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프로젝트 – 노래를 배달해 드립니다 – 철가방 뮤직/드림비트, 2001 조악한 사운드에 실린 진심 철가방 프로젝트, 이름부터 요란하다. 왠지 키치적인 느낌이 단박에 드는 이 이름은 춘천에서 소설 쓰는 이외수가 ‘좋은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노래를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뜻이 곧 부제가 된 이 음반은 2000년 춘천에서 이남이를 주축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철가방 프로젝트의 작품이다. 1988년 사랑과 평화 3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해 “울고 싶어라”를 히트시킨 뒤 3장의 독집 음반을 발표한 이남이는 그 동안 춘천에 기거하며 춘천 지역 문화인들과 교류했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소설가 이외수와 면식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터. 외모(혹은 스타일)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외수와 이남이는 묘하게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음반에는 그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멤버들)의 비주류(혹은 낯선) 감수성이 촌스럽지만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남이와 이남이의 딸 이단비를 포함해 모두 6명의 멤버로 구성된 철가방 프로젝트는 사운드에서도 전기 기타, 베이스 및 드럼의 일반적인 록 밴드 편성에 장고, 북, 탬버린, 목탁, 하모니카 등의 악기들이 더해졌다. 음반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타악 소리가 주를 이루는데, 이것은 어쩌면 두드리는 것과 토속적인 것을 동일시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한국’적’인 소리(혹은 한국’적’인 대중음악)를 찾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듬자체는 3박자, 뽕짝 리듬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노래 중간중간에 추임새가 들어가 유치하고 천박한, 그러나 보편적인 정서를 획득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트로라 할 수 있는 “철가방을 위하여”(이외수 작사/박광호 작곡)에서는 시끌벅적 요란한 시장바닥 정서가 흠씬 묻어 있고, 이어지는 “인생”(이남이 작사/작곡)은 쿵짝 쿵짝 쿵짜쿵짜 쿵짝하고 변형된 뽕짝 리듬에 맞춰 단순하고 소박한 노랫말이 흐른다. “춘천에 걸린 달”(이외수 작사/김성호 작곡)은 하모니카 반주와 북 소리, 장구 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민요 창법으로 부르는 춘천의 풍경 묘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에서 재미있는 것은 하모니카의 음색이 민요가락과 묘하게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정서다. 그 밖에 음반에서 가장 빠른 비트의 곡인 “사랑 노래나 불러보자”(박광호 작사/작곡)는 훵키한 전기 기타의 연주와 베이스 기타, 북소리가 어우러져 흔히 ‘신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일종의 음악적 긴장감을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보편적인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실제로 이 곡은 대중 매체나 공연장을 통해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곡이기도 하다). 대동소이한 몇몇 곡들이 끝나고 등장하는 “개나리”(이외수 작사/김태영 작곡)는 트위스트 리듬에 코믹한 노랫말, 하모니카 음색과 북소리에 따라부르기 쉬운 후렴구로 엮어진 흥겨운 곡이다. 마지막 곡은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풍경”, 북소리와 목탁 소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음반에서 인상적인 두 곡 “철가방을 위하여”와 “사랑노래나 불러보자”를 작곡한 박광호의 감수성은 흔하지 않은 것이어서 귀를 잡고, 이남이가 작곡한 세 곡은 모두 애잔한 감수성이 남다르게(소위 ‘짠’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결론은? 단적으로 말해 이 음반에는 치밀한 계산과 감각적인 기술을 통해 형성되는 사운드 스케이프나 범인(凡人)이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연주를 감상할 구석은 없다. 다소 엉성하다 싶을 만큼 사운드는 끝까지 소박하게 흐르고 대부분 이외수가 지은 노랫말은 너무 솔직해서 우스꽝스럽고, 또한 너무 진지해서 우스꽝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는 이 노래들을 듣다보면 어떤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뿅뿅거리는 조악한 사운드와 시끌벅적한 분위기 틈에서 ‘나이는 묻지 말고 사랑만 해주세요’라거나 뽕짝 리듬에 실린 ‘인생, 물같이 흐르고 있네’라는 노랫말이 유치하게 흘러도, 그것이 가식적이거나 작위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소리’에는 지역 도시에 뿌리를 내리고 오랜 시간을 살아온 자들의 일상이 스며있고, 조금 ‘오바’해서 말하자면 노래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일종의 인디 음반으로도 분류할 수 있는 이 음반은, 그래서 대중적인 성공은 얻을 수 없을지라도 소수의 든든한 지지자들은 구할 수 있는 음반이다. 내친 김에, 덜그럭거리는 철가방 들고 뛰던 중에 함께 뛰어줄 친구 하나 생긴다면 그것도 일종의 성공한 인생이 아니던가, 라는 말도 ‘감히’ 끄적여보자. 20030428 | 차우진 lazicat@empal.com 8/10 수록곡 1. 철가방을 위하여 2. 인생 3. 춘천에 걸린 달 4. 그대가 떠난다면 5. 사랑 노래나 불러보자 6. 나이만 먹었습니다 7. 방황의 계절 8. 울고 있더라 9. 개나리 10. 풍경 관련 글 사랑과 평화를 향한 구비구비 머나먼 길(The Long And Winding Road To Love And Peace) – vol.5/no.8 [20030416] 베테랑 훵키맨 이철호와의 인터뷰 – vol.5/no.8 [20030416] 송홍섭과의 인터뷰 – vol.5/no.8 [20030416] 훵키 록의 혁신자 최이철과 그의 동료들과 나눈 ‘옛 이야기’ – vol.4/no.21 [20021101] 프론트맨보다 더 중요한 사이드맨, 이남이와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춤을] 리뷰 – vol.4/no.19 [20021001] 서울 나그네 [고고 생음악 1집]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1집 [한동안 뜸했었지]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Disco]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2집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넋나래]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3집 [Vol.1(노래는 숲에 흐르고/울고 싶어라)]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4집 [바람불어/샴푸의 요정]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5집 [못생겨도 좋아/환상]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6집 [Acoustic Funky(얼굴보기 힘든 여자)]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 7집 [The Endless Legend] 리뷰 – vol.5/no.8 [20030416] 유라시아의 아침 [유라시아의 아침] 리뷰 – vol.5/no.8 [20030416] 사랑과 평화의 ‘평화 콘서트’ 열린다 – vol.5/no.8 [20030416] 관련 사이트 사랑과 평화 공식 사이트 http://www.grouploveandpeace.com 철가방 프로젝트 공식 사이트 http://www.cheolgabang.com 철가방 프로젝트 팬 사이트 http://for-cheolgab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