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3093051-0515choyongpil5th83조용필 – 산유화/여자의 정/한강 – 지구(JLS 1201792). 19830625

 

 

오빠부대를 거느린 국민가수의 장르 백과사전

국민가수란 타이틀처럼 조용필의 앨범은 국악, 트로트,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세대들이 즐기는 다양한 장르의 곡을 포함한다. 5집 [산유화/여자의 정/한강]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한 여러 장르들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세대를 포섭한다는 그의 전략은 다시 한번 적중하여 5집 역시 크게 히트한다. 특히 “나는 너 좋아”는 소녀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데, 그 연령층이 초등학생에까지 확대되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방영된 MBC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에는 조용필을 너무 좋아해서 학업을 소홀히 하고 부모의 속을 썩이는 소녀의 이야기가 다뤄진 적이 있을 정도였다(조용필은 여기에 특별 출연했다). 이전에도 조용필이 청소년 팬들을 위한 노래들을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은 사랑은 몰라, 그래도 우리는 좋아…”라는 노랫말을 보면 본격적으로 청소년 팬들을 타깃으로 한 듯하다. 시작과 끝 부분은 강한 비트와 전기 기타의 록 편곡이지만 중간부분은 초기 로큰롤 스타일의 빠른 피아노 연주가 삽입되어 “고추잠자리”에서도 드러난 그의 작곡 스타일(곡 중간에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섞는)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너 좋아”는 KBS와 MBC 양 방송사의 연말 가요제에서 작곡상을 수상했다.

이 앨범에는 두 곡의 품격 있는 곡도 실려 있다. “선구자”(조두남 작곡)는 당시 국민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고 있었던 가곡이고, “친구여”(이호준 작곡)는 고품격 가요라 할 만하다. “친구여”는 10대에서 장년 팬까지 널리 인기를 얻어 그 해의 국민가요의 자리에 등극하고, 대중가요 최초로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수록이 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런 곡들을 두 곡이나 삽입하고 두 곡이 모두 크게 히트한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만 해도 라디오에 가곡 전문 프로그램이 있었음은 물론 TV에도 성악 가수가 한국 가곡을 부르는 프로그램이 10분 정도의 시간으로 편성되어 거의 매일 방송되었다. 지금과는 달리 가곡이 홀대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함께 당시의 음악적 정서를 잘 기록하고 있는 곡은 마지막에 수록된 “우울한 거리”이다. ‘경음악’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이 곡은 피아노와 기타, 파도소리, 조용필의 스캣(sca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시 인기 있던 리처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yderman)과 스위트 피플(Sweet People)의 음악과 유사한 스타일이다. “우울한 거리”는 ‘1980년대의 낭만적인 음악 스타일이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 같고, 조용필의 앨범이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다.

“한강”과 “황진이”는 조용필이 만든 국악적인 곡이다. “한강”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다루고 있고, “황진이”는 국악의 가사와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만 블루스 록의 편곡을 취하고 있고 차가운 기타 톤이 세련되게 느껴지는 곡이다. 가사 면에서나 조용필의 작곡에서나 위 두 곡은 이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곡이지만 팝적인 편곡과 꽉 찬 그의 창법으로 인해 사라진 여백의 미가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 동명의 KBS 드라마 주제곡으로 삽입된 “산유화”와 “비오는 거리”는 성인 취향의 발라드이고, “여자의 정”과 “이별의 뒤안길”은 트로트인데, 이전 앨범과는 달리 이 앨범에서 트로트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앨범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보면 “나는 너 좋아” 이외는 모두 성인 취향인데, 유독 이 시기의 조용필이 오빠 부대에 둘러 쌓인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은 “나는 너 좋아”의 큰 히트가 원인일 것이다.

록, 가곡, 발라드, 트로트, 민요를 두 곡씩 빼곡이 채운 이 앨범은 모든 수록곡이 각각의 장르에 대한 뛰어난 해석력이 돋보이며, 당시 가장 대중적인 가수의 히트 앨범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용필이 아티스트로 추앙 받는 큰 이유로는 외국의 음악 장르를 도입해 그 특유의 한국 스타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고, 그 예는 훵키한 디스코 풍의 “단발머리”(1집), 싸이키델릭한 “고추 잠자리”(3집), 뉴 웨이브 “어제, 오늘 그리고” (7집)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앨범에서 그런 완성도와 대중성을 고루 갖춘 곡을 찾을 수 없음은 아쉬운 일이다. 20030810 | 이정남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Side A
1. 산유화
2. 한강
3. 나는 너 좋아
4. 비오는 거리
5. 친구여
Side B
1. 여자의 정
2. 황진이
3. 이별의 뒤안길
4. 선구자
5. 우울한 거리(경음악)
6. 어허야 둥기둥기(건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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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조용필 연합 팬클럽 ‘PIL 21’
http://pil21.com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 탄생’
http://choyongpil.net
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http://www.choyongp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