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7080359-0517krock_sanullim7th

산울림 – 가지 마오/하얀 달/청춘 – 대성음반(DAS 0001), 19810801

 

 

3형제, 뭉치다, 성장하다

산울림의 6집 [조금만 기다려요/못 잊어/어느 비 내리던 날](1980)이 경계적인 음반이라면, 7집 [가지 마오/하얀 달/청춘](1981)은 위치가 분명한 음반이다. 산울림 7집은 이들이 서라벌 레코드와의 계약을 끝내고 대성음반으로 적을 옮겨 음반을 발매한 첫 음반이며, ‘동생들’의 제대 후 다시 온전한 3형제 밴드로서 작업한 첫 음반이다. 이 음반을 계기로 시작된 시기를 ‘산울림 2기(혹은 3기)’라고 부르든, ‘산울림 중기’라고 부르든, ‘대성음반 시대’라고 부르든 그건 부르는 사람 맘이지만, 이 음반이 앞선 시기와 상이한 특징을 갖는 새로운 선로에 침목(枕木)을 놓은 점만은 분명하다. 3형제가 다시 뭉쳐 운행을 시작한 노선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선 ‘싸이키델릭 시대의 졸업’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사운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첫 곡 “가지 마오”는 이를 단적으로 들려준다. 정박으로 툭툭툭툭 거리는 김창익의 베이스 드럼이 폭풍전야를 조성하는 도입부를 지나 둥둥거리는 김창훈의 베이스 기타가 가세하여 긴장의 끈을 조인 후, 김창완의 일렉트릭 기타가 작렬하며 폭발하는 전개는 압도적이다. 처음에 조분조분 노래하다 후렴 부분(chorus)에서 “가지 마오 가지 마에”하고 내지르며 비약하는 김창완의 보컬도 극적이다.

그밖에도 “그대 창가로 와요”, “꿈꾸는 인형”, “하얀 달” 등에서 ‘돌아온 3형제’의 로킹한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다. 이런 곡들에서 ‘동생들’의 연주는 그간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듯, 또 군악대에서 연마한 경험을 드러내듯 한층 강렬하게 타오른다. 김창훈의 베이스는 종횡무진으로 바삐 오가고, 김창익의 드럼도 걱정될 정도로 질주한다.

그런데 이런 로킹한 넘버들은 산울림 초창기 곡들과 비교할 때 사운드의 질감이 확연히 다르다. 군더더기 없이 타이트하게 직진하는 “가지 마오”의 사운드는 헤비 메탈에 가깝고, “그대 창가로 와요”는 하드 록이 헤비 메탈로 진화하는 과정을 압축해서 들려주는 것 같다. 이 곡들에서 싸이키델릭 분위기를 자아내던 오르간은 자취를 감추고, 땡땡한 톤을 유지하는 일렉트릭 기타는 스트러밍으로 산개될 때에도 이미지가 흐트러지기보다는 차갑게 뭉쳐 있다.

“1집을 녹음할 때도 원래는 AC/DC 같은 사운드를 원했다”는 김창완의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산울림은 7집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들이 원한 사운드를 레코딩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로킹하면서 댄서블하기까지 한 “하얀 달”(김창훈 작사, 작곡)은 산울림의 동시대 트렌드에 대한 관심을 엿보게 한다(이로부터 몇 년 후 김완선의 음악을 조련해낸 김창훈의 감성의 일면을 예시한다).

전작과 비교해 비중이 높아진 이런 ‘달리는’ 트랙들과 함께 음반을 양분하는 것은 느린 템포의 서정적인 발라드이다. “가지 마오”가 물론 히트했지만, 역시 이 음반의 흥행 코드를 주도한 것은 후자에 해당하는 “청춘”과 “독백”이다. 흘러가는 청춘의 애달픔을 민요적으로 형상화한 “청춘”과 김창훈이 군복무 시절 초소에서 만든, 삶의 쓸쓸함과 절박함을 갈무리한 “독백”은 지금까지도 ‘구슬픈 젊은 영가(靈駕)’들의 ‘영가(靈歌)’가 되고 있다. “노모”는 “어머니와 고등어”(1983)처럼 가족애를 담은 유형의 곡이다.

일단 정리하자면, 이 음반은 진일보한 사운드 질감과 뛰어난 (발라드) 송라이팅을 보여준다. 다른 각도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각 수록곡의 내적 짜임새와 편곡이다. ‘달리는’ 트랙들을 들어보면 (비록 완성도의 편차는 있지만) 야심적이고 계산적임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꿈꾸는 인형”은 언뜻 대책 없어 보이는 산울림표 록 넘버 같지만 복잡한 구성과 세심한 편곡이 드러나며, “끊이지 않는 소리”는 좀더 댄서블하거나 헤비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을 텐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중의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말하자면, 산울림 7집은 곡의 짜임새와 연주에 있어서 산울림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기승전결의 안정된 구조와 세심한 편곡과 연주가 잘 어우러진 “가지 마오”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곡에 열광한 부류가 산울림 초창기의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고대하던 팬들을 넘어선 것도 그 때문이다.

