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컴퍼니 플로(Company Flow)의 사망선고 뉴욕 언디(undie) 랩의 화신 컴퍼니 플로(Company Flow)가 공식 해체 선언을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사실 이들 뉴욕 트리오의 불화설은 전설적인 데뷔 앨범 [Funcrusher Plus](1998)가 발매된 직후부터 끊임없이 나돌던 것이었다. 하드코어 랩과 로파이(lo-fi) 미학을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태도와 과격하게 결합한 [Funcrusher Plus](1997)는 그 자체로 분열적이며 각기 다른 공격적 성향을 지닌 세 멤버의 인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내성적이면서 고집불통인 리더 엘피(El-P)와 매사에 적극적이고 분명한 태도를 드러내는 최연장자 빅 주스(Bigg Jus)는 수년간 잦은 마찰을 빚어왔고, 결국 두 번째 앨범 [Little Johnny From The Hospitul](1999)은 엘피와 미스터 렌(Mr Len)의 듀오 작품으로 발매되어야 했다. 일련의 충돌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컴퍼니 플로는 2000년 가을에 그간 수면에 잠겨있던 데프 젹스(Def Jux)라는 자신들의 레이블을 앞세우며 심기일전의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두 번째 앨범의 판매이익과 프로모션에 대해 당시 소속 레이블 로커스(Rawkus)와 심한 갈등을 빚었던 엘피와 미스터 렌은 로커스를 “공룡기업 폭스(Fox)와 결탁한 가짜 인디 레이블(independent as Fox!)”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아예 연을 끊었고, 마침내 데프 젹스는 캐롤라인(Caroline) 레이블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독립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 하반기에 컴퍼니 플로는 할렘 듀오 카니발 옥스(Cannibal Ox)와 함께 [Def Jux Presents Five Songs](2000)라는 더블 비닐 EP를 발매하며 드디어 데프 젹스의 독자적인 진격을 알렸다. 뉴욕 언디 힙합의 혁명가 컴퍼니 플로(Company Flow) Company Flow – “Gigapet Epiphany” ([Little Johnny From The Hospitul](1999) 중에서) 하지만 그해 말 웨스트코스트 투어 중 다시 세 사람간의 불화가 불거지면서, 결국 엘피 혼자 데프 젹스의 수장으로 남게 되고 빅 주스와 미스터 렌은 솔로 활동을 위해 컴퍼니 플로와 데프 젹스를 완전히 떠나고 만다. 2001년 3월 28일 뉴욕 맨해튼의 보워리 볼룸(Bowery Ballroom)에서 진행된 연합 공연은 자연스레 컴퍼니 플로의 마지막 무대이자 엘피 홀로 이끄는 새로운 힙합 군단 데프 젹스의 공식 데뷔 이벤트가 되었다. 아쉽지만 공연 직전 발매된 데프 젹스 소속 뮤지션들의 컴필레이션 [Def Jux Presents…](2001)에 수록된 “DPA (As Seen On TV)”를 비롯한 컴퍼니 플로의 세 곡은 ‘당분간’ 이들 트리오가 함께 작업한 마지막 작품이 될 듯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컴퍼니 플로의 숨가쁜 연대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들 트리오가 각개격파 식으로 진행해온 음악작업들을 쫓아왔다면, 컴퍼니 플로의 해체를 섭섭해할 짬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엘피가 자신의 데프 젹스 패거리와 함께 미국 언디 힙합의 최전선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컴퍼니 플로의 해체가 전화위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 각자의 길: 서브 버스(Sub Verse) 그리고 ‘Pity The Fool’ 엘피와 데프 젹스 레이블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컴퍼니 플로의 나머지 두 동료의 해체 이후 행보에 대해 우선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데프 젹스 레이블이 지난 2년간 매너리즘에 빠진 미국 언디 힙합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음악적 방법론을 소개하며 힙합 혁명을 주도하는 사이, 빅 주스와 미스터 렌 또한 음악 작업을 멈춘 적이 없다. 특히 빅 주스는 자신의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며 실력파 뮤지션을 규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미스터 렌도 꾸준히 디제이 작업과 음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뉴욕 퀸즈 토박이 빅 주스가 공동 운영을 맡고 있는 서브 버스(Sub Verse)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골수 팬들에겐 이미 익히 알려진 인디 레이블이다. 다양한 출신 배경과 음악 경력을 과시하는 서브 버스 뮤지션 중에서 애틀랜타 토박이 사이언즈 오프 라이프(Scienz Of Life)는 단연 간판 스타라 할 수 있다. 