 이들의 선택은 변화된 감성의 수혈과 절충이었다. LP의 앞뒷면 머릿곡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와 “새가 되어 날으리”는 송골매의 고민과 선택을 잘 보여준다. 1980년대 영미 주류 록과 신쓰 팝의 영향이 녹아 있는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는 세련되고 절충적인 연주와 편곡이 돋보인다. 템포는 빠른 편이지만 흥겨울 정도는 아니고, 전기 기타와 신서사이저는 각각 과도하게 나서지 않으면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베이스와 드럼은 블랙 사바쓰의 “Heaven & Hell”과 같은 패턴이지만 그 질감은 로킹함과는 거리가 있다. 잘 프로듀싱된 조용필의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반면 “새가 되어 날으리”는 록 밴드로서 송골매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곡이다. 단, 송골매 특유의 록 음악은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서사적인 록 넘버이지만, 이 곡을 주도하는 것은 기타 리프가 아니라 듣자마자 귀에 쏙 들어오는 신서사이저 리프와 코러스의 훅(hook)이다. 다소 과장되고 무엇보다 멜로딕한 이 신서사이저 리프는 멀리는 EL&P의 음악을, 가까이는 (국내에서도 히트한) 유럽(Europe)의 “Final Countdown”(1986)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인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도 마찬가지 유형의 곡이다). 강렬한 메탈 기타 리프에 신서사이저를 우겨 넣은 “너의 이름은”, 도켄(Dokken) 류의 팝 메탈의 영향이 묻어나는 “No More Can I Wait”, “On a Runway”에도 강렬함과 멜로딕한 서정성이 결합된 ‘팝적인 하드 록/메탈’이란 키워드는 이어진다.

반면 차분한 연가인 “낙엽의 소리”와 “사랑 그 다음엔”은 퓨전 팝적인 깔끔함으로 마감처리한 곡들이다. 신서사이저 위주이지만, 김정선의 깔짝거리는 프레이즈가 향료처럼 부가되어 있다. “그대 작은 창문에”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제외하면 전형적인 팝 발라드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송골매 7집은 1987년에 주류 록 밴드가 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송골매는 팝적인 하드 록/메탈, 신쓰 팝, 메인스트림 록, 퓨전 재즈, 팝 발라드 등 1980년대 트렌드에서 자양분을 취하되 절충적인 편곡으로 갈무리했다. ‘활주로 및 블랙 테트라 – 송골매’로 한정하자면, 특유의 스타일을 팝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스타일들을 모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처용가(처용의 슬픔)”는, 비록 “새가 되어 날으리”처럼 히트곡은 아니지만, 이 음반의 전체적인 특징을 함축적으로 들려주는 트랙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송골매의 팬이라면 제목만 보아도 ‘이응수-라원주’ 송라이팅 콤비의 곡을 연상할 “처용가”는(물론 이응수 보작, 김정선 작곡이지만 어쨌든 실제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탈춤”, “세상만사”, “하늘나라 우리 님”, “어부사시가” 계열의 곡이다. 하지만 섣부른 예상과 달리 음반에 실린 사운드는 질박한 한국적 하드 록은 아니다(이 곡이 1970년대 말이나 1980년대 초에 발표되었다면 분명히 롱 타임의 장중한 싸이키델릭 하드 록이 되었을 것이다). 대신 이 신라 향가의 현대적 변용은 1980년대 팝적인 록 넘버로 각색되었다. 말하자면 송골매 자신들의 에토스를 새롭고 세련된 감각으로 연마한 편곡과 절제된 연주로 변용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음반을 하나의 단어로 비유한다면 그것은 평균율이다. 이는 ‘한 시대’가 흘러가는 것을 감지한 주류 록 밴드가 고민 끝에 도달한 절충적 선택이다. 그래서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는 ‘조용필이 (백 밴드가 아니라) 완전한 밴드를 만들어 발표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을 하게 하고, 훵키한 “전화”(이봉환 노래)는 ‘도시의 아이들이 듀오가 아니라 밴드였다면 이런 곡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을 남긴다.

