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02023747-elasticaElastica – Elastica – DGC, 1995

 

 

루 살로메, 펑크 팝을 연주하다

일래스티카, 정확히 하면 저스틴 프리쉬먼(Justine Frischmann)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남자와 표절이다. 브렛 앤더슨, 데이몬 알반, 그리고 (현재의) 스티븐 말크머스에 이르는 화려한 남자 관계, 음반 발매도 되기 전에 터진 와이어(Wire)와 스트랭글러스(The Stranglers)의 표절 의혹, 스웨이드(Suede)의 곡을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는 혐의, 거기에 더하여 스웨이드의 “Asphalt World”와 블러의 “No Distance Left To Run”이 그녀를 모델로 했다는 낭만주의적 가십까지, 그녀에게 덮어씌워진 이미지는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과 루 살로메(Lou Salome)의 타블로이드 신문 버전이다. 찰나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결국엔 밴드를 갉아먹기 딱 좋은 이런 상황을 돌파한 것은 바로 음악이다. 당연한 소리 같은가. 하지만 그렇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일래스티카의 데뷔 음반은 발매 당시 ‘뉴 웨이브 오브 뉴 웨이브(New Wave Of New Wave)’라는 명칭을 부여받았다. 무슨 뜻인지는 그 말을 한 사람들도 잘 몰랐을 것이다. 기본적인 요리법은 틈새로 요리조리 파고드는 키보드와 녹슨 경첩처럼 쉼없이 삐걱거리는 기타 위에 2∼4분대의 캐치하고 말끔한 멜로디를 얹는 것이다. 결국 뉴웨이브-펑크 팝의 재현이라는 말이 되는데, 밴드는 그것을 ‘당대적 감각’으로 말끔하게 재해석함으로써 당대에 머무르지 않는 호소력을 만들어냈다. 음반을 여는 “Line Up”이 좀 육중하고 삭막하게 느껴진다지만 날 것 그대로의 베이스가 둥둥거림으로써 나른한 그루브를 빚어낸다. “Annie”서부터 음반은 본격적으로 내달리며, 새 기계를 움직일 때의 뻑뻑한 기쁨과도 비슷하게 들리는 “Connection”과 “Car Song”은 음반의 베스트 트랙이자 ‘좋았던 브릿팝 시절’의 대표곡 컴필레이션에 실릴 자격 또한 갖춘 곡이다. [Trainspotting OST](1995)에도 실린 “2:1” 또한 지나치기 아깝다.

가사에는 ‘센슈얼’한 내용이 많다. “Line Up”은 그루피들에게 보내는 ‘걱정스런’ 경고성 메세지이며(“Another victim of line up in line / Line up in line is all I remember”) “Stutter”에서는 조루인 남자친구를 일갈하고, “Car Song”에서는 “You could call me a car lover / Cos I love it in a motor”라고 뇌쇄적으로 노래한다. 이러한 자기표현들이 위악적이거나 선정적으로 들리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프리쉬먼의 보컬 때문이다. 단단하면서도 초연한 목소리에 실려 툭툭 내뱉는 영국식 억양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희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래하는 게 아냐’라고 말하는 듯 하다.

데뷔 음반의 대대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수명은 짧았다. 잦은 멤버 교체와 프리쉬먼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음악을 압도하는 상황은 밴드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팬들은 “Indian Song”의 “It is waiting”이라는 구절을 5년 동안 되뇌어야 했고, 결국 발매된 두 번째 음반 [The Menace](2000)는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압박을 반영하듯 무겁고 공격적이었다. 밴드는 곧 해체했다. 당연히 표절 시비도 일어나지 않았다.

끝내기 전에, 표절에 대해 말하고 맺는 것이 좋겠다. “Line Up”과 “Connection”은 와이어의 “I Am The Fly”와 “Three Girl Rhumba”에서, “Waking Up”은 스트랭글러스의 “No More Heroes”에서 리프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내 말을 옹호로 받아들인다면 할 수 없지만, 그러나, 곡들을 듣다 보면 록 역사의 수많은 예들이 떠오른다. 밥 딜런과 리차드 톰슨(“Like A Rolling Stone”), 에릭 클랩튼과 앨버트 킹(“Layla”), 비치 보이스/비틀스와 척 베리(“Surfing U.S.A”, “Come Together”), 레드 제플린과 윌리 딕슨(“Whole Lotta Love”)… 내 판단에, “Line Up”과 “Connection”, 그리고 “Waking Up”은 리프와 선율을 도둑질한 뒤 편곡한 것에 불과한 모작은 아니다. 와이어와 스트랭글러스는 대리인을 내세워 화를 내는 대신 그들이 아주 상쾌하게 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어쨌거나 그들은 이미 화를 내 버렸으니, 우리라도 노래를 들으면서 웃는 게 좋겠다. 20030527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사족: 이 음반의 크레딧에 올라 있는 키보디스트는 댄 앱노멀(Dan Abnormal)이다. 누구냐고? 철자를 이리저리 바꿔 보면 친숙한 이름이 나올 것이다. 뭐가 그리 쑥스러우셨나.

수록곡
1. Line Up
2. Annie
3. Connection
4. Car Song
5. Smile
6. Hold Me Now
7. S.O.F.T.
8. Indian Song
9. Blue
10. All Nighter
11. Waking Up
12. 2:1
13. See That Animal
14. Stutter
15. Never Here
16. Vas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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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Connection”

관련 사이트
‘비공식’이 된 엘라스티카 공식 홈페이지
http://www.stutter.demon.co.uk/elast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