물론 시애틀 출신으로 복고적인 라임과 훵크를 멋들어지게 버무리는 소스 오브 레이버(Source Of Labor), 공격적인 드럼앤베이스와 힙합을 자유로이 결합하는 시카고의 러버룸(Rubberoom), 그리고 마이크러노츠(Micranots)와 마크 스펙트(Marc Spekt) 등도 숨은 고수들이다. 서브 버스에는 심지어 영국 출신 ‘라가(ragga) 래퍼’ 에버리븐 사운드(Everliven Sound)까지 포진해있다. 한편 빅 주스 본인도 온갖 진통 끝에 [Black Mamba Serums](2003)라는 독집 앨범을 최근에 내놓았는데, 특유의 느긋한 플로우의 라임과 공격적이면서 절제 있는 비트가 잘 어울리는 수작이다. 엘피나 빅 주스와 달리, 미스터 렌은 ‘사업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보다 디제이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음악 작업 자체에 더욱 집중하는 듯 하다. 어쩌면, 컴퍼니 플로 시절 엘피의 카리스마에 눌려 상대적으로 과소 평가되었던 자신의 디제잉과 프로듀싱 솜씨를 뒤늦게나마 재평가 받으려는 욕심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과 공연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해야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렌은 이미 2년 전에 자신의 정규 솔로 데뷔작 [Pity The Fool](2001)를 발매한 바 있다. 마타도어(Matador)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이 앨범에서 그는 훵크부터 미니멀한 댄스 리듬까지 다양한 사운드를 자유로이 소화하는데, 져가노츠(Juggaknots), 머스(Murs) 그리고 여성 엠씨 진 그래(Jean Grae) 등 오랜 동료지기들이 엠씨로 참여해 단단한 비트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스터 렌(Mr Len)의 독집 앨범 [Pity The Fool](2001) Mr Len – “This Morning” by The Juggaknots ([Pity The Fool](2001) 중에서) 흥미롭게도, 엘피의 데프 젹스 패거리와 마찬가지로 빅 주스의 서브 버스도 로컬 인디 씬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배경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결집한 레이블이다. 출신 지역, 인종, 에쓰니씨티(ethnicity)는 전혀 패거리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듯 하다. 더욱이 서브 버스의 뮤지션 상당수는 엘피의 데프 젹스 군단과 직, 간접으로 연계되어 음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미스터 렌 또한 예전 동료들과 인디 씬의 다른 실력파 뮤지션들을 중재 혹은 규합하는 음악 활동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데프 젹스에 합류하게 된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s) 패거리 출신 머스는 그 대표적인 예다. 결국 컴퍼니 플로의 세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지만, 동시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양한 실력파 뮤지션을 연계한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미국 언디 힙합 전반의 새로운 약진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3. 엘피(El-P)의 힘: 데프 젹스(Def Jux)의 출생과 성장 사실 미스터 렌이나 빅 주스의 작업들은 엘피의 초인적인 전방위 활동에 비한다면 매우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엘피가 지난 2년간 진행해온 프로젝트들은 압도적이라 할만 한데, 이 모든 활동의 중심 축은 역시 자신의 레이블이자 패거리인 데프 젹스 혹은 데피니티브 젹스(Definitive Jux)다. 엘피 본인은 뉴욕 브루클린을 거점으로 하지만 데프 젹스에 등록한 뮤지션들의 경력과 출신 배경은 천차만별이다. 데프 젹스를 통해 가장 먼저 공식 앨범을 발표한 카니발 옥스는 뉴욕 맨해튼의 할렘 출신 흑인 듀오로 아톰즈 패밀리(Atoms Family)라는 언더그라운드 패거리 출신이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라임으로 청자들을 늘상 괴롭히는(?) 백인 엠씨 이솝 록(Aesop Rock) 역시 맨해튼을 근거지로 하지만, 그의 성장과정은 게토 출신 카니발 옥스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반면 RJD2는 힙합의 불모지에 가까운 오하이오주 출신의 백인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인데, 이전에 랩 그룹 메가헤르츠(MHz)에서 디제잉을 했다. 작년 하반기에 데프 젹스를 통해 정규 데뷔 앨범을 발매한 미스터 리프(Mr Lif)는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보스턴 출신 엠씨이며, 가장 최근에 음반을 내놓은 머스는 웨스트코스트의 베테랑 인디 패거리 리빙 레전드에서 잔뼈가 굵은 래퍼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데프 젹스 레이블을 통해 발표되는 음악들은 비교적 일관된 태도와 감성을 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는 대장인 엘피가 대부분의 앨범에서 사운드 프로덕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엘피와 데프 젹스 뮤지션 대부분은 기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사회 의식적인 가사, 지적인 라임, 그리고 추상적인 플로우에 여전히 집착하는 편이다. 