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 Lee Chin – Piece and Love – Invisible, 1999 훵키하고 섹시한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 음반의 주인공의 이름을 보건대 ‘백인’도 ‘흑인’도 아니고 ‘아시아계’ 그것도 ‘중국계’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정보가 음악을 듣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미국 공군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타이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타이완에서 실제로 살았다는 출생과 성장의 이력보다는, 가비지(Garbage)의 보컬을 모집하는 오디션에 참여한 적이 있고 인더스트리얼 음악계의 슈퍼그룹인 피그페이스(Pigface)의 보컬로 활동했다는 음악 경력이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1999년에 발표된 이 음반이 ‘정규 데뷔 앨범’인 것은 맞아도 그녀의 레코딩 경력은 이전으로 소급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자료를 뒤져 보면 이 곡에 수록된 “Nutopia”가 피그페이스의 1997년 작 [A New High in Low]에 수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피그페이스의 주도자이자 연주인(드러머)이자 프로듀서인 마틴 앳킨스(Martin Atkins)가 이 앨범을 프로듀싱해준 사실에서 인맥을 확인함과 더불어 음악의 스타일도 추측할 수 있다. 기왕 소개한 김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마틴 앳킨스는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Public Image Ltd.), 미니스트리(Ministry), 킬링 조크(Killing Joke),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등의 굵직한 작품에 참여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어떤 사운드가 나올지는 짐작 가능하다. 짐작대로 스튜디오에서 정밀하게 작업한 전자음향이 등장하고 전자음향은 인공적이고 노이지하다. 인더스트리얼 음악? 틀리지는 않다. 그렇지만 인더스트리얼이라는 범주에 처박기에는 잡다한 요소들이 동원된다. 많은 곡들에서 리듬 패턴은 트립합 스타일이고, 사운드는 덥(dub)의 에코를 사용한 음향도 종종 등장한다. “Heavy Scene”같은 곡은 템포만 빨리 하면 댄스플로어에서도 어울릴만큼 훵키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London”에서는 피아노의 부드러운 타건이 등장하고 “Deeper”에서는 찰랑거리는 기타 스트러밍을 구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헤비 메탈을 전자음향과 결합시킨 것’이라고 무식하게 이해했던 나같은 사람이 듣기에는 ‘팝’이나 ‘댄스’의 영향이 강하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즉, 꽤 섹시하고 육감적이다. 게다가 사운드가 후진 것은 아니지만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처럼 완벽한 사운드가 주는 압도감과도 거리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인 작업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스튜디오를 차리고 – 이름은 에그 스튜디오(egg studio)라고 한다 – 최종 손질만 마틴 앳킨스에게 맡긴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앞에서 이런저런 요소들이 오밀조밀 들어있는 것도 스튜디오에 대한 통제력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아무튼 전자음악계에서 여성이란 ‘보컬이나 맡는 존재’라는 선입견을 수정하도록 압박하는 음반이다. 즉, 이 음반의 사운드는 독창적이다. 이런 독창성은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그녀 특유의 보컬로 완성된다. 음반을 열어젖히는 “Thing”은 확실한 훅을 가진 팝송이다. 혀 짧은 듯한 발음으로 시작해서 “Am I Losing Out”이라고 빽빽거릴 때는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들고 “Helter, Skelter. What’s Your Shelter?”라는 코러스에서는 “가사도 잘 쓰네”라는 감탄까지 든다. 이미 발표한 곡이지만 “Nutopia”의 가사 첫머리 “나의 세대는 공허하게 달려대고 TV에 찰싹 달라붙은…”이라는 부분의 가사도 마찬가지. “Sweat”에서는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이펙트를 뭍히다가 사운드가 정상화되면서부터는 랩을 하듯 쏘아붙인다. 그녀의 보컬의 특징이 가장 잘 구현된 곡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London”과 “Deeper”같은 곡에서는 마녀처럼 웅얼거리기도 한다. 뭐랄까 그녀의 목소리는 때로는 순진무구한 소녀같고 때로는 악행을 일삼는 악녀같고 두 측면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후반부에 가서 지루해진다는 느낌이 있다는 점이 있고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Swallowing You”의 리믹스 트랙은 음반으로 감상하기에는 다소 지루하다. 그렇지만 흥미롭게 40여분을 보낼 만한 음반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점과 관련해서 할 말은 없을까. 타이완에 살 때는 ‘양키’라고 불리고 미국에 살 때는 ‘Chink(짱께?)’라고 놀림받았다는 성장과정이 음악에는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답은 ’명확하지 않다‘이다. 이런 ’명확하지 않음‘이 아시아계의 문화적 특징이라고 명확하지 않게 마무리하면서 글을 마치자. 20030318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Thing 2. Heavy Scene 3. Nutopia 4. Sweat 5. Swallowing You 6. Sweet Thing 7. Bottle 8. London 9. Deeper 10. Swallowing You (subgenius mix) 관련 글 록에서 일렉트로니카로 : Intro – vol.5/no.05 [20030301] The Postal Service [Give Up] 리뷰 – vol.5/no.05 [20030301] Out Hud [S.T.R.E.E.T D.A.D] – vol.5/no.05 [20030301] Radian [Rec.Extern] – vol.5/no.05 [20030301] Midwest Product [Specifics] – vol.5/no.05 [20030301] Lali Puna [Scary World Theory] – vol.5/no.05 [20030301] Add N to (X) [Loud Like Nature] – vol.5/no.05 [20030301] Notwist [Neon Golden] – vol.5/no.1 [20030101] Enon [High Society] 리뷰 – vol.5/no.06 [20030316] Xiu Xiu [A Promise] 리뷰 – vol.5/no.06 [20030316] Icu [Chotto Matte A Moment!] 리뷰 – vol.5/no.06 [20030316] Meg Lee Chin [Piece And Love] 리뷰 – vol.5/no.06 [20030316] Mitchell Akiyama [Temporary Music] 리뷰 – vol.5/no.06 [20030316] Cornelius [Point] 리뷰 – vol.5/no.06 [20030316] 관련 사이트 Meg Lee Chin 공식 사이트 http://megleec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