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ki – Airs Above Your Station – Sub Pop, 2003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록 록의 조류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기타 록(Guitar Rock)이다. 록커들은 전기 기타를 통해 디스토션을 얻곤 했으며, 그로 인해 탄생한 노이즈는 록의 활기의 근원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1980년대까지 지속되어 왔는데 1990년대에 이르러 위기를 맞게 된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이 시도했던 ‘기타의 재발명’으로 촉발된 록 사운드의 해체는, 시카고 포스트 록 밴드들의 작업에 이르러 실험주의 록의 대표적 경향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포스트 록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음악 형식에서 중요한 부분은 록 대신 앰비언트, 프리 재즈, 무조 음악, 존 파히(John Fahey)같은 실험적 포크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는 매너리즘에 갇힌 록을 외부의 요소들로 일깨우려는 시도였는데, 이것 또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시카고 포스트 록커들처럼 다른 장르의 도입을 돌파구로 삼는 것과 반대로 록에 이미 존재했던 형식 자체를 심화시키는 것은 어떨까. 동어반복일 가능성이 많지만, 어쩌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로 시애틀 출신 밴드인 킨스키(Kinski)를 들 수 있을텐데, 이들은 일련의 록 근본주의 밴드 중에서 돋보이는 존재다. 킨스키는 영미 인디 록 축제중 하나인 테라스탁(Terrastock)을 통해 시애틀 씬에서 중요한 인디 록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이들은 일본의 실험주의 록 밴드인 애시드 마더즈 템플(Acid Mothers Temple)과 함께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기타리스트 크리스 마틴(Chris Martin), 베이시스트 루시 앳킨슨(Lucy Atkinson), 드러머 데이브 윅스(Dave Weeks)가 모여 밴드를 결성했을 당시만 해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킨스키가 관심을 끌지 못한 원인은 자가 제작한 데뷔작 [Space Launch for Frenchie](1999)가 보편적인 드론 록의 형식에서 별반 나아간 점이 없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그들 특유의 음악 형식 확립에 실패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건 킨스키에 매튜 레이드 슈워츠(Matthew Reid Schwartz)라는 기타 및 키보드 주자가 새로 가입한 다음 내놓은 두 번째 정규 음반인 [Be Gentle With the Warm Turtle](2001)부터다. 이 음반에서 그들은 ‘과거’의 록이 지니고 있었던 노이즈의 힘을 수혜받은 다음 발달한 ‘현재’의 오버더빙 레코딩 기술을 응용하여 소음을 겹겹이 쌓고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증가한 ‘볼륨’만큼 음색은 풍성해졌고, 곡의 진행은 날카로우면서 통렬해졌다. 데뷔작이 기존 록의 형식과 동일한 것일 뿐이었다면, [Be Gentle With the Warm Turtle]은 같으면서도 동시에 ‘달랐다’. [Airs Above Your Station](2003)은 킨스키의 3번째 정규 음반이다. “Steve’s Basement”로 음반의 포문을 열면 전작들과 비교해 먼저 이질적인 부분이 눈에 띈다. 평소 청자를 맞이하던 드론과 피드백 대신, 느릿하게 신시사이저 음의 파장은 울려 퍼지며, 금속성 소음 덩어리는 은은한 울림을 둔중하게 짓누른다. 다음 곡인 “Semaphore”도 이지러진 신시사이저 음으로 시작하는데, 점점 노이즈는 기타 리프의 힘에 밀려나고, 리듬은 치달린다. 두 곡에서 [Airs Above Your Station]의 형식적 시도는 거의 드러난다. 리프의 급박한 전개를 뒷받침하는 디스토션의 음량은 더욱 증가하였고(“Rhode Island Freakout”, “Schedule for Using Pillows and Beanbags”, “Your Lights Are (Out Or) Burning Badly”, “Waves of Second Guessing”), 빈약한 드론 음 대신 등장한 신시사이저는 음반에 공간감을 불어넣는다(“I Think I Blew It (Again)”). 그러나 디스토션의 증가는 장점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디스토션의 질감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그것과 닮아 있으며, 때문에 몇몇 곡에선 청자를 소음으로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압박’한다(“Steve’s Basement”). 이것은 신시사이저도 마찬가지다. 음의 단조로운 유희는 음반을 맥빠지게 만들기도 한다(“I Think I Blew It”). 킨스키 음악의 장점이자 단점은 (록의 원형적 특질이라 할 수 있는) 음량의 과잉을 통한 파괴적인 힘의 ‘재현’에 중심을 두는 관점이다. 본작은 이 점을 견지하면서 형식을 새로이 접목하려 했다. 의도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아쉽다. 남들이 잘 안가는 길을 간다고 누구나 선구자가 되는 건 아닌 것처럼, 아직 이들이 내는 도로에는 포장(鋪裝)이 깔리지 않았다. 20030401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7/10 수록곡 1. Steve’s Basement 2. Semaphore 3. Rhode Island Freakout 4. Schedule for Using Pillows and Beanbags 5. I Think I Blew It 6. Your Lights Are (Out Or) Burning Badly 7. Waves of Second Guessing 8. I Think I Blew It (Again) 관련 사이트 Kinski 공식 사이트 http://www.kinsk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