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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Amnesiac | EMI, 2001

 

 

그들은 아무 것도 잊지 않았다

[Kid A](2000) 발매 이후 7개월만에 등장한 [Amnesiac](2001)의 시작을 알리는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는, 프로그래밍된 불길한 분절 비트에 맞추어 음반이 [Kid A]의 ‘불필요한’ 후속편 격 앨범임을 증명하는 것 마냥 곡해되는 계기를 만들었다(혹자는 [Amnesiac]이 “Knives Out” 하나만을 발표하기 위한 ‘부가물’이라는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밴드의 신작 [Hail To The Thief](2003)가 발매된 지금, 다시 들어보는 [Amnesiac]은 그렇게 ‘[Kid B]’ 같은 음반이었다고는 하지 못할 인상을 풍긴다.

우선 음반은 전작에 비해 곡의 유기적 연결에 훨씬 신경을 쓴 듯하다. 이런 점은 서두의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와 “Pyramid Song”에서 나타나는 상호보완적인 감정의 전달방식을 통해 드러난다.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는, 프로그래밍된 비트와 필터링 처리된 톰 요크(Thom Yorke)의 보컬이 병렬로 진행되다가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무척이나 록적인 구성으로 돌입한다. 일견 그 어떤 감정도 배제한 듯 들리지만 점층적인 사운드의 증폭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곡의 구조와 함께 하는 감정의 고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밴드가 의도한 ‘구조로서의 감정’에 동화될 무렵 이어지는 “Pyramid Song”은 힘들게 설득당한 청자의 감상을 다시 한번 급전환시킨다. 절절하게 울리는 피아노 연주와 감정을 한껏 살린 보컬은 첫 곡의 의도를 완전히 깨버리며, 피아노와 현악의 상승-하강 구조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곡의 후반부에서 그 극치를 이룬다. 다음 곡 “Pulk/Pull Revolving Doors”와 “You And Whose Army?” 역시 앞의 두 곡에 대응하는 표현방식의 요철(凹凸) 구조를 만들어낸다.

여기까지 이르면 이 음반이 단순한 [Kid A]의 동어반복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I Might Be Wrong”의 뒤틀린 매드체스터(madchester) 사운드와 스미스(The Smiths)에 대한 헌정이라는 “Knives Out”의 영롱한 기타 스트로크, 그리고 [Kid A]의 (포티스헤드(Portishead)를 연상케 하는) 꿈결같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 불길한 스트링에 감싸인 자장가 풍으로 둔갑한 “Morning Bell/Amnesiac” 또한 [Amnesiac]을 [Kid A]와는 다른 맥락에서 바라보게끔 만든다. 물론 이러한 기타사운드의 재등장이 음반을 ‘상업적 타협안’으로 받아들여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음반을 들어보기 전의 얘기이며, [Amnesiac]의 난해한 기타/앰비언트 믹스쳐 사운드를 상업적 시도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오히려 [Amnesiac]은 [Kid A]로부터 받아들인 몇몇 요소들을 섬세하게 ‘선별’해내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이런 점은, [Kid A]에서 전면적으로 부각된 ‘프리 재즈(free jazz)’의 대폭적인 영역 축소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밴드가 재즈의 연주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즉흥성’은 어지러운 엇박자와 불협화음이 소용돌이치는 “Dollars & Cents” 정도에서만 나타날 뿐, “You And Whose Army?”나 “Life In A Glass House”는 스탠다드 재즈팝의 스타일을 답습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라디오헤드와 재즈의 결합은 썩 훌륭한 조합이 아니었던 모양이다(따라서 신작 [Hail To The Thief]에서는 재즈의 요소가 완전히 축출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OK Computer]로부터 시작한 밴드의 음악적 변화의 궤적이 [Hail To The Thief] → [Amnesiac] → [Kid A] 순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의아해 할 이유는 없다. 라디오헤드는 어디까지나 ‘록밴드’라는 형태 안에서 전자음악을 조율해 내기를 바랬던 것이고, [Kid A]의 극단적인 사운드 텍스트의 변화는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절충’을 위한 사전 브리핑이었다는 해석이 합당할 것이다.

하지만 [Amnesiac]에서 라디오헤드가 목표로 한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결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러한 절충이 록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아니면 일렉트로니카에 기울어져 있는지 모호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은 후반부의, “I Might Be Wrong”의 댄서블한 리듬파트를 블루스 풍으로 연주한 “Hunting Bears”나 신디사이저 연주를 다시 한 번 샘플링하여 스크래칭한 뒤 배경음으로 사용하고 있는 “Like Spinning Plates”같은 다소 일관성 없는 수록곡간의 연결에서 나타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Amnesiac]은 밴드의 진취적인 사운드 탐색이 중단 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음반이었으며, 밴드의 이러한 노고는 [Hail To The Thief]의 록과 전자음악의 안정적인 결합을 통해 보상받게 된다. | 김태서 [email protected]

* 첨부: 토니 블레어(Tony Blair) 영국 총리에 대한 비난이라는 “You And Whose Army?”에서 드러나듯 라디오헤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밴드의 추종자들은 그들의 견해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이러한 까닭은 라디오헤드가 파편화된 메시지(“You And Whose Army?”에는 토니 블레어에 대한 ‘암시’조차 없다)와 ‘고립된 예술가 상’을 전면에 부각시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21세기에 이르러 더 이상 대중 음악이 정치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완전한 ‘오락(entertainment)’으로 전락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Rating: 7/10

 

수록곡
1.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
2. Pyramid Song
3. Pulk/Pull Revolving Doors
4. You And Whose Army?
5. I Might Be Wrong
6. Knives Out
7. Morning Bell/Amnesiac
8. Dollars & Cents
9. Hunting Bears
10. Like Spinning Plates
11. Life In A Glass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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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ight Be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