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30061255-0508lovepeace_7th사랑과 평화 – The Endless Legend – 레오뮤직/도레미, 2001

 

 

‘끝나지 않는 전설’을 향한 행보

사랑과 평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하다. 한국에는 거의 없는 훵키한 (록)음악을 구사하는 밴드였다는 점도 그렇고 현재까지 동일한 이름을 내걸고 결성 27주년이 되는 밴드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창단 멤버 중 남은 멤버인 이철호는 쉰 줄이 넘었고 1988년에 참여한 이병일(드럼)은 물론, 이승수(베이스), 이권희(키보드), 송기영(기타) 등 다른 멤버도 불혹의 연배다. 1996년 6집을 발표한 이래 ‘한동안 뜸’하던 그들이 최근 새로운 음반을 발표했다. 기존의 곡을 새로 녹음한 ‘베스트 앨범’을 ‘Love’라는 표제를 단 첫 번째 씨디에는 흥미롭게도 원년 멤버 최이철(기타, 보컬)과 이남이(보컬)가 참여했다. 사랑과 평화의 현재의 모습은 ‘Peace’라는 표제의 ‘뉴 앨범’에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공들였다는 흔적은 최희선(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한상원, 김광민, 김종서 등 많은 음악인들을 대동해 세련되고 빈틈없는 사운드를 구사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다. 특히 김광민은 피아노, 오르간, 무그, 스트링 등을 통해 두 장의 음반 모두에서 적극적인 협업에 동참했다.

첫 번째 씨디에 선정한 사랑과 평화의 기존곡을 수록한 비중은 아마도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혹은 뛰어난) 음반일 것이다. 바로 다섯 곡(“한동안 뜸했었지” “저바람” “어머님의 자장가” “여왕벌의 행진” “운명”)이 선정된 1집이 그런 앨범이다. 그리고 2집에서 세 곡(“장미” “소녀”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엘리제를 위하여”와, 두 번째 씨디에 있는 “얘기할 수 없어요”)을, 3집에서 두세 곡(“겨울바다” “울고 싶어라”와, 1집에도 수록된 “어머님의 자장가”)을 넣었다. 또한 본작의 두 번째 음반에도 첫 번째 음반에 수록된 곡 “한동안 뜸했었지” “어머님의 자장가” “장미” 등을 또다시 연주해 이 곡에 대한 사랑과 평화의 애정을 재확인할 수 있다. 특징이 있다면 “한동안 뜸했었지”는 보코더 버전으로 보컬을 연주했고, 이남이가 노래한 “어머님의 자장가”는 3집의 이남이 보컬 버전보다 1집의 최이철 보컬 버전의 템포처럼 느리게 연주했다(그러나 이 모든 대상은 3집까지이다. 4집의 경우에는 최이철의 입김보다는 장기호와 박성식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음반이기 때문에 배제되었을 것이다).

사랑과 평화의 과거사를 모른다 해도 이상의 음악을 들어보면, 사랑과 평화의 음악 스타일이 훵키한 곡(“한동안 뜸했었지”와 “장미” 등)과 블루지한 곡(김현식이 불러 유명해진 “겨울 바다”나 1집과 3집에 모두 수록된 바 있는 “어머님의 자장가”, 이남이를 스타로 만든 곡 “울고 싶어라”)으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클래식 음악을 훵키 사운드로 재해석한 것(“여왕벌의 행진” “운명”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엘리제를 위하여” 같은 연주곡) 역시 사랑과 평화만의 독특한 이력을 차지한다.

이런 흐름은 두 번째 씨디에 수록된 신곡에도 대다수가 적용된다. 훵키한 사운드의 노래로는 “Never Mind”(송기영 곡), “She’s Looking Good”(이철호 곡), “심술”(이권희 곡), “변심”(이승수 곡)이 있다면, 블루지한 사운드 계보로는 피아노 주도로 구성된 ‘알앤비’라고 부를 “Dear Baby”가 있을 것이다. 압도적으로 전자의 유형(훵키 사운드)의 노래들이 많다. 이런 곡들에서 이들의 노련한 연주의 흥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첫 곡 “어허! 그럼 안되지!”가 아무래도 두드러지게 들린다. 최근에 사랑과 평화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면 사극(시대극)의 한 드라마에 쓰였기 때문일텐데, 북과 꽹과리의 전주는 웅장하기 그지없고 전통음악적 음계 사용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합창하는 보컬 역시 그 위풍스러운 사운드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노래가 좀 나이 지긋한 이들을 위한 곡이라면, ‘록 가요’라고 부를 “다시는 울지 않으리”와 발라드 “부족한 사랑”은 다소 젊은 세대들을 염두에 둔 노래들로 보인다. 다시 말해 사랑과 평화 멤버들이 쓴 곡들(멤버 1인당 1곡씩 삽입했다)이 기존의 사랑과 평화의 맥을 잇는 곡이라면, 쥬비(최근 데뷔 앨범 [더 페이즈(The Phase)]를 낸 가수. 이전에는 파격적인(?) 앨범 커버로 눈길을 끌었던 여성 듀오 허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의 곡은 요즘 가요의 풍광과 접속한 곡이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새로운 돌파를 위한 노림수로 들린다.

그런데 이런 곡들은 기존의 사랑과 평화의 곡들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어허! 그럼 안되지!” 같은 일명 국악가요 역시 지금 시도할 필요가 있는지 약간은 의문이 드는 선택이며 ‘어린 아이들’을 위한 발라드나 록적인 가요 역시 그간 이들이 추구해왔던 경로와는 어색한 감이 있다. 이렇게만 말한다면 ‘현재 가요계와의 사랑과 평화 식의 교류’라고 해석되는, 노장들의 선택에 대한 박한 평가일지도 모르겠지만. 20030428 | 최지선 fust@dreamwiz.com

7/10

수록곡
CD 1 Love(Best album)
1. 한동안 뜸했었지
2. 소녀
3. 겨울바다
4. 여왕벌의 행진
5. 장미
6. 어머님의 자장가
7. 저 바람
8. 피아노 협주곡: 엘리제를 위하여
9. 울고 싶어라
10. 내 진정으로
11. 운명
CD 2 Peace(New album)
1. 어허! 그럼 안되지
2. Never Mind
3. 한동안 뜸했었지
4. Dear Baby
5. 다시는 울지 않으리
6. She’s Looking Good
7. 부족한 사랑
8. 장미
9. Night Fever
10. 얘기할 수 없어요
11. 변심
12. 청바지 아가씨
13. 심술
14. 어머님의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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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사랑과 평화 공식 사이트
http://www.grouploveandpe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