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25085947-0514k_haebaragi2해바라기 – 뭉게구름/여름 – 지구(JLS 1201449), 19790421

 

 

청중과 공간, 그리고 시대가 창조한 보컬 하모니

지금이야 강남 어디쯤인지 알 순 없지만, 어느 시대이건 트렌디한 청년들이 무리 지어 모이는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1970년대는 그곳이 명동이었다고 한다. 당대를 빛냈던 음악인들은 자신의 음악적 출생지가 어디였던 간에 그곳을 경유하여 트렌드가 되었다. 1977년 첫 음반을 만들어낸 해바라기 역시 명동을 근거지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음악 모임이다. 1970년대 중반 경 김의철의 주도로 생겨났으며, 이후 이정선이 리더로 등장하며 음반까지 만들어 냈다는 것, 가톨릭 회관의 한 홀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는 것, 창작곡의 발표를 그 중심으로 했다는 것 등이 해바라기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이다.

1집과 비교하여 외형적으로 변화된 것은 ‘이주호를 대신해 이광조가 멤버로 등장한다’, ‘한영애가 보컬뿐 아니라 기타로도 참여한다’는 정도다. 수록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추억의 백마강”을 비롯해 기존 곡과 동요 등을 리메이크한 부분과 창작곡을 노래하는 부분이다. 이는 이들이 공연하던 무대의 성격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듯하다. “고향의 봄”이나 “반달”과 같은 동요는 청중들과 함께 부르기에는 더 없이 적합한 곡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어느 순간이건 청중과 무대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음직하다. 그러나, 음반에 실린 기존 곡들의 재해석판은 무대에서 그것이 어떻게 불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따라 부르기의 흥겨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모니카와 슬라이드 기타가 멜로디와 화음을 연주하며 시작되는 “고향의 봄”이나 6/8박자의 왈츠를 4비트의 리듬 기타가 실어 나르는 “반달” 등은 당시로서는 흔치않은 두왑 풍의 보컬 하모니로 익숙함보다는 낯설음으로 재해석되어 있다. 기존 가요를 다시 부른 “추억의 백마강”과 “세노야” 역시 이런 재해석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창작곡을 노래하는 트랙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초창기 맨해튼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의 음악적 영향을 빨아들인 듯한 재지한 보컬 하모니에 방점을 두고 있는 각 트랙들은 그러나 이들이 참조하는 대상의 전략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생산해 내고 있다. 맨해튼 트랜스퍼의 전략이 스윙과 보컬 하모니를 통해 대중적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면 해바라기는 어쿠스틱 기타가 이끄는 사운드 위에 보컬 하모니를 얹어 냄으로 친숙함보다 낯설음을 이들이 속해있던 공간의 청중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초토화된 당시의 가요계에 일종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음악적 미학을 답습했던 징검다리와 같은 대학 노래 동아리들의 창궐이나, 참새를 태운 잠수함과 같이 이들의 활동 방식을 벤치마킹한 또 다른 대안의 출몰 등의 흐름이 이후 펼쳐지는 것을 보면 해바라기는 선구적이고 징후적이었다. 미학적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하기엔 좀 거리가 감이 있긴 하지만, 1980년대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던 메아리와 같은 대학 노래패의 등장 역시 이들의 영향력이 감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2집을 끝으로 노래 모임 해바라기는 막을 내린다. 땅의 끝을 찾아 맑은 빗물로 다시 강하한 날을 찾아. 20030725 | 신효동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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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Side A
1. 뭉게구름
2. 추억의 백마강
3. 세노야
4. 고향의 봄
5. 해바라기
6. 산사람
7. 기다림 속에서
Side B
1. 여름
2. 내 마음
3. 바람부는 날
4. 섬소년
5. 반달
6. 꽃신 속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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