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 이정선 7집(30대) – 한국음반(HC 200252), 1985 블루스의 심화 및 확대재생산의 원점 [이정선 7집(30대)](1985)(이하 [30대]로 표기)는 그의 음악적 여정에 있어서 일종의 전환점을 이룬 작품이다. 1970년대 이정선의 음악은 단순히 ‘포크’라는 용어로 한정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외면적으로는 명백히 통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한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중심이 되었고, “섬소년”의 현악과 같은 경우처럼 편곡에 있어서도 전기로 ‘증폭’된 악기의 연주의 비중은 지극히 미미했다. 이에 비해 [30대] 앨범에 실린 “바닷가에 선들”에서의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이전의 이정선의 곡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명백히 다른, 명백히 블루스 록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그가 참여했던 신촌블루스를 비롯한 1980년대에 등장한 일군의 블루스 록 성향의 음악인들에 의해서 이것이 확대 재생산된 것이라면 이 음반을 일종의 ‘이정표’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30대]에 실린 “우연히”, “건널 수 없는 강” 등의 멜로디에서 이정선의 좀더 블루스에 파고들기 시작했음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의 적극적인 도입은 이러한 시도의 구체화를 위한 토대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블루스에 대한 관심이 이미 [이정선 4집(봄/밖엔 비가 오네요)](1979)에서부터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정선 6집(사랑의 흔적/재회)](1981)의 “사랑이 끝난 뒤”나 [이정선 6 1/2집(그대 마음은/답답한 날에는 여행을)](1981)의 “한밤중에”와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명백히 일렉트릭 기타를 비롯한 록적인 요소가 이전부터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30대]는 이전부터 그가 조금씩 추구하던 블루스나 록적인 요소의 도입이 본격화된 음반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가령 4집에 이미 실렸던 “건널 수 없는 강”을 예로 들면, 이정선의 기타 연주가 중심이 되는 곡의 구성이나 리듬패턴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단촐한 편곡이 록 밴드의 편성에 가까운 세션으로 대체되면서 상당히 활기찬 느낌을 준다. 김광석이 불러서 유명해진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나 보사노바 리듬의 “곁에 없어도 당신은”같은 곡에서가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건반연주처럼. 이정선의 ‘1980년대’의 대표곡 중 하나로 꼽을 만한 “우연히”는 사실 그가 이전까지 해 온 시도가 일정 정도 정리된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마치 핫 튜나(Hot Tuna)의 곡을 연상케 하는 블루지한 멜로디의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와, 중간중간 삽입되는 스트러밍이나 박수소리가 곡의 리듬을 부여해 주는 이 곡은 동시에 이정선의 음울하면서도 무덤덤한 창법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곡의 후반부에 기타반주 없이 등장하는, ‘단 한 번만이라도 그대를/ 이 목숨 다 바쳐서 사랑하고 싶소’라는 가사는 클라이막스가 없는 듯한 이 곡의 클라이막스일 것이다. “바닷가에 선들”이나 “울지 않는 소녀”의 간주부분에서처럼 상당히 날카로운 톤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주도적인 곡들은 이 앨범에 나타난 가장 큰 폭의 변화양태일 것인데, 다만 이정선의 어눌한 보컬이 감정이입적이기 보다 관조적인 데 반하여 일렉트릭 기타는 종종 로이 부캐넌(Roy Buchanan) 혹은 제프 벡(Jeff Beck)처럼 ‘바늘같은 핑거링’같은 형용사가 어울릴 것 같은, 블루스치고는 빠르고 화려한 연주가 자주 등장하고, 이 때문에 조금은 부조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준다. “외로운 밤에 노래를”, “우울한 여인”과 같은 어쿠스틱한 곡들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에서는 가사의 변화라는 측면에서의 변화를 주목하게 한다. 1970년대의 이정선이 집중한 소재가 자연(“산사람”, “뭉게구름”)이나 동화(“섬소년”)과 같이 종종 상징적인 부분이 많았던 데 비해, 앞서 이야기한 “우연히”(이 노래의 원제는 “남의 여자”였다)나 “외로운 사람들”과 같은 1980년대의 노래들은 일상적인 삶에서의 희로애락쪽에 다가서 있다. 또한 이러한 서정성은 앨범의 제목인 [30대]에 담긴 의미가 창작자로서의 자신의 나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듣는 대상까지도 지칭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라보아도 무방할 것이며. 동시에 그것은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이정선의 음악적 기조라 여겨진다. 20030601 | 김성균 niuuy@unitel.co.kr 0/10 수록곡 Side A 1. 우연히 2. 외로운 밤에 노래를 3. 곁에 없어도 당신은 4. 우울한 여인 5. 행복한 아침 Side B 1. 울지 않는 소녀 2. 그녀가 처음 울던 날 3. 건널 수 없는 강 4. 바닷가에 선들 5. 은이 6. 시장에 가면 관련 글 조동진 vs 이정선: ‘한국형’ 싱어송라이터의 두 개의 초상 – vol.5/no.11 [20030601] 예외적 포크 싱어, 어쿠스틱 블루스맨 : 이정선과의 인터뷰 – vol.5/no.11 [20030601] 이정선의 15년만의 라이브 [Hand Made] 리뷰 – vol.5/no.11 [20030601] 이정선 [이리 저리/거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이정선 [이정선 2집(고향이여 친구여/꽃신속의 바다)] 리뷰 – vol.5/no.11 [20030601] 이정선 [이정선 4집(봄/밖엔 비가 오네요)] 리뷰 – vol.5/no.11 [20030601] 이정선 [이정선 6 1/2집(그대 마음은/답답한 날에는 여행을)] 리뷰 – vol.5/no.11 [20030601] 이정선 [이정선 7집(30대)] 리뷰 – vol.5/no.11 [20030601] 이정선 [Hand Made] 리뷰 – vol.5/no.11 [20030601] 엄인호 vs 조동익: 후광보다 더 밝게 비친 언더그라운드의 두 불빛 – vol.5/no.13 [20030701] 한영애 vs 장필순: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여성적 측면 – vol.5/no.14 [20030716] 관련 사이트 이정선의 해바라기 다음 카페 사이트 http://cafe.daum.net/LEEJUNGSUN 신촌 블루스, 장사익, 박보 팬 사이트 http://cafe.daum.net/junggam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