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9083747-0507linkinparkLinkin Park – Meteora – Warner, 2003

 

 

하이브리드? 노 하이브리드!

‘쿵’하는 폭발음과 함께 망치로 (금속성의) 무언가를 두드려대는 소리(“Foreword”), 이어지는 파열음과 함께 시작되는 비트와 폭발하는 기타음(“Don’t Stay”). 린킨 파크(Linkin Park)의 [Meteora](2003)는 대성공작이었던 데뷔작 [Hybrid Theory](2000)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이어가려는 듯 초장부터 후려치는 사운드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첫 싱글곡 “Somewhere I Belong”은 불안하게 소살대는(하지만 이미 정형화된) 기타 사운드와 체스터 베닝톤(Chester Bennington)/마이크 신노다(Mike Shinoda)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보컬/래핑이 단박에 귀에 꽂히는, 록차트 점령이 당연히 예상되는 매끄러운 팝송 사운드를 들려준다.

어차피 린킨 파크의 멜로디를 뽑아내는 능력은 충분히 언급되어 왔다. 비록 무슨 곡이 무슨 곡인지 잘 모를 만큼 비슷비슷한 멜로디이긴 하지만, 듣기에 편한 사운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니 다른 부분들로 눈을 돌려보기로 하자. 조셉 한(Joseph Hahn)이 전담하는 디제잉은 그의 황인종 피부색과 함께, 이들이 모토로 내걸고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성향을 대변하는 부분일 것이다. 허나 실제로 린킨 파크의 음악에서 디제잉이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개별 수록곡 중 디제잉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곡은 단 한 곡도 없다. 대체로 곡의 도입부에 맛 뵈기 식으로 등장하는 조셉 한의 디제잉은 강렬한(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에 이르면 아예 사라지거나 목소리를 최소한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들의 음악에 대한 한 가지 혐의가 생김을 부정하기 힘들다. 과연 린킨 파크는 자신들이 내걸고 있는 ‘잡종 이론(hybrid theory)’에 충실한 밴드인가? 여타 메인스트림 메탈(뉴-메탈’nu-metal’) 밴드들과는 달리 랩퍼까지 갖춘 진용을 이루었건만, 이들의 음악이 과연 흑/백 음악의 적극적인 교배를 감행했는가 하는 점 말이다. 물론 이는 린킨 파크의 음악에 항상 제기되어온 문제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Meteora]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려는 듯하다. 벡(Beck)의 아버지인 데이빗 캠벨(David Campbell)이 스트링 세션에 참가했다는 “Breaking The Habit”은 기타 사운드을 최소한으로 자제하며, 각종 샘플링을 통한 또 다른 ‘잡종음악'(뉴 에이지 메탈?)을 만들어보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컬이 주도하는(그래서 밴드의 음악이라는 생각은 더욱 들지 않는) 곡으로 완성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혐의는 하나의 확신 비슷한 결론을 도출한다. 린킨 파크는 아마 기존 음악들의 요소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음악적 방법론을 만드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거나, 아니면 (최소한 아직까지는) 재능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결론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하겠다. 린킨 파크는 자신들이 그토록 원했다는 밴드명(그래서 음반사가 개명을 요구하자 데뷔앨범 명으로라도 살려보고자 했던) ‘Hybrid Theory’와는 전혀 상관없는 관습적인 주류 하드록/팝메탈 밴드일 뿐이다. 혹시 샤우팅 창법과 랩이 번갈아 나오는 것만으로 흑/백 음악의 ‘잡종’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이미 이 땅에서 에이치.오.티.(H.O.T.)가 그런 거창한 말 쓰지 않고서도 [I Yah!](1999)를 통해 이루어낸 성과이다.

지나치게 치졸하고 야박한 평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계속해서 쓰레기 같은 음악을 대거 양산하는 미국 주류 록계의 문제점을 이들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밴드는 달리 없기 때문이다. 린킨 파크가 작금의 록 씬에서 갖는 어떠한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평가 이상의 것은 될 수 없을 것이다. 20030331 | 김태서 uralalah@paran.com

2/10

수록곡
1. Foreword
2. Don’t Stay
3. Somewhere I Belong
4. Lying From You
5. Hit The Floor
6. Easier To Run
7. Faint
8. Figure 09
9. Breaking The Habit
10. From The Inside
11. Nobody’s Listening
12. Session
13. Numb

관련 사이트
린킨 파크 공식 사이트
www.linkin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