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4014551-HIP힙 포켓(Hip Pocket) – Identity – Pony Canyon Korea, 2003

 

 

정체성을 기다리며

힙 포켓의 이번 음반은 정규 음반이 아니다. 한국식 용어로 하면 ‘스페셜 앨범’ 내지는 ‘1.5집’인데, 이런 음반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인기 가수의 휴식으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충 만든 음반’이다. 그러나 힙 포켓은 인기 가수가 아니며, 이 음반 또한 대충 만든 음반은 아니다. 홍보 자료대로 ‘곧 나올 두 번째 음반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시 말해 데뷔 음반과의 차별점을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올 두 번째 정규 음반의 윤곽을 짐작하게 해 주는, 비교적 모범적인 형태의 EP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는 소리다.

외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멤버의 변동이다. 베이시스트 백중현의 자리를 권용현이 대신하게 되었고, 드럼은 드럼 머신과 세션 연주자가 맡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밴드의 중심은 기타리스트 노병기에게 옮겨진 듯 하고, 실제적으로 이번 음반의 주도권은 그가 쥐고 있는 듯 하다.

음악은? 힙 포켓의 데뷔 음반이 보여준 ‘훵키’한 기운은 느끼기 어렵다. “Code”나 “A Hen Broods” 같은 곡에서 솔리드한 베이스 라인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이런 곡들조에서차도 요점은 훵키가 아니다. 요점은 ‘인더스트리얼’한 효과음과 강렬하고 무거운 기타, 드럼 머신으로 만든 싸하고 정교한 비트, 흔히 말하는 ‘하이브리드 뉴 메틀’이다. 같은 뉴 메틀이라도 전작이 ‘랩’에 주안점을 둔 ‘쌩’음악을 선보였다면 새 음반에는 ‘노래’에 기반한 인공적인 기운이 가득하다. 마이크로 싱코페이션 스타일의 비트와 육중한 기타, 중동풍의 스캣이 어우러진 ‘퓨전’ 성향의 “共”,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전자음과 드럼 머신이 차근차근 움직이다 절정에서 터지는 “Transfer” 같은 곡이 밴드의 달라진 방향을 지시한다. (잭 델라 로차(Zack de la Rocha)같은 래핑을 선보이는) “Set Up” 같은 힙 포켓의 이전 곡조차도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인공적인 싸늘함을 입혔다.

이러한 곡들에서 드러나는 음악적인 표현 방식이 다소 무난하다는(굳이 부정적으로 보자면 ‘시류에 편승했다는’) 느낌을 감출 수는 없지만 잘 뽑힌 소리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인큐버스(Incubus)를 연상시키는 “After Life”나 가끔씩 재치있는 ‘턴’을 발휘하는 가벼운 스크래치가 트럼펫과 뒤섞여 분위기를 돋우는 “A Hen Broods” 같은 곡은 ‘누구누구와 닮았다’는 소리를 하기에 앞서 곡 자체를 즐기기에 족하다. 그래서? 이 음반은 밴드의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예고하는 일만큼은 충분히 완수한 음반이다. 이들의 ‘정체성’은 곧 나올 정규 음반을 기다려 보기로 하자. 20030720 | 최민우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共(feat. 장재효)
2. Transfer
3. After Life
4. Code
5. Transfer (feat. 김이안)
6. A Hen Broods
7. Set Up (feat.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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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포켓 1집 [Hip Pocket] 리뷰 – vol.1/no.8 [19991201]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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