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nda Williams – World Without Tears – Lost Highway, 2003 대담하고 거칠게 들춰내는 삶의 모순 그간 외국 평론가들 사이에서 루신다 윌리엄스(Lucinda Williams)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격찬을 받아왔다. 1979년 데뷔앨범 [Ramblin’]을 시작으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총 7장의 정규앨범만을 냈을 정도로 과작(寡作)이었지만, 록큰롤을 기반으로 컨트리와 블루스, 포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스타일과 평범한 일상의 이중적인 단면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시적 가사, 그리고 주류 음악계와 타협하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해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런 평가를 받기에 그다지 과분한 것은 아니었다. 2003년 발표된 그녀의 일곱 번째 앨범 [World Without Tears] 역시 그간의 찬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사주간지 ‘Time’은 최근호에서 그녀를 ‘록을 하는 시인(A Poet Who Rocks)’이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이제 그녀는 50줄에 들어선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악인생에서 비평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최고조의 위치에 올라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차분했던 전작 [Essence]에서와는 달리 검은 가죽팬츠에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쉐릴 크로우(Sheryl Crow)의 이미지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과연 무엇을 통해 그것을 가능케 했을까? 사실, 루신다 윌리엄스의 음악은 특정한 카테고리에 딱 맡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단 1970년대 텍사스를 중심으로 이른바 얼터너티브 컨트리 록(Alternative Country Rock)의 탄생에 시원적인 역할을 한 라일 로베트(Lyle Lovett)를 위시한 싱어송라이터들의 일군에 속해있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음악이 기본적으로 록에 기반을 둔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 밥 딜런(Bob Dylan)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영향하에서 그녀의 음악이 좀더 전통적인 컨트리와 포크 사운드에 가까웠고 블루지한 느낌마저 가미되었다. 컨트리라 하기엔 너무 록 스타일이고, 록이라 하기엔 컨트리 색채가 짙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이른바 내쉬빌(Nashville)사운드로 대변되는 라디오 방송용으로 적합한 듣기 편한 곡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거칠고 무거운 저음의 보컬에 전해지는 감추고 싶은 삶의 진실과 절망은 지극히 우울하고 정서를 자극했다. 완고한 메이져 레이블로부터 버림받고 잘 갖춰진 스타시스템으로부터 멀어지면서도 곡에 담긴 이러한 감정 표현만은 줄곧 고수해 왔다. 이번 앨범에선 그 감정적 어두움이 가사뿐만 아니라 다분히 록킹(rocking)해진 사운드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거칠고 가공되지 않은 빈티지(vintage)한 60년대 록 사운드에 의존하고 있다. 강하게 디스토션이 걸려 지글거리는 기타는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를 연상시키며(“Righteoulsy”), 친숙한 멜로디에 간명한 리프와 흥겨운 리듬을 앞세운 롤링 스톤즈(Roling Stones)식의 컨트리 록 넘버(“Real Live Bleeding Fingers And Broken Guitar Strings”)가 있는가하면, 무겁게 내리치는 드럼과 거친 기타소리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Black Sabbath”처럼 섬뜩한 분위기를 만드는 “Atonement”는 얼핏 듣기에도 화이트 스트라이프스(White Stripes)가 연상되는 60년대 거라지 록(Garage Rock)의 재생에 다름이 아니다. 이는 자칫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를 목표로 변신을 시도했던 셀린느 디옹(Celine Dion)처럼 어색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녀만의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보컬은 이런 우려는 감소시킨다. 때론 애밀루 해리스(Emmylou Harris) 만큼이나 가슴 저미는 절절함이 있으면서도 쉐릴 크로우처럼 격정적이면서 어둡고 터프한 매력을 동시에 주는 그녀의 보이스는 록이나 블루스 스타일의 곡에도 잘 어울리면서 록 사운드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한 가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장르와 스타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 안으로 포섭시키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완전히 록커(rocker)로 변신한 것은 아니다. 나머지 대다수의 곡들은 느린 템포의 감성적인 발라드곡들이다. “Fruits of My Labor”, “Overtime” 같은 곡에선 기타의 트레몰로가 영롱한 울림을 만들어 따뜻한 느낌을 주며 무거운 분위기의 곡들 사이에서 “Ventura”, “Minneapolis”, “People Talking” 같은 애조가 흐르는 컨트리 곡들은 긴장감을 덜고 감정을 이완시켜 준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낭랑함과는 거리가 있다. 한편, 그 목소리로 그녀는 삶의 모순적인 이중성을 줄곧 노래해 왔다. 그것이 그녀 자신의 삶인지. 미국인의 삶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항상 수수께끼 같은 가사로 채워졌으며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여타 가수들과는 달랐다. 말하자면, 사랑의 기쁨보다는 그로 인해 상실되는 것에 더 주목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녀의 노래가 모두 어두운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앨범에서 그런 면이 강조되어 대담하고 잔인하리만큼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들을 도려내고 있다. 오랜 연인의 사이에서도 사랑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음을 노래한 “Those Three Days”, 학대받고 자란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인 “Sweet Side”, 춥기로 유명한 미네소타의 하얀 눈에 사랑의 상처를 씻어내겠다는 “Minneapolis”처럼 사랑의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속성을 노래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을 여과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약물에 취한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목소리처럼 부정확한 발음으로 웅얼거리듯 내뱉는 그 노래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사실 25년의 음악경력에서 최근 10년 사이에 발표한 앨범이 4장이나 되고 그것들이 가장 비평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을 상기시켜본다면 이런 그의 노래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어나는 삶의 경험의 체득에 따라 더욱 진실성을 갖기에 절실히 와 닿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볼 때, 루신다 윌리엄스의 새 앨범 [World Without Teas]는 전작들에 비해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훨씬 어두워졌으나 그것이 어색하다거나 뜬금없다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또한 결코 편안한 감상의 여유를 제공해 주지도 않고 다소 불쾌한 느낌마저 줄 수 있지만, 진실된 내면세계가 담긴 가사나 투박하지만 기교 부리지 않은 사운드는 그녀 목소리의 작은 떨림 하나라도 존재감있게 느끼게 하며 그녀의 음악적 연륜과 깊이를 전해준다. 최근 수년간 일련의 팝 디바들이 자기복제와 과정을 거치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상업적 전략에 얽매여 오버하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며 몰락해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 장수하는 아티스트로서 하나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섣부른 판단일수 있지만, 이번 루신다 윌리스엄스의 새 앨범은 나의 올해의 베스트 목록에 분명 올라가 있을 것이다. 20030508 | 김승익 holy3j@hotmail.com 8/10 수록곡 1. Fruits of My Labor 2. Righteously 3. Ventura 4. Real Live Bleeding Fingers and Broken Guitar Strings 5. Over Time 6. Those Three Days 7. Atonement 8. Sweet Side 9. Minneapolis 10. People Talkin’ 11. American Dream 12. World Without Tears 13. Words Fell 관련 사이트 Lucinda Williams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lucindawilliams.com Lucinda Williams에 관한 각종 읽을꺼리들 http://www.lonestarwebstation.com/lucind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