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oko – Statues – Echo/Pony Canyon(국내), 2003 그 노래의 (영광을) 다시 들려주세요 1993년 영국 셰필드(Sheffield)의 한 클럽에서 마크 브라이든(Mark Brydon)에게 로이진 머피(Roisin Murphy)라는 이름의 소녀가 물었다. “타이트한 이 스웨터가 내게 잘 어울리나요?” 이 만남은 몰로코(Moloko)라는 일렉트로니카 듀오의 결성으로 연결되었고, 소녀가 남자에게 건넨 말은 데뷔 앨범 이름이 된다. 듀엣이 [Do You Like My Tight Sweater?](1995)를 발표할 당시 영국의 일렉트로니카는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과 포티스헤드(Portishead) 앨범의 히트로 몽롱한 환각의 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몰로코의 데뷔 앨범도 그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몰로코만의 개성이 있다면 드럼 앤 베이스(drum’n bass), 정글(jungle), 하우스(house) 등 다양한 장르를 이용한 실험과 듣는 이를 매혹하는 댄스곡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훅과 실험의 결합은 썩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했고 이는 앨범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1998년 발표된 두 번째 앨범 [I’m Not A Doctor]에서는 실험적인 성향이 한층 더 강해졌었으며 데뷔 앨범의 “Fun For Me”처럼 귀에 와 닿는 곡은 자취를 감추었고 상업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듯 하였다. 하지만 1999년, 한 귀인과의 만남은 듀엣에게 큰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 몽환적인 드럼 앤 베이스 발라드였던 앨범 수록곡 “Sing It Back”은 보리스 들러고쉬(Boris Dlugosche)의 손을 거치면서 70년대 풍 디스코로 탈바꿈하였고, 음침해 보이던 로이진 머피는 뮤직비디오에서 깜찍한 디스코 퀸으로 새로 태어났다. “Sing It Back”의 Boris Musical Mix 버전은 전 유럽의 댄스 플로어에서 울려 퍼졌고, 빌보드 클럽 차트에서 1위까지 올랐다. “Sing It Back”의 성공에 한껏 고무된 몰로코는 2000년에 발매된 세 번째 앨범에선 첫 싱글로 라틴 재즈 스타일인 “The Time Is Now”를 발표하며 일렉트로니카 듀엣이라는 고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이들의 시도는 2003년에 발표된 네 번째 앨범 [Statues]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Sing It Back”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첫 싱글 “Familiar Feeling” 역시 훵키(Funky)한 기타와 오르간 소리가 전면으로 나서는 고전적인 디스코이다. 그러나 “Sing It Back”의 심플하면서도 잘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훅을 커버하기엔 좀 심심한 듯하다. 앨범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골격이 잡히는데, 실험적인 요소를 줄이고, 친숙한 멜로디로. 이전 앨범에서 에코가 잔뜩 걸리고 이펙터로 과장되었던 로이진 머피의 목소리는 보다 담백하고 꾸밈이 없이. 앨범의 컨셉은 댄스곡으로. “100%”와 “I Want You”는 1970년대 풍의 디스코이고, “Cannot Contain This”는 신서 팝에서 주된 텍스쳐를 가져왔다. 이 외에도 두 번째 앨범 [I’m Not A Doctor] 시절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Come On”과 “Blow X(by) Blow”에서도 모호하고 추상적인 비트는 사라지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질감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스타일의 변화는 이전에 비해 그들만의 비트를 잘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예전 앨범에서 가장 큰 단점이었던 깔끔하지 못한 믹싱의 마무리는 여전히 남아있고, 일부 곡에서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로이진 머피의 목소리와 완전히 분리되어 별도의 층을 이룬다. 이 리뷰에는 “Sing It Back”이란 구절이 다섯 번이나 나온다. 이는 좀 과하다 싶지만 앨범에 “Familiar Feeling”의 리믹스 버전을 두 곡이나 더 수록한 것은 제작자가 이전 “Sing It Back”이 이룬 히트의 강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닌가. 결론적으로 “Familiar Feeing”의 어떤 버전도 “Sing It Back”의 리믹스 버전을 뛰어넘지 못하고, 듣는 이에게나 리뷰를 쓰려는 이에게나 “Sing It Back”과의 비교라는 강박관념만을 심어주며, 청취용이나 춤추기 용으로 우수한 나머지 곡들에 대한 관심을 덜하게 만든다. 20030519 | 이정남 yaaah@dreamwiz.com 6/10 수록곡 1. Familiar Feeling 2. Come On 3. Cannot Contain This 4. Statues 5. Forever More 6. Blow X Blow 7. 100% 8. The Only Ones 9. I Want You 10. Over & Over 11. Familiar Feelings (Timo Maas Main Mix) 12. Familiar Feelings (Martin Buttrich Remix) 관련 사이트 몰로코의 공식 사이트 http://www.moloko.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