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03112346-0511_leejungsun_6half이정선 – 이정선 6 1/2집(그대 마음은/답답한 날에는 여행을) – 대성음반(DAS 0018), 1981

 

 

이정선 어쿠스틱 사운드의 걸작

통기타를 중심으로 하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통기타를 노래의 반주 정도로만 생각하거나 여러 악기를 쓸 때 통기타를 악기의 중심에 놓지 않기 때문이다. 통기타에 대한 많은 애착과 높은 실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저 양념이 되기 쉽다. 이정선이 1981년에 발표한 [이정선 6 1/2집(그대 마음은/답답한 날에는 여행을)](이하 [이정선 6 1/2집])은 노래와 연주가 높은 수준으로 결합되어 있는 이정선 통기타 연주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음반이며, 듣고 나면 통기타연주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신곡들이 위주가 된 뒷면의 첫 곡 “답답한 날에는 여행을”은 보기 드물게 밝고 빠른 곡이다. 기타의 6번과 1번 줄을 D로 낮추어 치게되면 웅장한 울림을 주고 자연스럽게 모든 코드가 비화성음이 섞인 코드로 변모한다. 이런 음향은 코드에 멜로디를 가미해서 치는 전주의 스트로크에서 잘 드러난다. 간주는 클래식기타로 바꾸어 상큼한 음색의 연주를 들려주며 전주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한마음으로는”에서는 가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아란 하늘을 올려보니 강물이 보이지 않고 / 도도히 강물을 굽어보니 하늘이 보이지 않네 / 어이하랴 내 한마음으로 둘을 볼 수 없음을’과 같은 가사에서는 사회와 자신에 대한 발언을 삼가는 기존의 이정선의 가사에 비해 상당히 암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선은 1968년에 서울대 미대에 입학해서 김민기와 학교 휴게실에서 서로 기타를 치며 음악적 교류를 한 바 있다. 또한 그가 1973년에 군에서 제대했을 때 발표된 김민기의 음반이 상당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인하여 그도 음악을 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1974년에 발표된 그의 첫 음반 [이정선 노래모음(이리 저리/거리)]에서는 수록된 11곡 중에서 9곡이나 금지되면서 좌절을 맛본다. 그때 수록된 “청개구리 마음”, “바보가 되어” “거리” 등과 같은 곡들은 제목만 들어도 내용이 짐작이 가는 것들이다.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 시대를 살아가던 대학생으로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졌지만 좌절을 느끼고, 그는 자연을 소재로 한 통기타음악으로 전환한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노장사상에 심취했었고 대학교 때는 기타를 들고 떠돌아 다니기를 즐겼다. 이런 심정이 가장 잘 드러난 것들이 [이정선 2집(고향이여 친구여/꽃신 속의 바다)](1976)에서 [이정선 4집(봄/밖엔 비가 오네요)](1979)에 이르는 시기에 발표된 음반들이다. “뭉게구름”, “산사람” 등은 자연속에 묻혀 그 속에서 윤회하는 삶을 말하고 있으며, “산에 산에는”의 가사에서 ‘산에서 자란 저 아이는 제혼자 노래를 배우네’와 같은 구절은 ‘무위자연’을 말하고 있다. 그가 손수 판화로 제작한 [이정선 6 1/2집] 자켓 한구석에 있는 ‘道’ 라는 글자 역시 이런 것들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속은 여전히 조화롭지 못한 세상과 자신과의 갈등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서구사상을 노장사상을 통해서 극복하면서 ‘한마음으로 둘을 볼 수 없다’고 절망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둘 다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그의 갈등도 정리되어 이 이후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본작이 ‘6 1/2’집인 이유는, 이전의 음반에 수록되었던 곡들을 다시 연주한 것과 신곡을 반반씩 수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때운 것은 아니다. 5집에 수록되었던 “슬픈 얼굴”, “지붕위의 한낮” 등은 이정선의 걸작으로 꼽힐 만한 곡들인데 여기서는 더 빠르고 거칠게 기타를 침으로써 곡의 성격을 잘 살리고 있다. 이 시기에 이정선이 주로 사용한 통기타는 Martin이라는 미제 기타인데 이 기타의 특징은 장력이 세서 울림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손에 힘이 없으면 이 기타의 매력을 잘 살릴 수가 없는데, 아마도 국내에서 이정선만큼 Martin기타를 제대로 다루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음반에서 Martin기타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더불어 일렉기타를 가미하여 극적인 표현을 강화시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쿠스틱 사운드의 중심을 흔들지 않고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

[이정선 6 1/2]은 그가 생각하는 통기타 중심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다양한 표현과 악기를 사용하여 장인적인 솜씨로 다듬어내고 있음을 잘 드러내면서 통기타음악 시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 이후 그는 4년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성인음악으로 전향하여 신촌블루스를 중심으로 한 일렉트릭 블루스로 넘어가게 된다. 20030602 | 김형찬 khc0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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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Side A
1. 그대 마음은
2. 한밤중에
3. 세월 속에는
4. 슬픈 얼굴
5. 지붕위의 한낮
Side B
1. 답답한 날에는 여행을
2. 해송
3. 한마음으로는
4. 사랑의 흔적
5. 산에 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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