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05011952-jp4김진표 – JP4 – FARM, 2003

 

 

이것은 팝 음반이…(아니)다.

김진표의 음악이 팝인지 힙합인지를 따지는 일은 넌센스다. 그의 음악을 힙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라임 중독’과 ‘지나친 대중성’을 들어 폄하하려 할 것이고, 반대로 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그 매끈함과 고급스러움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힙합으로 듣는다면 지나치게 보컬과 멜로디에 비중을 둔 ‘윌 스미스(Will Smith) 스타일’이 거슬릴 것이고, 팝으로 듣는다면 오히려 그 대중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관점의 차이이며, 김진표 음악에 대한 평가를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일단 이 리뷰에서는 김진표의 음악을 ‘팝 음악’의 범주에 놓고 평가하기로 하겠다. 이렇게 되면 평가 기준이 ‘힙합’으로 놓고 볼 때와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다시 말해 ‘팝 음악’의 모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평가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번에는 얼마나 매끈하게 잘 뽑아냈을지…

우선 초반부 “악으로”나 “아직 못다한 이야기”와 같은 노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팝 음악’으로서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우선은 김진표의 래핑. 이전처럼 과도하게 라임에 집착하지 않고, 의미 전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그간 제기된 ‘단조로운 래핑’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는지, 음의 높낮이나 보이스 톤을 수시로 바꾸고 악센트를 주는 ‘유연한’ 모습마저도 보인다. 단적인 예가 “악으로”의 앙칼진 래핑일텐데, 본인의 낮고 굵은 목소리의 한계를 쇄신하려는 듯 ‘악에 받친’ 목소리를 들려준다. 소울풀한 배킹 보컬과의 주거니 받거니도 흥미진진한데, 이렇게 [JP4](2003)는 전체적으로 여성 보컬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정현, 애쉬, 애즈원 등등…) 이어지는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김진표식 팝 음악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복고적인 오케스트레이션과 관악 섹션, 거기에 라틴 퍼커션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 여기에 재즈 보컬리스트 빅마마킹의 보컬이 가세해 감정의 고양을 극대화한다. 김진표의 래핑 또한 변화무쌍하게 물결치다 점차 고조되고, 마지막에 여성 보컬이 키(kea)를 하나 높여 한껏 고양된 감정을 일거에 분출한다. 크레딧에 오른 ‘박근태’라는 이름이 믿기지 않을 완벽한 사운드, 그리고 청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드라마틱한 구성이 멋진 곡이다.

음반에는 이처럼 보컬 파트와 랩이 교차하는 곡들이 대부분인데, 중간중간 “환호성”이나 “시부렁”과 같은 ‘힙합쪽에 가까운’ 곡들이 배치되어 ‘지루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시부렁”에서는 김진표가 이례적으로 ‘하이톤’의 래핑을 들려주고 있는데, 듣는 이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순간일 것이다) 디제이 렉스(DJ Wreckx)를 초빙한 “천국을 꿈꾸며”나 마지막의 왁자지껄한 “에필로그” 또한 ‘튀지 않는 선’에서 음반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그러고보면 이적과 달리 김진표는 비판에 민감한 편인 것 같다. 2집 음반이 지나치게 로파이에 무거운 힙합 위주라서 ‘그 곡이 그 곡 같다’는 비판을 듣자 3집에서는 다채로운 게스트를 초빙해 ‘지루할 틈 없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3집이 수록곡 중 몇몇 ‘튀는’ 음악(“벌레”나 “분노”, “왜!” 같은)으로 인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듣자 이번에는 비교적 균일한 노래들 위주로 음반을 꾸렸다. 참가한 여성 보컬이 대부분 흑인 음악에 기반을 둔 ‘미성’의 보컬이라는 점, 키보드와 리듬 기타를 위주로 단촐하게 리듬 파트를 꾸몄다는 점 역시 음반의 ‘통일성’에 일조한다. 그 결과 [JP4]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별다른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는, 부담 없는 팝 음반으로 완성되었다. 지나치게 다채롭지도 않으며, 정도 이상 지루하지도 않다. 분명 ‘팝 음반’으로서는 나무랄 데 없는 우수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남는다. 본격적으로 ‘팝’에 투신한 3집에 이어 이번 4집까지, 그야말로 김진표는 ‘팝 음악’의 영역 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선보였다. 이제 질문이 쏟아질 차례. 김진표는 다음 앨범에서는 과연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보여줄 게 남아는 있을까? 혹시 ‘팝’에서 ‘완전힙합’으로 변신을 시도할까? 아니면 노바소닉(Novasonic) 비슷한 패착을 되풀이할까? 이처럼 4집을 기점으로 김진표는 막다른 끝에 몰린 듯하다. 이런 음악적 궁지에서 영리하게 탈출하는 것도 뮤지션의 능력일지언대, 두고볼 일이다(헌데 뭘 하든지 제발 노바소닉 같은 ‘잡탕’은 하지 말기를, 노바소닉은 김진표의 커리어 중 단연 최악이므로). 20030601 | 배성록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프롤로그
2. 악으로
3. 아직 못다한 이야기
4. 유난히
5. 환호성
6. 시간이 필요해
7. 뻥끼구락부
8. 스물다섯
9. 천국을 꿈꾸며
10. 여행
11. 시부렁
12. 너의 생일에
13. 오롤롤롤로
14. 에필로그

관련 글
김진표 [JP3] 리뷰 – vol.3/no.15 [20010801]

관련 사이트
김진표 4집 소개 사이트
http://jp4.info/
김진표 공식 홈페이지
http://jphole.com
패닉 공식 사이트
http://www.pa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