결국 그들이 소위 ‘하이퍼 인텔렉츄얼(hyper-intellectual)’, ‘아방가르드’ 혹은 ‘수도(pseudo)’ 힙합의 선봉으로 유난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기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경계를 넘어서는 엘피의 새로운 사운드 실험 때문일 것이다. 컴퍼니 플로 시절에 비해 엘피의 사운드 프로덕션은 보다 난해하고 복합적으로 변모해왔다. 드럼 머신으로 주조한 흐드러진 엇박 비트에 미니멀한 키보드 연주로 추상성을 더한 컴퍼니 플로 스타일의 사운드를 포기한 건 아니지만, 지금 데프 젹스에서 발매되는 음반들은 보다 파편적이고 불규칙한 리듬에 째지는 기타 리프의 소음까지 가미된다. 이는 그가 즐겨 쓰는 EPS16+ 샘플링 키보드의 절대적인 공이다. 무엇보다, 1980년대 일렉트로(electro)와 프리스타일(freestyle)부터 지금의 소위 ‘네오 웨이브(neo-wave)’에 이르는 다양한 댄스 음악의 차용은 사운드의 질적 전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올드 스쿨 일렉트로 명인 맨트로닉스(Mantronix)나 당대 누 일렉트로(nu-electro)의 영향권에 있는 디트로이트의 어덜트(Adult.), 독일 뮌헨의 칙스 온 스피드(Chicks On Speed) 같은 뮤지션에 대한 엘피의 애정은 노골적일 정도다. 특히 엘피 혼자서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카니발 옥스의 [Cold Vein](2001)과 자신의 솔로 앨범 [Fantastic Damage](2002)는 엠씨잉을 동시에 감상하기가 힘들 정도의 밀도 높은 사운드를 시종일관 들려준다. 하지만 데프 젹스에서 발매된 앨범 모두가 엘피의 독재하에 천편일률적인 사운드로 주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신의 앨범 [Fantastic Damage] 이후 발매된 데프 젹스 음반들은 훨씬 융통성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본인 스스로가 탁월한 프로듀서이자 디제이인 RJD2는 자신에게 보장된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Deadringer](2002)를 내놓았다. 디제이 섀도(DJ Shadow)와 모비(Moby)가 결합한 듯하다는 이 앨범에 대한 대대적 호평은 한편으로 데프 젹스의 앨범들이 획일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다는 편견에 대한 직접적인 반증이기도 하다. 데프 젹스(Def Jux)에 합류한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s) 패거리의 머스(Murs)(왼편) Murs – “What Do You Know” feat. Aesop Rock ([The End Of The Beginning](2003) 중에서) 물론 최근에 엘피 본인이 직접 참여한 음반에서도 개별 뮤지션의 개성과 색깔을 살리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 드러난다. 자신이 부분적으로 프로듀싱을 담당한 미스터 리프의 [I Phantom](2002)과 머스의 [The End Of The Beginning](2003)에서 엘피는 자신의 프로듀싱 기법을 여전히 고수하되, 이들 엠씨의 개성 있는 래핑을 보다 강조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조만간 데프 젹스를 통해 발매될 BMS, 마사이 베이(Masai Bey)와 그의 그룹 웨더맨(The Weathermen) 그리고 카무 타오(Camu Tao)의 정규 앨범이 기다려지는 것은 엘피가 부여하는 일관된 사운드 색채와 더불어 이제는 각 뮤지션의 개성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4. “Independent As Fuck!” 데프 젹스를 통해 음반을 발표하고 패거리 동료로서 공연과 음악 작업을 진행해온 이솝 록, RJD2, 미스터 리프, 카니발 옥스는 이미 미국 언디 힙합의 거물로 자리를 굳힌 듯 하다. 한편 엘피는 이들 중에서도 최고의 스타답게, 보다 폭넓은 ‘대외’작업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활동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솔(Sole)을 비롯한 베이에리어의 안티콘(Anticon) 패거리, 미네소타의 어트머스피어(Atmosphere), 전직 안티팝 컨소시엄(Antipop Consortium) 멤버들, 사울 윌리엄스(Saul Williams), 진 그래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실력파 뮤지션들이 그를 원한다. 마치 미 전역의 언디 힙합 뮤지션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내미는 듯 한데, 심지어 영국 출신으로 최근 뉴욕에 자리잡은 마이크 래드(Mike Ladd)의 유쾌한 프로젝트 마제스티콘스(The Majesticons)에도 동참했다. 