‘이런 잡념이 들지 않아야 했다’는 데 동의한다. 즉 송골매의 새로운 모색은 1978년 이들이 활주로와 블랙 테트라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첫 선을 보였을 때처럼 새롭고 충격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를 실패로 단정짓는 것은 인색하거나 부당하다. 이 음반에서 송골매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았고, 동시대 트렌드만을 쫓지도 않았다. 대신 대중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과거의 에토스와 현재의 감성을 아우르고자 했다. 이는 변화된 상황에서, 스타 록 밴드로서, 최선의 옵션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결과물을 놓고 본다면, 시대를 뛰어넘는 명반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송골매 후기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는 음반이다. 무엇보다 묘하게 일관적이다. 20031118 | 이용우 [email protected]

7/10

<참고>
1. 음반의 절반을 외부 작곡가의 곡으로 채운 6집과 달리, 이 음반은 배철수, 김정선, 이응수, 라원주 등 송골매의 전통적인 송라이터들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높은 음자리의 김장수가 작곡한 “새가 되어 날으리”는 예외다). 새로 영입한 멤버들은 아직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8집부터 자작곡을 싣는다.
2. 커크 게일(Kirk Gayle)이 작사한 “No More Can I Wait”과 이응수-라원주 짝이 만든 “On a Runway”는 영어 가사이다. 당시 메탈 밴드들이 당연한 듯 영어로 가사를 쓰던 것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풍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3. 마지막에 실린 건전가요 “젊은 조국”(유현종 작사)은 기성 건전가요가 아니라 배철수가 작곡하고 송골매가 연주한 곡이다. 6집에 실린 버전이 7집, 8집에 계속 실린 경우다.

수록곡
Side A
1.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
2. 낙엽의 소리
3. 너의 이름은
4. 사랑, 그 다음엔?
5. 처용가(처용의 슬픔)
Side B
1. 새가 되어 날으리
2. 전화
3. 그대 작은 창문에
4. No More Can I Wait
5. On a Runway
6. 젊은 조국 (건전가요)

관련 글
‘해변가요제’ 4반세기를 기념하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과 배철수 – vol.5/no.21 [20031101]

DJ 철수, ‘젊음의 우상’ 시절의 세상만사: 배철수와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의 프론트맨, 영광과 좌절의 기억들: 구창모와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의 날카로운 부리였던 기타잽이의 회한: 김정선과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파’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펼치다: 이응수와의 인터뷰(1) – vol.5/no.17 [20030901]
‘송골매파’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펼치다: 이응수와의 인터뷰(2)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1회 ’77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동양방송 주최 제1회 해변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2회 ’78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활주로(Runway) [처음부터 사랑했네/탈춤]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1집 [산꼭대기 올라가/오늘따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2집 [어쩌다 마주친 그대/하다 못해 이 가슴을]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3집 [처음 본 순간/한줄기 빛]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4집 [난 정말 모르겠네/사랑하고 싶어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5집 [하늘나라 우리 님/찬란한 순간]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6집 [오해/마음의 등불]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7집 [인생이란 이름의 열차/새가 되어 날으리]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8집 [어이 하나 그대여/외로운 들꽃] 리뷰 – vol.5/no.17 [20030901]
송골매 9집 [모여라/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리뷰 – vol.5/no.17 [20030901]
블랙 테트라(열대어) 1집 [창을 열어라/젊은 태양] 리뷰 – vol.5/no.17 [20030901]
블랙 테트라(열대어) 2집 [내 마음의 꽃/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4막 5장 [고추 잠자리/마음 때문에] 리뷰 – vol.5/no.17 [20030901]
장끼들 [별/첫사랑] 리뷰 – vol.5/no.13 [20030701]

관련 사이트
송골매 공식 사이트
http://www.songol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