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02023826-komGraham Coxon – The Kiss Of Morning – EMI/Transcopic, 2002

 

 

노이즈 광신자,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다

작년 10월, 블러(Blur)를 뛰쳐나온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의 솔로 4집 [The Kiss Of Morning](2002)은 그의 솔로 경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것은 아마도 미국 인디 록 사운드의 수혜를 입은 포크(folk) 음반이라 할 만한데, 다행스럽게도 앨범은 [The Golden D](2000)의 강박에 가까웠던 기타 노이즈에 대한 집착에서 많이 벗어난 사운드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결과물을 보아 [The Kiss Of Morning]은 그의 솔로 커리어 중 최상의 음반이라 할만하다.

영롱한 기타 사운드에 맞춰 무덤덤하게 노래하는 “Bitter Tears”는 분명 그의 송라이팅 능력이 진일보했음을 확인시키는 잘 잡힌 멜로디 라인을 구사하고 있다. 듣는 이에 따라서 펄 잼(Pearl Jam)을 연상시키는(혹은 펄 잼의 정신적 지주 닐 영(Neil Young)을 떠올릴 수도) 루츠(roots)적인 기타 이펙트 사운드를 들려주는 “Bitter Tears”를 지나, 이어지는 싱글 곡 “Escape Song”은 짧게 분절된 기타 코드와 새된 목소리로 절박하게 내지르는 그레이엄 콕슨의 보컬이 잘 맞아떨어지며 긴박감을 조성해낸다.

앨범을 통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바로 놀랄 만큼 성장한 그레이엄 콕슨의 보컬리스트로서의 곡 해석 능력일 것이다. 그간 (블러에서의 최초이자 (단독작업으로는)유일한 곡이었던 “You’re So Great”나, 솔로 데뷔작 [The Sky Is Too High](1998)에서 들을 수 있듯이) 불안정하게 비틀대는 음색으로 사운드를 뒤쫓아가기에 급급했던 그의 보컬은, [The Kiss Of Morning]에 이르러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다양한 음색의 변화를 주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Locked Door”를 통해 들려오는 블루스 풍의 보컬이나 “Live Line”, “Song For The Sick”의 컨트리 창법은 약간의 의외감을 선사하면서도, 꽤나 그럴듯한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음정을 맞추는데는 고생하는 듯하지만). 특히 이러한 보컬 능력의 발전은, 각 곡의 좀 더 섬세해진 감정전달력에 발 맞추어 음반의 정과 동, 긴장과 이완을 능숙하게 풀어나가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The Kiss Of Morning]을 들으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를 지우기란 좀처럼 힘든 일이다. 여태까지 그의 작업 중에 가장 ‘팝적인’ 소리들로 채워진 이 음반을 들으며, ‘그레이엄 콕슨이 어째서 꼭 블러를 뛰쳐나가야만 했는가’ 하는 것이 그 의문일텐데, 몇몇 곡들(“Bitter Tears”나 “Escape Song”, “Just Be Mine”, “Walking Down The Highway” 등)은, 지금 당장 블러의 앨범에 실려서 싱글커트 되어도 상관없을 만큼 멋진 멜로디를 가진 곡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소속 밴드의 사운드가 맘에 들지 않아 뛰쳐나간 사람이 만들어낸 음반치고는 너무나도 자신의 원(元) 밴드와 닮은꼴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요지의 의구심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소리를 (쓸데없이 거창한 사운드 프로덕션의 도움 없이도) D.I.Y. 정신으로 제작해 냈다는 사실에 섣부른 딴지를 걸기란 쉽지 않다.

[The Kiss Of Morning]은 그레이엄 콕슨이 1990년대 말부터 보여준 모습 / 즉, 노이즈에 천착하는 ‘소리꾼’으로서의 영역을 떠나(혹은 확장하여), 존중받을 만한 송라이터의 위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음반이다. 아직까지 블러를 공식 탈퇴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다시 밴드에 합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그의 주장과, “그는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는 데이몬 알반(Damon Albarn)의 견해 중 무엇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음반은 블러와 ‘따로, 또는 같이’ 만들어 갈 그레이엄 콕슨의 음악이 여전히 흥미로울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20030606 | 김태서 uralalah@paran.com

7/10

수록곡
1. Bitter Tears
2. Escape Song
3. Locked Door
4. Baby, You’re Out Of My Mind
5. It Ain’t No Lie
6. Live Line
7. Just Be Mine
8. Do What You’re Told To
9. Mountain Of Regret
10. Latte
11. Walking Down The Highway
12. Song For The Sick
13. Good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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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Escape Song” Live

관련 사이트
그레이엄 콕슨의 레이블 트랜스코픽(Transcopic) 사이트
http://www.transcopic.com/transcopic.html
국내 그레이엄 콕슨 팬페이지
http://transcopic.hiho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