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llinger Escape Plan | Option Paralysis | Party Smasher/Season Of Mist, 2010


낭중지추

최근 해외의 평단에서 헤비한 음악들의 성적이 좋다. 재즈와 익스트림 메탈을 결합시킨 노르웨이의 샤이닝(Shining), 오클랜드의 헤비메탈 밴드 하이 온 파이어(High On Fire), 슬러지 메탈 밴드 바로네스(Baroness)와 아이시스(Isis)까지. 그 옛날의 영광에는 많이 모자라는 것이 현 상태이긴 하지만, 이런 일련의 성과들은 분명 헤비 뮤직 씬의 불씨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얘기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뉴저지의 매스코어 밴드인 더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The Dillinger Escape Plan)의 신보 [Option Paralysis](2010)는 이런 상황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1997년, 하드코어 펑크 밴드인 아케인(Arcane)의 해체 이후, 기타리스트인 벤 와인먼(Ben Weinman)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더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은 현재까지 3장의 정규앨범과 4장의 EP, 1장의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고, 각각의 결과물들은 이들이 씬(매스코어)을 선두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밴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밴드의 4번째 정규앨범은 이들의 소속 레이블이었던 릴랩스 레코드(Relapse Records)와의 계약이 만료된 후, 자신들의 자체 설립 레이블인 파티 스매셔(Party Smasher Inc.)에서 발매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에 들어간 이들의 노력과 정성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그에 더해 여태껏 발매된 앨범 중 가장 긴 앨범이다!). 또한 벤 와인먼이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가장 메탈스러운 레코드’라고 자평 했던 만큼 몹시도 ‘빡센’ 앨범이 되리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신보는 이러한 그들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메탈코어의 한 서브 장르인 매스코어의 발전 방향과 그 가능성을 생각하게끔 해주고 있다. 매스코어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들의 작품이기에, 당연히 장르의 전형적인 공식인 복잡한 리듬 구성과 불협화음이 앨범의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장르적 바탕에 하드코어 펑크 류의 스트레이트함(“Good Neighbor”, “Crystal Morning”, “Endless Endings”), 한 곡 내에서의 다양한 구성 즉,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영향(“Farewell, Mona Lisa”, “Gold Teeth On A Bum”, “Room Full Of Eyes”, “I Wouldn’t If You Didn’t”), 그리고 서정성이 기반이 된 점층적 곡의 전개(“Widower”, “Parasitic Twins”)등이 더해지면서 시종일관 음악에서 주의를 분리시킬 수 없는 집중력을 가져다 준다. 장르적 ‘단단함’에 구성의 ‘유연함’이라는 특성까지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의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최근 헤비한 음악은 예전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유행이 지났다거나 장르의 지리멸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헤비 뮤직의 여러 장르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서로 교류하고 있으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예전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영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이렇게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창작물은 아직 이 장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청자로서는 무한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아직 이 불씨는 살아있다. | 글 이재훈 jaych249@gmail.com

ratings: 4.5/5

수록곡
1. Farewell, Mona Lisa
2. Good Neighbor
3. Gold Teeth On A Bum
4. Crystal Morning
5. Endless Endings
6. Widower
7. Room Full Of Eyes
8. Chinese Whispers
9. I Wouldn’t If You Didn’t
10. Parasitic Twins

관련 사이트
딜린저 이스케이프 플랜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
http://www.myspace.com/dillingerescapeplan

시즌 오브 미스트 레이블 홈페이지
http://www.season-of-m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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