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비 매스(CB MASS) – Mass Appeal – 대영AV, 2003 ‘동네 한 바퀴’ 돌고 결국 제자리 종종 CB MASS의 실력이 명성에 비해 딸린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코와 최자의 엇박 래핑, 커빈의 중후함은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최고의 MC 조합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앨범이 나올수록 탄탄하고 고급스런 사운드를 들려주는 프로듀싱이 있다. 여기다 적절한 농도의 사회의식,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금욕주의를 섞어 이들은 힙합을 대중적인 스타일로 가공했다. 특히 2집 “Massmatics”는 “휘파람”, “흔적”, “Movement II” 등을 통해 한국 힙합 명반 리스트에 올랐다. 당연히 이들의 3집 앨범은 오랫동안 힙합 팬들의 기대 1순위였다. 많은 이들이 ‘대박’을 기대했지만 계속되는 발매 지연, 멤버간의 불화설, 리믹스 곡 포함 소식은 일찌감치 거품을 빼버렸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3집은 놀랍게도 안정적이다. 확실히 이들의 랩과 비트는 더욱 나아지고 있으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동시에 평균 이상의 곡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나아진 부분은 사운드의 질감이다. 단순히 비트를 만들고 전체 소리를 배치하는 프로듀싱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소리 자체가 놀랍게도 두꺼운 느낌을 준다. “동네 한 바퀴”는 어쿠스틱 기타, 트럼펫이 곡을 감싸안아 여유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진짜””휘파람”의 리믹스 곡들은 원곡의 느낌을 더욱 세련된 사운드로 표현하고 있다. 확실히,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적인 발전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단을 찾아가고 있다. 신곡 역시 빠지지 않는다. “동네 한 바퀴”가 가요시장에서도 통할만한 싱글이라면, “벗”과 “Mr.Liar”는 그 뒤를 바치는 멋진 힙합 싱글들이다. 개코와 최자가 만드는 최상의 조합은 이들 곡들에서 비트와 단단히 달라붙어 의도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벗”의 비장한 느낌과 “Mr. Liar”의 불안하고 우스운 느낌은 앨범의 후반부를 단단히 잡고 가는 힘이다. 반면 “오아시스”와 “그 양반 이야기”는 불안하며, “서울블루스 pt.2″”In my lifetime”은 고만고만하다. 개코와 최자의 랩은 모든 곡들에서 탁월하다. 자연스러운 엇박 플로우에 억지 부리지 않는 라임이 섞이면서, 최자의 중저음과 개코의 고음 래핑은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 도시라는 백지 위의 삶이라는 시/이곳의 작은 벤치에 내 맘은 머물지”(“동네 한 바퀴”) “개뿔이 philosophy/내겐 그저 밥벌이/난 노래하는 각설이/소리내어 우는 앵벌이/한국 hiphop mania에 붙은 거머리”(“Mr.Liar”)와 같은 탁월한 라임들은 한국어 래핑의 가능성, 랩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약진은 커빈이 안겨준 실망을 충분히 메꾸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운드는 세련되어지고 랩은 다듬어지지만, 그 속엔 표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감수성이 없다. 강남 지역에서 태어나서 음악을 하고, 압구정에서 친구들과 놀고, 신문보고 세태를 한탄하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그런 일반적인 차원 이상의 감수성이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일반적인 차원에 억지로 ‘의식’을 이식하려다가 실패한 추한 흔적만 보인다. 신사동의 사치를 한탄하면서 다시 그 동네의 정겨움을 찬양하는 모순은 그런 추한 흔적의 산물이다. 절묘한 훅과 고급스러운 어쿠스틱 기타로 만들어진 노래는 바에서 KGB를 마시며 ‘chilling’하는 사운드트랙이 된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이들의 책임은 아니다. 한국의 힙합 음악 자체가 그러한 지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중산층 아이들이 친구들과 하는 놀이, 대중 음악 시장의 새로운 아이템, 사람들이 절박하게 자신을 표현할 매체 – 이 세 가지가 복잡하게 꼬인 것이 지금의 한국 힙합 음악이며, 이 앨범은 그 지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중압감 속에서 세 MC의 감수성은 조금씩 옛날로 향한다. 자의식과 현실비판에 중압감을 느끼면서, 점점 더 세련된 사운드와 좋았던 옛날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음악조차 결국 가요”(“Mr.Liar”)라니, 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요컨대 이 앨범은 결코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좋은 힙합 판이지만, 그 이상도 아니다. 뭔가 새로운 얘기가 듣고 싶다거나 정말 화끈한 파티트랙을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할 듯. 강남, 압구정, 신사동이 아닌 다른 “동네”로 말이다. 20030401 | 선민 sun1830@hotmail.com 6/10 수록곡 1. Intro 2. 동네 한 바퀴 3. 서울블루스 pt.II (Soulcity) (Feat. 웅산) 4. 그 양반 이야기 (Feat. 유진아) 5. 휘파람 (Assoto Union Version) (Feat. T, 이주한) 6. 오아시스 (Feat. JK 김동욱) 7. 노박사 심리클리닉 8. Mr. Liar 9. 흔적 (Abstract Version) 10. In My Lifetime (Feat. Hey) 11. 벗 (Feat. 신예원) 12. 진짜 (Mo’ Funk Version) (Feat. 신예원) 13. 동네 한 바퀴 (Massmediah Version) (Feat. Epik High) 14. Shout Out (Remix) (Feat. DJ Tukutz) 관련사이트 CB Mass 홈페이지 www.cbma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