어둡고 절실한 가사도 3형제의 성숙함을 드러낸다. 가령, “흰 종이에 아주 먼 나라 이야기를 했지 / 죽음이란 글자를 써보았네 / 한참 바라보다 종이를 찢어버렸네 / 밖엔 달이 더 밝아 보였네”(“먼 나라 이야기” 가사 전문)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들이 절실하게 나타나 있다. “청춘”과 “독백”, 그리고 “노모”가 이들의 ‘나이 들어감’을 반영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꿈꾸는 인형”도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산울림 7집은 당시 상업적으로 히트했고 지금도 음악적으로 진가를 인정받는 음반이다. 산울림에게는, 싸이키델릭의 잔재를 털어 내고 비로소 1980년대를 연 작품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성숙한 가사, 치밀하고 정돈된 곡의 짜임새와 편곡, 진일보한 연주와 깔끔한 사운드를 담은 산울림 중기(또는 대성음반 시대)의 걸작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산울림의 아마추어(리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예시한 음반이기도 하다. 이 음반과 거의 같은 시기에 송골매는 2집 [어쩌다 마주친 그대/하다 못해 이 가슴을]을 발매해 실질적으로 ‘캠퍼스 그룹 사운드 시절’을 졸업했음을 보여주었다. 1970년대 말 등장한 캠퍼스 그룹 사운드 계열이 아마추어(리즘) 시대를 끝내고 바야흐로 프로의 시대로 진입했던 것이다. 20031114 | 이용우 [email protected]

8/10

<덧글>
1996년에 발매된 8장 짜리 산울림 전집 [The Complete Regular Recordings in 1977-1996](지구)에는 “가지 마오”의 1990년대 재결성 라이브, “청춘”과 “독백”의 데모 버전이 실려 있다. 이 중 “청춘”의 데모 버전은 음반에 실린 버전과 꽤 다르다. 블루지한 데모 버전이 더 우울하고 1970년대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음반에 실린 버전은 다채롭고 대중적으로 편곡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음반에 실린 버전을 산울림의 상업적 고려로 간주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테지만, ‘1980년대 산울림표 발라드 히트곡’의 ‘편곡 코드’를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8집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와 “회상”으로 이어진다.
참고: “청춘”(demo version)

수록곡
Side A
1. 가지 마오
2. 먼 나라 이야기
3. 독백
4. 하얀 밤
5. 그대 창가로 와요
Side B
1. 청춘
2. 꿈꾸는 인형
3. 하얀 달
4. 노모
5. 끊이지 않는 소리

관련 글
‘해변가요제’ 4반세기를 기념하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과 배철수 – vol.5/no.21 [20031101]

개구쟁이 로커와의 한낮의 몽중대화: 김창완과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황무지에 울려 퍼진 산울림, 또는 산울림의 독백: 김창훈과의 인터뷰(1) – vol.5/no.17 [20030901]
황무지에 울려 퍼진 산울림, 또는 산울림의 독백: 김창훈과의 인터뷰(2) – vol.5/no.22 [20031116]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의 후일담: 샌드 페블스(6기)의 이영득과의 인터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1집 [아니 벌써]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3집 [내 마음/그대는 이미 나]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4집 [특급열차/우리 강산]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5집 [한낮의 모래시계/이렇게 갑자기]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6집 [조금만 기다려요/못잊어/어느 비 내리던 날]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7집 [가지 마오/하얀 달/청춘]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8집 [새야 날아/내게 사랑은 너무 써]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9집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멀어져간 여자]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10집 [너의 의미/지금 나보다/꿈이야 생각하며 잊어줘]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11집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슬픈 장난감]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12집 [Adagio(꿈꾸는 공원/불안한 행복/동창생)] 리뷰 – vol.5/no.17 [20030901]
산울림 13집 [무지개] 리뷰 – vol.5/no.17 [20030901]
김창훈 [요즘 여자는/딸과 인형] 리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 [기타가 있는 수필] 리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 [Postsctript] 리뷰 – vol.5/no.17 [20030901]
김창완 [Cadeau De Papa(아빠의 선물)] 리뷰 – vol.3/no.11 [20010601]
배리어스 아티스트 [제1회 ’77 mbc 대학가요제] 리뷰 – vol.5/no.17 [20030901]
샌드 페블스(화랑) [달빛 속에서(저 새)/달려라] 리뷰 – vol.5/no.17 [20030901]

관련 사이트
산울림 팬 사이트: 산울림 즐기기 2
http://sanullim.na.fm
산울림 팬 사이트: 산울림 팬 페이지
http://www.sanulim.com
산울림 팬 사이트: 산울림 추억하기
http://my.netian.com/~wet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