이쯤 되면 엘피와 데프 젹스는 자신들의 음반 작업 뿐 아니라 지역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대외활동까지 병행하면서 미국 언디 힙합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데프 젹스의 활약상에 대해 호들갑을 떨기에 앞서, 보다 냉정한 시선으로 그들의 작업을 평가하는 게 우선일 듯 싶다. 사실 데프 젹스 뮤지션들과 음반들에 대한 대대적 호평은 백인 중심의 인디 록 혹은 일렉트로니카 전문 미디어들의 일방적인 평가에 다름 아니다. 물론 힙합의 생산과 소비가 더 이상 흑인들에게만 국한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순전히 백인 미디어와 백인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을 힙합의 미래로 과대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주류 흑인 힙합을 다루는 매체들이 데프 젹스를 아예 논외로 하거나 기껏 다룰 경우엔 혹평을 하는 것을 상기한다면, 데프 젹스를 대안적 힙합의 대표주자로 단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데프 젹스를 비롯한 최근 백인 중심의 추상적이고 지적인 언디 힙합에 대한 주류 흑인 힙합 미디어의 냉혹한 평가 역시 편견임이 분명하다. 진지한 가사와 실험적인 사운드의 언디 힙합 뮤지션을 무조건 ‘백패커(backpacker)’로 폄하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데프 젹스 뮤지션들의 음악을 곱씹어 본다면 그들이 전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힙합을 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카니발 옥스의 [Cold Vein]은 실로 수년만에 할렘에서 나온 제대로 된 힙합 음반이라 할만한데, 그 속에는 뉴욕 시에서 가장 부당한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흑인 청년들의 고뇌와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엘피의 [Fantastic Damage] 또한 자신이 속한 브루클린 이웃의 복잡한 사회 문화적 지형, 그로 인한 개인적 고민들을 제대로 투영한다. 한편으로 [I Phantom]에서 미스터 리프의 비타협적이고 직접적인 랩은 보다 당당한 정치적 입장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The End Of The Beginning]에서 머스의 일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희화적인 묘사는 데프 젹스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데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결국, [Labor Days](2001)를 통해 데프 젹스 엠씨 중에서 가장 추상적인 라임 솜씨를 뽐낸 이솝 록을 예외로 한다면, ‘실험’, ‘난해’, ‘비현실’로 단순 규정되고 무시되는 이들 패거리의 음악 속에는 오히려 힙합 고유의 태도가 녹아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갱스터나 핌프 랩의 그것이 아니라, 랩을 통한 사회 정치적 비판과 진지하고 적극적인 삶에 대한 동경 말이다. 애초에 컴퍼니 플로가 [Funcrusher Plus]를 발매하며 내걸었던 슬로건이 “independent as fuck”이다. 인디 힙합은 주류 힙합과 메이저 음반산업 나아가 지배적인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엿먹이기”여야 한다는 뜻이다. 비록 세 사람은 이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들의 음악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특히 엘피는 이들 중에서도 단연 선봉에 서있는 언디 힙합 전사다. 그가 이끄는 데프 젹스 패거리는 주류 힙합과 대별되는 음악을 내세울 뿐 아니라 제작과 유통 방식 또한 여전히 ‘인디적인 것’에 집착한다. 심지어 이들의 파격적인 사운드 실험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내에서도 차별화 되어 있기에, 진정한 ‘대안적 힙합’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비록 늦긴 했지만, 데프 젹스의 음악 세계를 찬찬히 챙겨보는 것은 그래서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지 않을까 싶다. 20030405 | 양재영 cocto@hotmail.com 관련 글 컴퍼니 플로(Company Flow) vs. 데프 젹스(Def Jux) Cannibal Ox [The Cold Vein] 리뷰 – vol.5/no.8 [20030416] Aesop Rock [Labor Days] 리뷰 – vol.5/no.8 [20030416] El-P [Fantastic Damage] 리뷰 – vol.5/no.8 [20030416] RJD2 [Deadringer] 리뷰 – vol.5/no.8 [20030416] Mr. Lif [I Phantom] 리뷰 – vol.5/no.8 [20030416] Company Flow [Funcrusher Plus] 리뷰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Definitive Jux 레이블 혹은 패거리의 공식 페이지 http://www.definitiveju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