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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테트라(열대어) – 내 마음의 꽃/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 오아시스(OL 2175), 19790530

 

 

열대어, 캠퍼스를 평정하고 프로페셔널의 길로

통상 송골매를 ‘항공대 런웨이(활주로)와 홍익대 블랙 테트라의 연합’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이런 단순한 도식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단, 송골매의 전성기(1981~4)의 멤버들 여섯 명 가운데 순수하게 항공대 출신은 배철수 한 명 뿐이며, 순수하게 홍익대 출신은 구창모 한 명 뿐이다. 두 인물이 송골매의 캐릭터였다는 것은 사실이고, 다른 멤버들도 두 명과 이런저런 연줄로 얽혀 있었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송골매는 출신학교와 음악경력 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결합체였다.

이 점은 ‘블랙 테트라’라는 그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음반을 녹음한 블랙 테트라는 기수별로 운영되는 홍익대학교 캠퍼스 그룹인 블랙 테트라와는 또 다르다. 멤버들 가운데 구창모(보컬)와 김국현(베이스)은 홍익대학교 학생이 맞지만, 김정선(기타)과 권오승(키보드, 보컬)은 각각 다른 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고, 오승동(드럼)은 캠퍼스 그룹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여기 알 수 있는 것은 이 음반이 캠퍼스 그룹 사운드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캠퍼스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제작자의 자의에 의해 졸속으로 제작된 블랙 테트라 1집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와신상담 끝에 발표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이 음반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송골매의 절반의 기원’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음반에서 구창모가 보컬을 맡은 곡들은 송골매에서 구창모가 보컬을 맡은 곡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내 마음의 꽃”은 송골매의 2집 앨범에 재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하나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송골매의 앨범에 비해 열악한 녹음환경 탓인지 구창모 특유의 불꽃 튀는 보컬의 맛이 덜하지만 당시 여느 캠퍼스 그룹에 비해서도 사납고 날카롭다. 을 감상할 수 있다. 구창모의 보컬은 ‘한국어를 영어처럼 구사하는 창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한 음을 명확하게 분절시키지 않고 흐름을 살리는 독특한 창법이다. 어떤 곡이든 구창모가 노래를 부르면 음악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구창모의 또하나의 특징은 어떤 스타일의 곡을 불러도 무난하게 소화해 낸다는 점이다. 빠른 템포로 날이 서 있는 “내 마음의 꽃” 외에도 느린 템포의 무거운 분위기의 “창을 열어라”(이 곡은 블랙 테트라 1집에도 수록되어 있고 “구름과 나”에 이은 블랙 테트라의 두 번째 히트곡이다), 단조의 가요풍(?) 멜로디가 등장하는 “먼길”, 1970년대 초 그룹 사운드 히트곡같은 “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그리고 경쾌하게 로킹(rocking)하는 이 음반의 히트곡 “젊은 태양”에 이르는 구창모의 보컬은 아마추어라고 보기 힘든 다양한 표현력을 과시한다. 그룹에서 ‘노래 잘하는 보컬’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블랙 테트라가 당시 캠퍼스 그룹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장르를 모험적으로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구창모의 보컬의 표현력이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룹의 사운드’가 하나의 보컬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구창모의 배후에는 기타 연주자 김정선이 있다. 기타 연주자로서 김정선은 아마추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테크니션도 아니다(그렇다면 저니맨(journeyman)?). 그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앰프의 오버드라이브(overdrive)에 페이저(phaser)와 퍼즈(fuzz) 등의 이펙트를 사용한 독특한 톤을 만들어 내면서, 드럼과 베이스와 함께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물론 때로는 서스테인이 긴 기타 솔로도 뽑아 낸다. 그래서 블랙 테트라의 음악은 활주로처럼 록 비트가 강하지는 않지만 리듬이 풍성한 음악이 된다. 특히 “저녁 노을”에서 본격적으로 구사하고, “얼굴”과 “먼길“에서도 슬쩍 응용한 훵키한 리듬 기타는 최이철과 김수철의 기타와는 또다른 맛이 있다. 김정선의 기타는 블랙 테트라의 음악이 ‘가수 구창모’가 부르는 노래의 반주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이런 리듬은 다른 캠퍼스 그룹들에 비해 탄탄한 오승동의 드럼과 김국현의 베이스가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에는 ‘구창모의 보컬과 김정선의 기타’가 만들어 내는 색감과는 영 다른 트랙들도 있다. “얼굴”이나 “노래해요”같이 여러 명의 제창 혹은 합창으로 부르는 곡도 느낌이 다르지만, “바다”나 “친구생각”같이 소울풀하고 블루지한 곡은 아예 다른 그룹의 음악처럼 들린다. 이런 스타일은 블랙 테트라의 1집에서는 들을 수 없던 것인데, 이런 이질감의 주인공은 키보드를 맡은 권오승이다. 때로는 짐 모리슨(Jim Morrison)을, 때로는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을 연상시키는 그의 보컬은 구창모와는 매우 다르다.

권오승은 다름 아니라 블랙 테트라의 가까운 후신인 4막5장에서 리드 보컬을 맡은 인물이다. 따라서 그와 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4막5장의 음악을 다룬 글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 앨범까지는 구창모와 권오승의 상이한 개성이 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앨범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그치자. 몇몇 곡들에서 독특한 보컬을 들려줄 뿐 아니라 특색있는 키보드를 들려 주고 있다(예를 들어 “젊은 태양”에서의 키보드 솔로를 들어 보라). 불행히도 이 앨범을 발표한 뒤 블랙 테트라 2기가 구창모와 권오승의 불화로 인해 깨지고 말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캠퍼스 아마추어의 개성 있는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한계도 보여주었다. 학창 시절의 아마추어 활동으로 경력을 끝내기에는 가진 재주와 능력이 아깝고, 그렇다고 자력으로 프로페셔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 앨범은 이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나머지 절반의 짝을 찾기 위한 노력은 송골매 2기가 탄생하기까지 당분간 계속되었다. 활주로가 “이빠진 동그라미”에서 노래한 ‘한 조각을 잊어버린 동그라미’는 활주로든, 블랙 테트라든 이 시기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캠퍼스 그룹 출신의 상황을 적절히 묘사하는 듯하다. 20030924 | 신현준 [email protected]

수록곡
Side A
1. 내 마음의 꽃
2. 얼굴
3. 창을 열어라
4. 바다
5. 먼길
6. 친구생각
Side B
1. Y.M.C.A.
2. 좋아하노라 좋아하리라
3. 저녁노을
4. 젊은 태양
5.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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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 공식 사이트
http://www.songol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