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그네 – 고고 생음악 1집 – 오아시스, 1976 (LP) / 리듬온, 2010 (CD) 그룹 사운드계의 신동들, 가요에 도전하다 “해뜰 날”, “해변의 여인”, “정”, “내 마음은 풍선”, “내 곁에 있어주”. 발표 시점의 차이는 있어도 ‘가요 반세기’같은 책자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불멸의 히트곡들이다. 달리 말한다면 원만한 취향의 대중가요이기 때문에 그것 이상을 바라는 사람이 관심을 기울일 곡들은 아니다. 최이철, 김명곤, 이남이, 김태흥, 이철호 등의 이름을 보고 한껏 기대치를 높이고 이 음반을 접한다면 ‘도대체 이런 곡들을 왜?’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실제로 “해변의 여인”이나 “내 곁에 있어주”를 먼저 듣는다면 ‘그저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두 트랙 모두 ‘슬로우 록’ 리듬에 기초하여 편곡되어 있다. 신씨사이저와 기타가 만들어내는 대선율에 센스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원곡의 평이함이 지배적으로 작용한다. 서스테인이 길게 뽑는 신씨사이저 소리는 워낙 고색창연해서 별다른 감흥을 얻기 힘들다(당시는 ‘매혹의 소리’였을 텐데 참 인간의 귀는 간사하다). 앞면 마지막 트랙인 “정”도 조용필이 부른 버전에 비하면 ‘뽕끼’가 적지만 위 두 곡들과 더불어 밤무대의 정서와 어울리는 곡이다. 이 세 곡들은 이른바 ‘부루스 타임’에 어울리는 곡이다. 음반의 제목이 ‘고고 생음악’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LP의 앞면과 뒷면의 처음을 차지하고 있는 두 곡은 ‘말이 필요없는’ 음악이다. 원곡은 “해뜰 날”과 “내 마음은 풍선”이다. 송대관과 장미화가 불러서 스매시 히트를 기록한 곡이자 “해뜰 날”의 경우 이른바 ‘트로트의 왕정복고’를 선언한 곡으로 악명높은 곡이다. 물론 진지한 음악 감상자에게만 그럴 뿐이지만… 각설하고 이 곡들은 ‘롱 버전’이다. “해뜰 날”은 8분 이상, “내 마음은 풍선”은 11분 이상 연주가 계속된다. 내 마음의 풍선의 경우 최이철과 김명곤이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가 등장하지만 “해뜰 날”에는 보컬 없이 연주로만 지속된다. 당연히 중간에는 잼 세션 형식의 연주가 계속된다. 주 멜로디는 장조이지만 잼 세션이 시작되면 블루스 스케일로 바뀌면서 4도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는 코드 진행 위에서 기타와 키보드가 ‘둘이서 참 잘 논다’. “해뜰 날”에서는 키보드가 먼저 설치다가 기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내 마음은 풍선”에서는 반대의 순서로 진행한다. 최이철의 기타는 즉흥 솔로를 하다가 키보드 솔로가 나오면 코드워크를 바탕으로 깔짝거리는 리듬을 만들어 내고 김명곤의 키보드 역시 비슷하게 임무를 교대한다. 물론 둘이서 이렇게 잘 놀 수 있는 것은 이남이의 베이스와 김태흥의 드럼이 워낙 딱딱 맞는 그루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곡을 실전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 아, 그리고 “내 마음의 풍선” 중반부의 드럼 솔로와 샤우팅이 들어가는 이색적 부분도 있다. ‘생음악’이라는 단어가 주는 ‘현장감’을 잘 전달해 준다. ‘최이철과 그의 동료들’의 경력을 고려한다면 이 음반은 아이돌의 음반에서 ‘팝’을 ‘가요’에 도전해 본 작품일 것이다. 또한 아이돌 시기의 ‘싸이키’ 사운드로부터 사랑과 평화 시기의 훵키 사운드로의 과도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단지 과도기라고 해서 별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1976년, 그러니까 대마초 파동으로 서리가 내렸을 때 고고 클럽에서는 여전히 잘 놀던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 ‘놀던’ 사람들 가운데 첨단적인 사람들은 ‘쿵쿵짜궁’거리는 고고 리듬을 넘어 무언가 새로운 리듬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이들이 잘 놀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자작곡은 아니더라도 기성곡의 새로운 해석을 통한 ‘제 2의 창조’를 만들어낸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감각과 재기가 번뜩이는 연주이고 그것만으로도 이 음반의 가치는 충분하다. 20030428 | 신현준 homey@orgio.net 0/10 * 이 음반은 2010년 11월 리듬온에 의해 LP 미니어처 형태의 CD로 300장 한정으로 재발매되었다. 수록곡 1. 해뜰 날 2. 해변의 여인 3. 정 Side B 1. 내 마음은 풍선 2. 내 곁에 있어주 관련 글 사랑과 평화를 향한 구비구비 머나먼 길(The Long And Winding Road To Love And Peace) – vol.5/no.8 [20030416] 베테랑 훵키맨 이철호와의 인터뷰 – vol.5/no.8 [20030416] 송홍섭과의 인터뷰 – vol.5/no.8 [20030416] 훵키 록의 혁신자 최이철과 그의 동료들과 나눈 ‘옛 이야기’ – vol.4/no.21 [20021101] 프론트맨보다 더 중요한 사이드맨, 이남이와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춤을] 리뷰 – vol.4/no.19 [20021001] 사랑과 평화 1집 [한동안 뜸했었지]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Disco]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2집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넋나래]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3집 [Vol.1(노래는 숲에 흐르고/울고 싶어라)]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4집 [바람불어/샴푸의 요정]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5집 [못생겨도 좋아/환상]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6집 [Acoustic Funky(얼굴보기 힘든 여자)]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7집 [The Endless Legend] 리뷰 – vol.5/no.8 [20030416] 유라시아의 아침 [유라시아의 아침] 리뷰 – vol.5/no.8 [20030416] 철가방 프로젝트 [노래를 배달해드립니다]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의 ‘평화 콘서트’ 열린다 – vol.5/no.8 [20030416] 관련 사이트 사랑과 평화 공식 사이트 http://www.grouploveandpe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