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ika Bambaataa – Looking For The Perfect Beat 1980~1985 – Tommy Boy, 2001 일렉트로 창시자의 짧지만 굵은 역사 브롱스 갱 조직 블랙 스페이드(Black Spades)의 전직 리더, 힙합의 대부(Godfather Of Hip Hop), 레코드 마스터(The Master Of Records), 줄루 네이션(Zulu Nation)의 수장… 이 모든 영광스런 작위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는 힙합 역사상 몇 손가락에 꼽히는 거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그의 음악이 그간 국내에 제대로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불운한 일이다. 물론 아프리카 밤바타의 음악적 업적 대부분이 1980년대 초, 중반에 이뤄진 것이며 그 당시 그의 작업들은 대부분 소량으로 찍어낸 LP나 12인치 음반이었음을 상기하면, 지금의 이런 무관심은 원천적인 접근 불가능이 그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더욱이, 최근까지 지속되는 왕성한 음악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토미 보이(Tommy Boy) 레이블과 결별한 1986년 이후 음악만 따지자면 이름 값을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2001년에 토미 보이에서 디지털화해서 발매한 이 아프리카 밤바타의 초기 곡 모음은 더욱 가치가 있어 보인다. 사실 아프리카 밤바타는 본격적인 음반 활동을 하기 전인 1970년대 후반에 이미 브롱스 최고의 디제이였다. 10대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잡식성 선호도를 갖고 있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울, 훵크, 고고(go-go), 소카(soca), 재즈, 클래식, 뉴 웨이브, 펑크를 막 싹이 트던 힙합에 어떻게든 접목해보려 무진장 애를 썼다. 다행히도 1980년 이후 본격적인 음반 활동을 통해 그러한 그의 노력은 서서히 가시적인 결과를 드러내게 된다. 아프리카 밤바타의 음악에 대한 무한한 욕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음악적 접목과 실험의 성과들은 아마 이 한 장의 음반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은 1980년부터 1985년 사이 아프리카 밤바타의 음악작업을 대표하는 11곡이 엄선되어 수록되었다. 연대순으로 배치된 곡들은 그의 음악 여정을 찬찬히 살펴 따라가기에 더할 나위 없다. 첫 번째 트랙 “Zulu Nation Throwdown”은 1980년에 발표된 그의 공식 데뷔 곡이다.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으로서 그의 첫 모습을 확인하는 곡인데, 의외로 초기 올드 스쿨 사운드에서 벗어나는 파격은 좀체 찾기 어렵다. 그냥 줄루 네이션 조직의 결집을 알리는 최초의 선언문 정도로 이 곡의 가치를 메기면 될 듯 하다. 이듬해 발표된 “Jazzy Sensation”은 토미 보이 레이블에서 발매된 첫 번째 싱글로 기록된다. 아프리카 밤바타는 동료지기 재지 화이브(Jazzy 5)와 공동 작업 하에 전형적인 ‘스트리트 훵크 힙합’ 사운드를 주조했다. 라이벌인 그랜드마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의 작업을 연상케 하는 이 곡은 그의 마지막 ‘정통 힙합’ 트랙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어지는 네 번째 트랙이 문제의 “Planet Rock”이다. 1982년 당시 최고의 댄스 음악 프로듀서이자 믹스 전문가로 꼽혔던 아서 베이커(Arthur Baker)와 빼어난 건반 주자 존 로비(John Robie)의 힘을 빌려 아프리카 밤바타는 전혀 새로운 힙합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로부터 “Trans-Euro Express”의 멜로디와 “Numbers”의 신쓰 베이스 사운드를 훔친 뒤 캡틴 스카이(Captain Sky)의 “Super Sperm”에서 빌린 퍼커션 연주를 합치는 기막힌 실험이 성공하면서, “Planet Rock”은 순식간에 ‘일렉트로 훵크’의 효시가 되었다. 훵크와 힙합, 신쓰 팝과 크라프트베르크를 아우르는 이 유별난 사운드는 차기작인 “Looking For The Perfect Beat”나 “Renegades Of Funk” 같은 곡에도 고스란히 녹아든다. 1983년을 전후해 뉴욕 클럽 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밤바타로부터 영향을 받은 일렉트로 뮤지션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본인은 1984년 이후 일렉트로 지향의 음악은 지양하기 시작한다. 음악적 욕심이 대단했던 아프리카 밤바타는 이 무렵에 장르를 뛰어넘는 거물 뮤지션들과의 ‘퓨전’작업에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었다. “Frantic Sensation”은 빌 라스웰(Bill Laswell)과의 공동 앨범에서 선곡된 것이고, “Unity Party 1 (The Third Coming)”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의 프로젝트에서 발췌했다. 