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3104155-madonnaMadonna – American Life – Warner 2003

 

 

특급 이미지 메이커의 대실수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어버린 마돈나(Madonna)가 자신이 작곡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유효기간이 지난 스타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은, 그녀가 항상 주류 팝계의 새로운 조류를 읽어내는(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험과도 같았던 일렉트로닉으로의 방향선회를 감행한 [Ray Of Light](1998)와 [Music](2000)의 대중적 성공은, 이러한 그녀의 감식안이 여전히 탁월함과 동시에, 이를 소화해내는 ‘마돈나’라는 대중음악 산업의 거대 ‘필터’가 아직 그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예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돈나의 신보 [American Life](2003)는 상기 두 앨범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는 음반이다. 물론 [Ray Of Light]가 신비로운 고딕 이미지의 마녀를 불러들이고 [Music]이 서부의 카우걸 이미지를 차용한 것처럼, 그녀는 [American Life]에서 ‘평화의 전사’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쓴다. 하지만 [Ray Of Light]와 [Music]이 차용한 이미지 사이의 거리감만큼이나 음악적 성향 역시 달라졌음을 떠올려 볼 때 신작의 음악이 조금 방만한 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첫 싱글이자 논쟁적인 비디오 클립으로 화제를 모았던 첫 곡 “American Life”부터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작의 히트곡인 “Music”의 (이번에는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을 몰아내고 완전히 프로듀서 자리를 차지한) 미르와 아마자이(Mirwais Ahmadzai)와 공동 작업한 “American Life”는 “Music”의 애시드(acid)한 분위기를 덜어내고 팝적인 성향을 대폭 강화한 것처럼 들리는데, 이러한 특징은 앨범 전체를 규정짓는 성격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음반은 불규칙적인 일렉트로닉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가 공존하는 ‘이색적이지만 평이한’ 사운드 속에 머무르고 있고, 이러한 미르와 아마자이의 특성은 이미 [Music]의 “Don’t Tell Me”를 통해 드러난 부분이다.

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 지나치게 돌출되는 부분 없이 진행되는 곡의 구조에 있을 것이다. 물론 “American Life”와 “I’m So Stupid”같은 곡은 나름의 자극을 안겨주지만 이는 작곡의 구조가 그렇다기 보다는 마돈나 본인의 독특한 개성에 기대는 부분이 커 보인다. 특히 이러한 점은 후반부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Nothing Fails”를 기점으로 시작되는(“Intervention”, “X-Static Process”를 지나 “Easy Ride”까지 이어지는) 상당히 지루한 발라드 트랙들은 뿅뿅대는 전자음 충만한 클럽 댄스곡 “Nobody Knows Me”를 한 번 더 듣게 하는 역할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물론 매우 세심하게 다듬어진 사운드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마돈나 급의 초특급 메이저 가수라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연히 그렇게 뽑아져 나와야 하는 것일 뿐이다. “Nothing Fails” 의 후반부 조금은 난데없는 고스펠(gospel) 코러스나, “Die Another Day”의 불길하게 분절된 오케스트라 샘플링 등은 잠시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결코 음반의 평가 자체를 재고하게는 하지 못한다(괜한 딴지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Mother And Father”의 그 간드러진 목소리는 45살의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

마돈나가 지금까지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차용)을 통해 (팝계의 순환과 가수 본인의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노화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는 오락거리를 제공해 왔음은 인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덕스런 주류 팝계에서 ‘장수하는 디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녀를 (아티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특급 엔터테이너’라 칭하는데 인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American Life]는 바로 이러한 마돈나의 ‘전략’에 충실하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도 못한 음반인 듯하다. 단정적으로 말해 그녀는 이전 두 음반을 통해 이룩한 ‘일렉트로닉 디바’의 이미지에 손쉽게 안주해 버렸다. 그런 점에서 [American Life]는 마돈나가 그간 쉽게 걸려들지 않았던 대스타의 자기함정, 즉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 속에 정착해서 점차적으로 그 신선함을 상실해 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20030503 | 김태서 uralalah@paran.com

4/10

* 이 글은 영화웹진 [조이씨네](www.joycine.com)에 게재되었습니다.

수록곡
1. American Life
2. Hollywood
3. I’m So Stupid
4. Love Profusion
5. Nobody Knows Me
6. Nothing Fails
7. Intervention
8. X-Static Process
9. Mother And Father
10. Die Another Day
11. Easy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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