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Lee County Killers Ⅱ – Love Is a Charm of Powerful Trouble – Estrus, 2003 잔혹 블루스, 루츠로 회귀하다 미국의 네오 거라지 록(neo-garage rock) 씬에는 유독 듀오로 구성된 밴드들이 많다. 이를 대표하는 밴드라면 응당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이겠지만, 가장 독특한 태도와 사운드를 지닌 밴드라면 임모탈 리 카운티 킬러스 Ⅱ(The Immortal Lee County Killers Ⅱ; 이하 ILCK Ⅱ로 표기)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리(Lee) 카운티의 불사조 살인마들’이라는 밴드명은 마치 삼류 슬래셔(slasher) 영화의 제목 같이 황당하고, 허름한 양복에 큼직한 맞춤 기타(custom-made guitar)를 메고 흉하게 일그러진 블루스나 연주하는 촌뜨기들이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런 코웃음은 이내 사라질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펑크와 블루스의 부정(不淨)한 난교’ 정도로 표현할 만한 또 하나의 괴물인 것이다. 밴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들의 정규 2집 앨범 [Love Is a Charm of Powerful Trouble]은 멤버가 교체된 2기 ILCK의 첫 작품이다. 즉 기타와 리드 보컬을 맡고 있는 밴드의 리더 체틀리 “엘 치타” 와이즈(Chetley “El Cheetah” Weise)와 함께 전작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2001)를 작업했던 드러머 덕 “더 보스” 셔라드(Doug “the Boss” Sherrard) 대신에 J.R.R. 토키엔(J.R.R. Tokien, “The Tokien One”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림)이 가입했다. 이들 둘은 치타가 이끌었던 로컬 거라지 펑크 밴드 쿼드러제츠(The Quadrajets)에서 같이 활동한 적이 있는 동료 사이인데, 드럼 뿐 아니라 탬버린(tambourine), 트랩스(traps) 등의 타악기 연주에 능한 토키엔이 덕 “더 보스” 셔라드의 속사포 같은 비트를 어떻게 인수인계했는지 궁금한 대목이지만 정작 그는 자기가 새로운 보스라고 너스레를 떨 뿐이다.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 무지막지한 고출력의 사운드를 뽑아내던 앰프 여섯 대가 고장났으며 합주실 바로 옆이 교회였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 얘기를 접하고 나니 과연 얼마나 강력한 곡들일지 내심 궁금해진다. 첫 곡 “Robert Johnson”과 이어지는 “She’s Not Afraid of Anything Walking”은 이들의 전매특허인 무자비한 기타 쇳소리가 귓전을 강타하는 트랙들이며 “Shitcanned Again”, “Love Is a Charm” 등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또 후반부에 등장하는 “Don’t Let Nothing Hurt Me Like My Back and Side”는 이들의 초기 싱글 앨범 [Big Damn Roach/Nothin’ Hurts Like My Back N Side(Macon)](2000)에 수록되었던 “Nothing Hurts Like My Back N Side”의 리믹스 버전으로 볼 수 있는데, 원곡에 비해 파괴적이면서도 변칙적인 기타 리프와 변박이 난무하는 앨범의 백미이다. 이런 곡들에서 치타의 기타 연주는 가공할 스피드와 거친 노이즈를 뿜어내고 기타음은 거의 짓뭉개져서 들리지만 두 대의 앰프와 스위치 박스(switch box)를 이용해 베이스의 빈자리까지 커버하는가 하면 슬라이드 주법을 가미해 블루스적 터치를 가하는 나름의 기교를 선보인다. 꺼끌꺼끌하게 목쉰 창법과 따로 노는 듯한 음정이 특징인 치타의 보컬도 거친 기타 음색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특유의 잔혹 블루스(brutal blues)는 이 정도일 뿐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남부 블루스를 속도감 넘치는 펑크 리프로 난도질(chopping about)했던 전작에 비해 신경질과 광기도 다소 무디어진 듯 하다. 블랙 플랙(Black Flag)의 광포한 스피드와 닮았던 “Killer 45”나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원곡을 무자비한 펑크-블루스 잼으로 변모시켰던 “Rollin’ Stone”에 필적할만한 살기는 느껴지지 않으며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데뷔작의 충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미국 루츠(roots) 음악의 감성에 다소곳이 어깨를 기대는 의외의 트랙들이다. “Truth Through Sound”는 찌그러진 슬라이드 주법과 토키엔의 탬버린 연주가 느슨하게 호흡하는 어쿠스틱 블루스이며, 커버곡인 “What Are They Doing in Heaven Today?”도 소박하게 느껴지는 3박자의 포크송이다. 역시 커버곡인 “Weak Brain, Narrow Mind”는 시카고 블루스의 전설 윌리 딕슨(Willie Dixon)의 원곡을 끈적끈적한 컨트리-블루스(country-blues)로 재생해 놓았는데, 구성진 치타의 보컬과 아련하게 퍼지는 토키엔의 심벌 소리는 난도질 해놓은 해체물 앞에서 후회와 허탈함을 느끼듯 구슬프기까지 하다. 그 밖에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의 거장이었던 알 엘 번사이드(R.L. Burnside)의 명곡 “Goin’ Down South”나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홀리스(The Hollies),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이기 팝(Iggy Pop) 등이 불러 유명해진 “That’s How Strong My Love Is”, 블루스 록의 고전 “Rollin’ and Tumblin’” 등 곳곳에 등장하는 다수의 커버곡들은 거칠게 윤색되기도 하고 블루스 특유의 점성을 함유하기도 하지만 모범생다운 시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착실한 뿌리 찾기로 평할만한 ILCK Ⅱ의 시도는 남부 루츠 음악의 원초성을 지키려는 자기방어의 의도로 보인다. 