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1101438-GrandaddyGrandaddy – Sumday – V2, 2003

 

 

매혹적인 훅, 그러나 조금 묽어진 ‘예쁜 진창’

지난 음반 [The Sophtware Slump](2000)를 통해 그랜대디는 그랜대디가 되었다. 세바도나 페이브먼트, 혹은 ([The Bends] 시절의) 라디오헤드라는 필터로 걸러낸 뒤 남은 것을 그랜대디의 음악이라 불러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었다는 소리이다. 그 음반은 노골적일 정도로 뻔뻔한 팝송, 낡고 성긴 소리와 모호한 음향에 대한 야심찬 연금술, 그리고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에 대한 욕심을 무리없이 섞어냈고, 그래서 훌륭한 음반이 되었다. 더불어 금간 리코더에서 새어나올 법한 제이슨 라이틀(Jason Lytle)의 목소리는 그랜대디의 음악적 핵심이 그라는 사실 이상의 존재감을 음반에 부여했다.

3년만에 나온 신보는 전작의 세 가지 요소 중 두 가지, 뻔뻔한 팝송과 소리에 대한 연금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밴드는 좋은 결과를 들려준다. 팝적인 훅은 훨씬 더 달콤해졌고, 소리의 결은 섬세해졌다. 버블거리는 신서사이저가 빚어내는 스페이스 무드, 또박또박 코드를 짚는 기타에서 나오는 잘 정돈된 노이즈, 순박할 만큼 정직하게 연주하는 베이스와 드럼은 전작보다는 좀 더 땅에 다가선 소리를 들려준다. “I’m On Standby”의 신서사이저 효과나 반짝이는 철금, 여리고 여린 코러스와 함께 울먹이는 “The Group Who Couldn’t Say”의 ‘기타 속주’ 또한 뜻 없이 몽롱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감정을 담은 것처럼 들린다.

곡들의 훅에 관해 말하라면, 들어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첫곡 “Now It’s On”부터 출렁이는 황금 멜로디들은 듣는 순간 따라 부르고 싶다는 욕구를 일깨운다. 날카로운 냉소와 비애를 함께 감추고 있는 “I’m On Standby”나 “The Group Who Couldn’t Say”는 물론이거니와 흥겨운 코러스로 문을 열어젖히는 “El Caminos In The West”도, 얼핏 퀸(Queen)의 “The Millionaire Waltz”를 연상시키는 “Stray Dog And The Chocolate Shake” 또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청자를 묶어둔다. 이런 곡들을 듣고 있는 동안에도 그랜대디 최고의 팝송은 [It’s A Cool Cool Christmas](2000)에 실렸던 “Alan Parsons In A Winter Wonderland”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은 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다만 음반의 흐름이 전작에 비해 흐트러져 있다는 생각은 계속 든다. “Lost On Yer Merry Way”나 “Yeah Is What We Had” 같은 곡이 바로 음반의 구성 때문에 희생된 곡일 것이며, “Stray Dog And The Chocolate Shake” 같은 곡이 모나게 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막상 곡에 빠져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망설임’이 느껴진다는 것이 이런 판단의 근거이다. 달리 말하면 마음먹고 쭉 듣기에는 지루할 때가 있다. “So You’ll Aim Toward The Sky”과 비슷하게 마무리하는 “The Final Push To The Sum”이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듯 하다. 그래서 음반으로서보다는 싱글 모음집처럼 들을 때 좀 더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통의 경우라면 ‘전작에 비해 방만하게 들린다’라고 차갑게 맺고 말았을지 모르나, “Bye bye… I’m on standby / According to the work order that you signed / I’ll be down for some time”(“I’m On Standby”)과 같은 코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밴드에게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20030630 | 최민우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Now It’s On
2. I’m On Standby
3. The Go In The Go-For-It
4. The Group Who Couldn’t Say
5. Lost On Yer Merry Way
6. El Caminos In The West
7. Yeah Is What We Had
8. Saddest Vacant Lot In All The World
9. Stray Dog And The Chocolate Shake
10. O.K. With My Decay
11. The Warming Sun
12. The Final Push To The Sum

관련 글
Grandaddy [The Sophtware Slump] 리뷰 – vol.2/no.18 [20000916]
Grandaddy [Concrete Dunes] 리뷰 – vol.4/no.5 [20020301]

관련 사이트
그랜대디 공식 사이트
http://www.grandaddylandscap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