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25085725-0514k_hanyoungae2한영애 – 바라본다 – 동아기획/서라벌(VIP 20068), 19880810

 

 

탁월한 해석과 표현으로 일군 주술적 카리스마

음악 스타일로 한 가수의 음악성을 예단하려는 이에게 한영애라는 존재는 분명 혼란스러운 존재이다. 음악적 출발점이었던 혼성 포크 그룹 해바라기, 반환점이었던 신촌블루스, 그리고 ‘개성 있는 여성 로커’라는 평가는 그를 둘러싼 다면적 정체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그는 세기말의 트렌드였던 테크노까지 섭렵하여, 스타일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1988년 조용히 등장하여, 예상치 않은 반향을 얻었던 2집 [바라본다]는 해바라기 시절의 잔영이 남아있던 1집에 비해, 한결 무르익은 자신의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타이틀 곡 “누구 없소?”와 앨범의 클라이맥스에 배치된 “루씰”에서 보듯, 이 앨범은 당시 음악적 동료였던 신촌블루스와의 호흡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이 앨범을 세간의 평처럼 ‘블루스의 여왕’의 탄생을 알리는 징후로만 본다면, 음악적 고집이 센 베테랑 여성 보컬리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만큼 이 앨범에는 그의 음악적 이력과 스타일에 대한 섭렵이, 최적의 소리를 찾아내기 위한 진지한 시도가 돋보이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타일에 대한 섭렵이 이런 저런 스타일을 무원칙하게 나열한 ‘세트 메뉴 식 구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앨범은 블루스에서 고전적 록큰롤, 포크, 스탠더드 팝 발라드에 이르는 스타일의 계보가 한영애라는 필터를 통해 어떤 울림을 반사해내는지 살필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스타일이란 ‘음악에 옷을 입히는 것’이라는 그의 음악관과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개성이 강하고, 이질적인 음악적 성향을 보이는 작곡가들의 곡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톤으로 조율하여, ‘한영애 표’ 곡으로 만드는 감각은 이 앨범에서 단연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귀기(鬼氣)어린 보컬과 신서사이저의 건조한 음색이 연극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여인 #3″은 팽팽한 열정과 절제 사이에 감추어진 ‘힘’을 반추하게 만드는 곡이다. 그 힘은 한영애를 형용하는 수사가 되어버린 ‘주술적 카리스마’라고 바꾸어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한영애는 자작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는 아니다. 그래서 그는 가수들에게는 명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뮤지션’의 대열에는 편입하지 못했다. 적어도 일반적인 구분에 의하면 그는 ‘뮤지션’이 아니다. 대신 그는, 그가 거쳐온 음악적 스타일, 언더그라운드에서 내공을 쌓아온 개성 강한 베테랑 작곡자들의 곡들을 자신만의 기호로 만들어 버리는 탁월한 곡 해석력과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을 지녔다. 이 앨범은 싱어송라이터를 뮤지션십의 ‘시작이며 끝’으로 보는 관행에 대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으로 보인다. 만일 이 앨범에 일관된 색채를 부여한 이를 꼽으라면, 제작과 편곡을 맡은 송홍섭도, “누구 없소?”를 작곡한 윤명운도, 신촌블루스의 두 기둥인 이정선과 엄인호도 아닌 ‘한영애’ 단 한 명을 꼽겠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듣는 이들이 더 잘 헤아려 줄 것이라 믿는다. 20030808 | 박애경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Side A
1. 누구 없소?
2. 호호호
3. 비애
4. 달
5. 여인 #3
Side B
1. 코뿔소
2. 갈증
3. 루씰
4.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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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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