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Rebel Motorcycle Club – B.R.M.C. – Virgin, 2000 부유하는 노이즈를 안착시키는 리듬 당신이 친한 친구에게 어떤 음악을 추천해 주고 싶을 때 ‘장르’라는 특성을 통해 이를 설명하기는 상당히 손쉬운 일이지만, 종종 이러한 수단은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크로스오버나 하이브리드라는 용어로 설명되기 힘든 음악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는 요즈음은 더더욱 그렇다(혹은 애시당초 특정 장르로 구획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또한 특정한 밴드의 음악을 설명하는 장르적 특징이 대중음악판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가령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3인조 밴드 블랙 레벨 모터사이클 클럽(Black Rebel Motorcycle Club, 이하 B.R.M.C.)가 1990년대 초반에 등장했었다면 이들에게 어떤 칭호가 붙여졌을까. 1995년 샌프란시스코의 고등학교에 다니던 로버트 터너(Robert Turner)와 피터 헤이스(Peter Hayes)가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B.R.M.C.의 밴드명은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주연의 영화 [The Wild One]에 등장하는 폭주족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데뷔작이 나오기 이전인 1999년에 이들이 500여장 정도 제작한 16트랙의 데모 CD만으로 이들은 상당한 인지도를 획득했고, 클럽공연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은 이들의 위치를 이미 확고하게 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아시스(Oasis)의 노엘 겔러거(Noel Gallagher)와 같은 유명인사 역시 이들에 대한 애정을 밝히고, 데뷔하기도 전에 많은 레코드사의 구애를 받기도 했던 이들은 결국 버진(Virgin) 레이블에 안착하여 데뷔작 [B.R.M.C.](2000)를 발매했다. 최근의 거라지 록 리바이벌 밴드들과 같은 일련의 흐름들보다 더 넓게 생각해서, 가령 최초에 스트록스(The Strokes)가 받았던 거대한 조명까지를 포함한 일련의 흐름들을 ‘기타 록의 부활’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린다면 B.R.M.C.의 음악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좀더 가까운 연대에 대한 리바이벌에 가까운 듯이 들려 온다. 혹자는 지저스 앤 메리 체인(The Jesus & Mary Chain)이나 스페이스멘 3(Spacemen 3)와 같은 노이지한 슈게이징 밴드들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버브(The Verve)나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감성적인 멜로디를 떠올릴 수도 있다-혹은 멤버들 스스로의 인터뷰에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과 같은 밴드를 선호했음을 밝혔듯이 이들의 리바이벌의 대상은 영국의 포스트펑크 씬 쪽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음악에서 슈게이징 밴드들같은 몽환적인 부유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명백히 짐 라이드(Jim Reid)같은 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냉정한 보컬이 인상적인 첫곡 “Love Burns”에서부터 이들 사운드는 둥둥거리는 베이스라인과 드럼 사운드라는 명백한 ‘골조’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지극히 파퓰러한 멜로디와 광포한 기타 노이즈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곡의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것이다. “Spread Your Love”나 “Whatever Happened To My Rock’N Roll”와 같은 강력한 넘버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곡들에서 변칙적 비트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White Palms”같은 예외는 있게 마련이지만, 이러한 곡에서 느껴지는 드라이빙감 역시도 곡의 기본 구조를 파편화시키기 보다는 ‘분열시켰다가 다시 한 쪽으로 임팩트를 몰아가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들 음악은 역시 로큰롤의 근간에 가까운 것이며, 여기에 기타 리버브같은 이펙트나 낮은 톤의 보컬이 음울함을 더하여 다른 느낌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As Sure As The Sun”의 고딕풍 멜로디에서 근래의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의 유사성까지 느낄 때면 이들의 음악적 색깔을 근래의 야생적 거라지 사운드와 동일시키기 싫어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갑작스러운 기타 노이즈를 통해 곡의 구조가 급격히 붕괴하는 “Awake”같은 곡이 이러한 스타일을 단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곡의 전개방식은 변칙적이지만 이를 기반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탄탄한 로큰롤이라는 점. 적당한 선에서 어설프게 마무리해서, 이들을 부활한 기타 록의 방계쯤으로 몰아가 보자. 그런데 어쩌면 그러한 부분이 이들의 독특한 매력일 수 있으리라. 앨범자켓의 흑백사진처럼 빛(수려한 멜로디)과 어둠(차가운 노이즈)의 컨트라스트 대비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음악은 앞서 이야기했듯 영국 포스트펑크 씬(특히 슈게이저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부유하려는 노이즈는 탄탄한 리듬파트에 의해서 지상에 묶여지고, 이를 통해 독특한 긴장이 조성되는 것처럼. 20030518 | 김성균 niuuy4@unitel.co.kr 8/10 수록곡 1. Love Burns 2. Red Eyes and Tears 3. Whatever Happened to My Rock ‘N Roll 4. Awake 5. White Palms 6. As Sure as the Sun 7. Rifles 8. Too Real 9. Spread Your Love 10. Head up High 11. Salvation 관련 글 Neo Garage Rock Special Ⅱ(2003) Intro : 로큰롤, 잊혀진 야성의 과거로 전진하다 – vol.5/no.10 [20030516] New Albums of Neo Garage Rock White Stripes [Elephant] 리뷰 – vol.5/no.10 [20030516] Yeah Yeah Yeahs [Fever To Tell] 리뷰 – vol.5/no.10 [20030516] Immortal Lee County Killers Ⅱ [Love Is a Charm of Powerful Trouble] 리뷰 – vol.5/no.10 [20030516] Another Aspect of Neo Garage Rock Soledad Brothers [Soledad Brothers] 리뷰 – vol.5/no.10 [20030516] Mooney Suzuki, [Electric Sweat] 리뷰 – vol.5/no.10 [20030516] Lords of Altamont [To Hell with the Lords of Altamont] 리뷰 – vol.5/no.10 [20030516] Black Rebel Motorcycle Club [B.R.M.C.] 리뷰 – vol.5/no.10 [20030516] Division of Laura Lee [Black City] 리뷰 – vol.5/no.10 [20030516] Libertines [Up the Bracket] 리뷰 – vol.5/no.10 [20030516] Garage Rock Revival Ⅰ(2002)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vol.4/no.10 [20020516] Garage Roots MC5 [Kick Out The Jams] 리뷰 – vol.4/no.10 [20020516] The Stooges [The Stoog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arious Artists [Nuggets] 리뷰 – vol.4/no.10 [20020516] US Neo Garage Rock Various Artists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리뷰 – vol.4/no.10 [20020516] Detroit Cobras [Life Love and Leaving] 리뷰 – vol.4/no.10 [20020516]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Yeah Yeah Yeahs [Yeah Yeah Yeahs EP] 리뷰 – vol.4/no.10 [20020516] Immoratal Lee County Killers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ue [Find Your Home] 리뷰 – vol.4/no.10 [20020516]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Buff Medways [This Is This] 리뷰 – vol.4/no.4 [20020216] Scandinavian Neo Garage Rock Hives [Your New Favourite Band] 리뷰 – vol.4/no.10 [20020516] Hellacopters [High Visibility] 리뷰 – vol.4/no.10 [20020516] Flaming Sideburns [Hallelujah Rock ‘N’ Rollah] 리뷰 – vol.4/no.10 [200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