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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오장 – 고추잠자리/마음 때문에 – 오아시스(OL 2248), 19800311

 

 

1막으로 끝난 연극: 4막 5장

4막 5장은 1978년 동양방송(TBC) 주최 ‘해변가요제’에서 “구름과 나”로 우수상을 수상했던 블랙 테트라의 2기 멤버들 가운데 구창모가 빠진 그룹이고, 블랙 테트라라는 스쿨 밴드와 송골매라는 프로 그룹 사이에 짧은 시간 존재했던 그룹이다. 송골매가 블랙 테트라와 활주로의 화학적 결합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알고있는 사람들에게도, 어쩌면 4막 5장이라는 그룹은 생소할 지도 모른다. 4막 5장이 스쿨 밴드와 프로 그룹을 구분하는 키워드는 바로 훵키와 록의 결합이다.

블랙 테트라의 첫 번째 독집이 구창모에 의해 주도된 음반이었다면, 두 번째 독집에는 구창모 이외의 멤버들의 입김이 많이 드러난 음반이었다. 이런 그룹 내 역할 분담의 지각 변화가 직접적으로 구창모의 탈퇴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구창모가 탈퇴한 블랙 테트라’라고 할 수 있는 4막 5장의 음악에는 구창모 식의 말랑말랑한 발라드 넘버들은 자취를 감추고 시종 소위 ‘깔짝이’로 불리는 왼손 뮤트를 많이 사용하는 스트로크가 곡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후 송골매의 음악에서 훵키한 라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4막 5장 시절 김정선(기타)이 추구했던 음악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반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고추 잠자리”는 그래도 라디오 전파를 많이 탔던 곡이다. 당시만 해도 흔하게 들을 수 없었던 스트레이트한 록 넘버로 앨범의 전체적인 연주가 훵키한 배킹 위주였던 반면, 이 곡은 리프가 곡의 골격을 이루고 있으며 곡 전체를 휘감는 김정선의 프레이즈는 그룹의 출범당시 그의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호연으로 기록될 만하다.

4막 5장이 추구했던 방향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곡들은 A면의 마지막 곡인 “얼굴”부터 B면의 세 번째 트랙인 “저녁 노을”까지이다. 이 네 곡 가운데 세 곡이 김정선의 미련 때문인지 아니면 애착 때문이었는지 이후 송골매의 음반에 수록되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록과 훵키의 결합이 음반이라는 실험대에 올랐던 곡으로, 캠퍼스 밴드다운 풋풋한 연주에서 벗어나 ‘프로’ 뮤지션의 행보의 첫 발을 내디딘 곡들이 바로 이 곡들이 아닐까? 요소 요소에 자리잡고 있는 기타의 플렌저(Flanger)에 의한 클린 톤의 효과나, “우리들”에서 들리는 페이저(Phaser)를 활용한 오토 와와적인 시도들은 열악한 녹음기술이나, 제대로 된 이펙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곡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4막 5장은 베이스를 담당했던 김국현의 군입대와 함께 얼마 되지 않아 해산을 하게 된다. 물론 김국현의 군입대가 그룹 해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겠지만, 블랙 테트라의 구창모, 활주로의 배철수, 휘버스의 이명훈 등 그룹 이름과 동반하여 기억될 만한 이름이 없었다는, 다시 말해서 그룹의 ‘얼굴’이 없었던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그룹 해산의 원인일 듯싶다. ‘송골매가 해산한 것보다 오히려 4막 5장의 해산이 더 마음이 아팠다’는 김정선의 술회는 가장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던 당시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그룹이 바로 4막 5장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김정선이 추구했던 음악은 이후 송골매 시절에도 적지 않게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송골매의 급작스런 인기 부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룹 내의 많은 개성들에 의해서였는지 적지 않게 희석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한편의 완벽한 연극과도 같은 음악을 펼치려 했던 4막 5장은 당시 밀어닥쳤던 디스코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1막이 채 오르기도 전에 그들의 무대를 접게 되고, 김정선과 오승동(드럼)은 재이륙하는 송골매에 몸을 싣게 된다. 20031010 | 송명하 [email protected]

수록곡
Side A
1. 고추 잠자리
2. 작은 불
3. 가야할 친구
4. 바다
5. 얼굴
Side B
1. 마음 때문에
2. 우리들
3. 저녁 노을
4. 친구 생각
5. 노래해요
6. 조국 찬가(건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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