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5125101-0507bigup빅마마(Big Mama) – Like The Bible – YG엔터테인먼트, 2003

 

 

이제서야 시작된 행보

이렇게 노래 잘 하는데 한번도 앨범을 낸 적이 없단다. 당연하다. Video가 안되니까… 노래 좀 한다하는 사람들 찾아보면 많다. 단지 홍보가 안돼서 사장되어 갔던 앨범이 몇 개며, 죽도록 열심히 해도 안 된 음반이 몇 장이련가? 몇몇 OST에 수록되어 얼굴 없는 가수라 칭송되면 그나마 운 좋은 경우다. 아니면 기획사 잘 만나 잘 나가는 배우들 나오는 히트예감 뮤직비디오 하나 찍어 내보내던지…. 아무도 봐 주지 않는 음지에서 못생긴 외모 때문에 노래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불안에 떨면서도, 그저 노래가 좋은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기획사의 전폭적인 후원 같은 건 당초 꿈꾸기도 힘들다. 그저 묵묵히 노래만 한다.

이런 와중에 2003년 2월 6일,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은 휘성의 제작자인 M-Boat사장 박경진과 함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꿍꿍이를 풀어놓았다. 다름 아닌 이름도 범상치 않은빅마마(Big Mama)의 앨범을 출시한 것. 그냥 인파가 많은 번화가에서 한두 번 스쳤을 법한 평범한 외모를 지닌, 그러나 노래하난 끝내주는 4인의 여성이 모였다. 창법은 정말 ‘소울풀’하다. 빅마마는 ‘빈칸 채우기’라는 코러스 팀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쌓았던 신연아를 축으로 한상원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영, 그리고 실용음악과 출신의 이영현, 박민혜로 구성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사표를 던져 이미 이슈화된 버블시스터즈가 엔터테이너 성향이 강하다면 이들은 보컬리스트 본연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앨범 내부를 보면, 짱짱한 코러스로 포문을 연 “거부”로 일단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계속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뚝뚝 끊어지는 리듬이 유연한 호흡으로 감겨 끈덕함이 더욱 강조된 타이틀곡 “Break Away”는 신연아와 빈칸 채우기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효수의 데뷔앨범 [또 다른 기억]에 이미 수록되었던 곡이다. 다분히 팝적인 곡을 흑인’필’의 가창과 코러스로 무장시킨 “혼잣말”, 그리고 뒤를 이어 원곡 재생에 완벽을 기한 시스터 액트2(Sister Act 2)의 “His Eyes Is In The Sparrow”까지, 쉴 틈 없이 한 색깔로 일관한다.

아직 처음이라 그들의 음색 하나 하나와 멤버를 연관 짓지 못하겠다면 걱정 마시라. 솔로 곡들을 통해 친절히도 화음으로 얼버무려진 각각의 음색들을, 이게 내 목소리요 하고, 이름표를 달아 놨다. 솔로 곡들은 각자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편곡하고 다듬었는데 전반적으로는 발라드이고 멤버 각각 어떤 스타일의 창법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약간씩 느낌이 달라진다. 하지만 개인차가 존재하더라도 워낙 비슷한 성향의 여인들이 모이다보니, 보싸 노바 리듬의 “Ju ne veux pas – 원치 않아”를 제외하고는 역시 일관성을 유지한다.

앨범 정중앙에 위치한 이 네 곡의 솔로 곡들은 앨범전체의 흐름을 봤을 땐 약간의 이질감을 준다. 하지만 빅마마라는 그룹의 컨셉을 생각해보면 매우 그들다운 발상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이 있을 땐 조화가 중요하므로 자신을 자제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지만, 이렇게 솔로 곡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멤버 개개인의 스타일을 여실히 뽐낼 수가 있다. 이것은 청자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며 어느 누구하나라도 역량이 모자라라는 멤버가 있다면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빅마마의 구성성분이 얼마나 양질인가를 은근슬쩍 자랑하려는 이러한 의도는 앨범이 지녀야할 일관성 이상의 유쾌함을 준다.

“Wine”에선 휘성 1집의 “악몽”이 연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휘성이 래퍼로 참여하였다. 긱스 멤버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블루스필 만빵 나는 “Deeper Than Blue”에서는 연주에 비해 보컬이 그 느낌을 살리는 게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세션이 너무 훌륭해도 탓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Ray`s Rock House”는 맨하탄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의 곡으로 화음과 튐 없는 조화가 돋보였던 원곡과는 사뭇 다르게 리메이크 되었다.

1. 상식이 통하는 대중음악계 만들기.
2. “진짜 가수” 데뷔시키기.
3. 한국에서 흑인음악하기.
4. 절대로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기.

이 네가지의 도전을 화두로 빅마마는 시작되었다. (이건 빅마마의 보도자료 내용이다.) 그렇다면 진짜 가수란 뮤지션을 말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훌륭한 보컬리스트를 말하려는 것인지, 실력을 앞세워 일부러 비디오 안 되는 가수들을 소집한 것이 오히려 대중을 향한 마케팅의 수단은 아니었는지, 단지 흑인 같은 창법을 쓰는 보컬들로 덧씌워진 것 뿐 그게 정말 그들이 생각해왔던 흑인 음악이 맞는지, 오히려 빅마마가 방송용 미모가 아닌 덕분으로 더욱 과대 포장이 되는 건 아닌지…. 물론 그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리고 대찬성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체성을 미리 못 박고 나온 이상 거는 기대 또한 자꾸 야심 차진다.

그렇다고 그들의 가창력을 깎아 내릴 생각은 없다. 그들의 가창력만은 정말 일품이다. 하지만 단지 스스로 작곡을 한다고 해서, 또는 노래를 잘한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그녀들이 흑인 같은 가창력 이상을 넘어서 정녕 흑인음악에 대한 열의와 고민을 진부하지 않게 풀어 나갈 수 있을지는 아무래도 지금 판단하긴 이른 것 같다. 하지만 한국 땅에서 씩씩하게도 그저 목소리 하나 믿고 음반을 냈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반쯤 해낸 셈이다. 못생긴 것도 마케팅 수단이 되는 현실은 뭔가 이상하다. 그런 면에서 빅마마의 행보는 아주 기대된다. 아니 엄밀히 말해 그들의 성공여부와 앞으로 그들이 차지할 입지, 그리고 그녀들에게 자극 받아 용기 충천해질 이 땅에 못난이 실력자들이 이제 토굴 밖으로 나와 우리 대중 음악을 활기차게 해 줄지의 여부가 말이다. 20030329 | 홍마녀 hong-e0122@hanmail.net

8/10

수록곡
1. 거부
2. Break Away
3. 혼잣말
4. His Eye Is On The Sparrow
5. 체념 (Song by 이영현)
6. Ju ne veux pas(쥬느드빠) – 원치 않아 (Song by 신연아)
7. 내안의 너 (Song by 이지영)
8. Sadness (Song by 박민혜)
9. Wine (feat. 휘성)
10. Deeper Than Blue
11. 꿈
12. Ray`s Rock House

관련 사이트
YG엔터테인먼트 공식 사이트
http://www.yangg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