흥미롭게도, 당시 대부분의 힙합 뮤지션들이 제임스 브라운 고전의 샘플링을 따는데 급급했던데 반해, 아프리카 밤바타는 아예 소울 대부와 함께 직접 작업해 멋진 훵크 랩을 만드는 담대함을 과시한다. 아쉽지만, 라이벌 격인 슈거 힐(Sugar Hill) 레이블의 멜리 멜(Melle Mel)과의 공동 작업을 끝으로 아프리카 밤바타의 토미 보이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린다. 멜리 멜과 함께 만든 두 곡이 “Funk You!”와 함께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것은 이런 연유다. 물론 토미 보이에서 발표된 아프리카 밤바타의 대표작 대부분이 이 음반에 수록된 듯 해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그래도 11곡은 좀 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존 라이든(John Lydon)과 함께 작업한 “World Destruction”이 빠진 건 다소 의외고, 기왕 제임스 브라운과의 공동 작업을 싣는다면 “Give It Up Or Turn It Loose”의 믹스 버전 한 곡 정도는 더 보태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브롱스를 휩쓸던 시절 재지 제이(Jazzy Jay)와 함께 가공할 디제잉 솜씨를 뽐냈던 전설적인 믹스 테잎 “Death Mix”는 무조건 수록했어야 했다. 줄루 네이션을 중심으로 미국 힙합 문화 전반에 대한 아프리카 밤바타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후대의 힙하퍼들이 그 동안 무심했던 게 사실이다. 유럽과 미국을 아우르는 다양한 댄스 음악들에 대한 그간의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그의 창조적인 일렉트로 실험은 힙합 공동체 내에서도 당연히 재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그 당시 뉴욕 게토의 힙합 뮤지션 대부분이 샘플링에 자족했기에, 그가 이뤄낸 타 장르 거물급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 역시 파격적이고 용감한 퓨전의 전례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 [Looking For The Perfect Beat 1980-1985]는 청년 아프리카 밤바타의 이 모든 음악적 노력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참으로 소중한 음반이다. 물론 우리가 아직 접하지 못한 그의 음악적 유산들이 여전히 남아있기에, ‘아프리카 밤바타 재발굴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200303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9/10 수록곡 1. Zulu Nation Throwdown – Afrika Bambaataa Zulu Nation Cosmic Force 2. Zulu Nation Throwdown – Bambaataa Zulu Nation Soul Sonic Force 3. Jazzy Sensation (Bronx Version) – Afrika Bambaataa & The Jazzy 5 4. Planet Rock – Afrika Bambaataa & The Soul Sonic Force 5. Looking For The Perfect Beat – Afrika Bambaataa & The Soul Sonic Force 6. Renegades Of Funk – Afrika Bambaataa & The Soul Sonic Force 7. Frantic Situation (Vocal) – Afrika Bambaataa & The Soul Sonic Force with Shango 8. Unity Part 1 (The Third Coming) – Africa Bambaataa & James Brown 9. Who Do You Think You’re Funkin’ With? (Hip Hop Mix) – Afrika Bambaataa & The Soul Sonic Force feat. Melle Mel 10. What Is It? (Live) – Afrika Bambaataa & The Soul Sonic Force feat. Melle Mell 11. Funk You! – Afrika Bambaataa & Family 관련 글 올드 스쿨 ‘일렉트로(electro)’를 찾아서 – vol.5/no.7 [20030401] Mantronix [Mantronix: The Album] 리뷰 – vol.5/no.7 [20030401] 힙합, 테크놀로지 그리고 네그리튜드 (1) – 랩/힙합의 탄생 – vol.2/no.2 [20000116] 관련 사이트 Afrika Bambaataa에 관한 각종 정보와 링크 페이지 http://www.afrikabambaataa.com/ Afrika Bambaataa 팬 사이트 http://caction.users.netlink.co.uk//bambaataa/ Zulu Nation 공식 사이트 http://www.zulun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