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7012436-Soledad20BrothersSoledad Brothers – Soledad Brothers –  Estrus, 2000

 

 

거라지를 뛰쳐나온 복고풍 살롱 블루스

네오 거라지 록(neo garage rock)의 음악적 뿌리를 꼽으라면 블루스를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런데, 노예생활의 애환과 향수에서 형성된 흑인들의 전통음악이 2000년대의 록 씬에서 또 하나의 스타일로 환생하는 현상은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더구나 자신들의 할아버지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프로-아메리칸 민요를 에너지가 넘치는 거친 록 음악으로 재생시켜 놓은 주인공들은 변두리에 사는 별 볼일 없는 백안의 청년들인 것이다. 오하이오(Ohio)주 털리도우(Toledo) 출신의 솔리대드 브러더스(Soledad Brothers) 역시 어처구니없는 복고풍 사운드를 고집하는 이상한 친구들이다.

형제 아닌 형제의 이름은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쟈니 워커(Johnny Walker)와 드러머 벤 스웽크(Ben Swank)이다. 고향의 블루스 록 밴드인 헨리 앤드 준(Henry and June)에서 같이 연주했던 이들 둘은 1998년에 다시 결합해 솔리대드 브러더스를 결성하게 되는데, 이 이상한 밴드명은 1970년에 캘리포니아 솔리대드 교도소(Soledad Prison)를 탈출하다 사살되어 인권운동을 촉발시킨 흑인 범죄자들 그룹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밥 딜런(Bob Dylan)은 “They Shot George Jackson Down”이란 곡을 바치기도 했다).

로컬 씬을 전전하던 철저한 무명 밴드가 정규 데뷔 앨범을 내게 된 데는 디트로이트 씬의 두 거물인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의 잭 화이트(Jack White)와 엠씨파이브(MC5)의 매니저였던 존 싱클레어(John Sinclair)와의 친분이 결정적이었다. 디트로이트 소재의 이탈리아(Italy) 레코드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부터 이들 오하이오 청년들과 친해진 잭은 공연 때마다 이들을 백 밴드로 세우고 자신이 제작한 옴니버스 앨범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2001)에도 참여시키는 등 충실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이 앨범에서도 잭은 레코딩 장소를 제공하고 직접 엔지니어링을 맡았으며 멕 화이트(Meg White)는 퍼커션 연주를 거들었다고 한다.

솔리대드 브러더스는 다소 어두운 무드의 애시드풍 블루스를 연주하는 거라지 록 밴드이다. 물론 거라지 록 스타일로 변형된 블루스라면 자연스레 임모탈 리 카운티 킬러스(The Immortal Lee County Killers)가 떠오를 것이지만, 임모탈 리 카운티 킬러스가 원색적인 남부 블루스를 파괴적인 펑크 스타일로 망가뜨렸다면 이들은 보다 복고지향이 강한 순수주의 블루스에 치우쳐진 듯 하다. 또한 솔리대드 브러더스의 경우 블루스뿐만 아니라 부기우기, 로커빌리, 컨트리 등 다양한 루츠 음악에 손을 대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무대 아나운서가 오프닝 멘트를 하는 것처럼 시작되는 첫 곡 “Gospel According to John”에서부터 촌티 물씬 풍기는 로-파이 일렉트릭 블루스의 잔치가 벌어진다. 개 짖는 소음으로 시작해 틱틱거리는 드럼 스틱 소리를 배경으로 구성지면서도 현란한 하모니카 연주가 펼쳐지는 “What Hath God Wraught”를 지나면 “The Weight of the World”, “Lovin’ Machine” 등 특유의 점성과 당기고 끊어 치는 리듬감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는 완연한 블루스 록 넘버들이 등장한다. 또 “Shinning Path”는 갑작스런 나른함을 선사하는 어쿠스틱 블루스 소품인데, 한껏 이완되었던 무드는 곧 “Rock Me Slow”의 흥겹고도 뻔뻔스런 비트에 의해 깨어지고 만다. 이 곡에서는 디스토션을 살짝 먹인 빠르고 반복적인 업다운 기타 스트로크가 비교적 펑키하게 지속되는데, 여태까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던 벤의 드라이빙감 넘치는 드럼 비트가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하이햇(hi-hat) 소리를 흉내내듯 앞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칫칫’거리는 바람소리는 장난스럽지만 그 어떤 효과음보다 감칠맛을 더한다.

한편, 앨범의 후반부는 “Handle Song”, “I-75 Boogie” 등 부기우기 스타일의 흥겨운 트랙들과 다소 동어반복적인 로큰롤 넘버들로 채워져 있다. 다만 시카고 블루스의 전설인 하운드 도그 테일러(Hound Dog Taylor)의 고전을 커버한 “Gimmie Back My Wig”은 울먹거리는 듯 필터링된 보컬과 거친 기타음이 흥겹고도 짜증스런 느낌을 전해준다. 또 섬세하면서도 과장된 쟈니의 슬라이드 기타음이 제목처럼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마지막 곡 “Mysterious Ways”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앨범의 라이너 노트를 쓴 존 싱클레어는 이들의 블루스를 ‘자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참신하고 진지한 블루스 록의 재생’이라고 극찬하고 있지만, ‘구닥다리 술집 블루스(saloon blues)같다’는 혹평도 공존하고 있다. 네오 거라지 록을 일관된 스타일이 유지되는 배타적인 카테고리 안에 가둘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들의 음악에서 거라지 록의 거친 야성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건반과 색서폰, 베이스 등을 연주하는 올리버 헨리(Oliver Henry)를 영입해 만든 두 번째 앨범 [Steal Your Soul and Dare Your Spirit to Move](2002)은 이러한 특성이 본격화되었을 뿐 아니라 블루스적 감성과 기법에 보다 충실해져 있다. “Miracle Birth”와 같이 직설적인 거라지 록 넘버가 있긴 하지만 기타와 하모니카에 더해진 색서폰과 올갠의 장식음은 풍성함을 넘어 난잡하게 들린다.

이들의 공연장에서 청중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다소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솔리대드 브러더스의 거라지 록은 이제 차고 안의 투박한 아마추어리즘(amateurism) 대신에 선술집의 취기를 돋우는 업소 음악처럼 궁상을 떨고 있는 듯 하다. 만일, 끈적거리는 구닥다리 음악에 빠져 있는 앞날 창창한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생각이다. ‘취기에 흐느적거리는 록이여 펄펄뛰는 차고의 야성으로 돌아오라!’라고…20030424 | 장육 EVOL62@hanmail.net

6/10

수록곡
1. Gospel According to John
2. What Hath God Wraught
3. The Weight of the World
4. Front St. Front
5. Lovin’ Machine
6. Cadillac Hips
7. Shinning Path
8. Rock Me Slow
9. Handle Song
10. St. Ides of March
11. Sugar & Spice
12. I-75 Boogie
13. Do the Heartstopper
14. Gimmie Back My Wig
15. Mysterious 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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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Soledad Brothers 공식 사이트
http://www.soledadbroth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