노이즈를 통해 블루스적 원형에 왜곡을 가하고 있는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Jon Spencer Blues Explosion)에 대해 치타는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나는 거짓말쟁이다. 그러나 그들은 뉴욕 출신이며 우리는 앨라배마(Alabama)에서 왔다”라는 말로 남부의 원조 블루스에 뿌리를 둔 자신들의 음악적 차별성을 강조한다. 또 ILCK Ⅱ와 같이 블루스적 색채를 띤 거라지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에 대해서도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모타운(Motown) 레이블 계열이라면, 우리는 스택스(Stax) 레이블 류에 가깝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음악도 자신들에 비하면 매끈한 양키 블루스에 불과하다는 조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감성에 호소하는 나약한 음악으로 인식되던 블루스로부터 추출한 원초적 에너지를 투박한 거라지 록으로 연결시킨 스타일의 발견은 의미 있는 공헌이다. 한편, 난도질을 잠시 거두고 뿌리로의 회귀를 시도한 이들 리 카운티 듀오의 변모는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비비 킹(B.B. King)과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노쇠한 결탁에 비한다면 윌리 딕슨과 촌동네 거라지 록커들의 만남이 훨씬 매력적인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 하다. 20030415 | 장육 EVOL62@hanmail.net 7/10 수록곡 1. Robert Johnson 2. She’s Not Afraid of Anything Walking 3. Weak Brain, Narrow Mind 4. Shitcanned Again 5. Goin’ Down South 6. Love Is a Charm 7. Truth Through Sound 8. Rollin’ and Tumblin’ 9. Don’t Let Nothing Hurt Me Like My Back and Side 10. That’s How Strong My Love Is 11. What Are They Doing in Heaven Today? 관련 글 Neo Garage Rock Special Ⅱ(2003) Intro : 로큰롤, 잊혀진 야성의 과거로 전진하다 – vol.5/no.10 [20030516] New Albums of Neo Garage Rock White Stripes [Elephant] 리뷰 – vol.5/no.10 [20030516] Yeah Yeah Yeahs [Fever To Tell] 리뷰 – vol.5/no.10 [20030516] Immortal Lee County Killers Ⅱ [Love Is a Charm of Powerful Trouble] 리뷰 – vol.5/no.10 [20030516] Another Aspect of Neo Garage Rock Soledad Brothers [Soledad Brothers] 리뷰 – vol.5/no.10 [20030516] Mooney Suzuki, [Electric Sweat] 리뷰 – vol.5/no.10 [20030516] Lords of Altamont [To Hell with the Lords of Altamont] 리뷰 – vol.5/no.10 [20030516] Black Rebel Motorcycle Club [B.R.M.C.] 리뷰 – vol.5/no.10 [20030516] Division of Laura Lee [Black City] 리뷰 – vol.5/no.10 [20030516] Libertines [Up the Bracket] 리뷰 – vol.5/no.10 [20030516] Garage Rock Revival Ⅰ(2002)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vol.4/no.10 [20020516] Garage Roots MC5 [Kick Out The Jams] 리뷰 – vol.4/no.10 [20020516] The Stooges [The Stoog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arious Artists [Nuggets] 리뷰 – vol.4/no.10 [20020516] US Neo Garage Rock Various Artists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리뷰 – vol.4/no.10 [20020516] Detroit Cobras [Life Love and Leaving] 리뷰 – vol.4/no.10 [20020516]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Yeah Yeah Yeahs [Yeah Yeah Yeahs EP] 리뷰 – vol.4/no.10 [20020516] Immoratal Lee County Killers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ue [Find Your Home] 리뷰 – vol.4/no.10 [20020516]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Buff Medways [This Is This] 리뷰 – vol.4/no.4 [20020216] Scandinavian Neo Garage Rock Hives [Your New Favourite Band] 리뷰 – vol.4/no.10 [20020516] Hellacopters [High Visibility] 리뷰 – vol.4/no.10 [20020516] Flaming Sideburns [Hallelujah Rock ‘N’ Rollah] 리뷰 – vol.4/no.10 [20020516] 관련 사이트 The Immortal Lee County Killers Ⅱ 공식 사이트 http://www.leecountykill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