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6032502-0506review_deulgukhwa_live들국화 – 들국화 Live Concert – 동아기획/서라벌(VIP 20027), 19860525

 

 

소극장에서 스튜디오로의 자리이동

들국화의 ‘라이브 콘서트’ 음반은 1집과 2집의 중간에 위치한, 그들의 무대를 소극장에서 스튜디오로 자리 옮김한 음반이다. 이 말은 스튜디오 라이브라는 말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소극장에서 자신들이 보여줬던 많은 것들을 그대로 기록(Record)했다는 표현이 옳을 듯하다. 이들의 공연장을 직접 찾아본 팬들은 음반을 들으며 눈치 챘겠지만, 홀리스(Hollies)의 곡인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를 부를 때 박자가 틀렸다며 다시 하는 부분은 들국화의 초창기 공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말하자면, 계획되고 의도된 실수라고나 할까.

사실 음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준비된 첫 번째 음반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데뷔 음반의 녹음에는 최구희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가 참여한 반면, 음반 발표 이후 공연에는 정식 멤버였던 조덕환마저도 탈퇴한 상태여서 들국화의 공식 멤버는 전인권, 최성원 그리고 허성욱 이렇게 세 명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공연의 포스터를 보면, 이들 세 명의 사진 밖에는 나와있지 않다. 공연에는 당시 허성욱의 학교 동료였던 손진태가 참여를 했지만, 무대에서의 활동 경력이 거의 전무한 그였기에 연주적인 측면에서 최구희가 빠진 커다란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들국화의 충격적인 데뷔 앨범만큼이나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당시까지 많이 시도되지도 않았지만, 간헐적으로 발표되는 실황 녹음 음반은 녹음기재나 기술의 부족으로 양질의 음원을 뽑아내지 못한 음반들이 대부분이었다. 소극장에서 스튜디오로의 자리이동은 녹음적인 측면에서 어쩌면 그들이 택할 수 있었던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He Ain’t Heavy, He’s My Brother”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트윈 폴리오나, 김세환, 양희은의 공연을 보던 고등학교시절 언젠가 한번 이런 데서 공연을 해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음반은 그들이 어려서 꿈꿔왔던 것들에 대한 당연한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위에 언급된 트윈 폴리오, 김세환, 양희은 등은 들국화의 음악적 뿌리가 포크 음악이라는 점을 눈치채게 하는 대목이다.

들국화의 고정적인 팬층에는 소위 밥보다 팝을 더 좋아한다는 ‘팝송 매니아’들이 많았다. 이는, ‘한국에서 그래도 이 정도라면’이라고 생각하는 팝 음악에 대한 대리만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들국화 이전의 음악과, 들국화 이후의 음악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길거리에서 파는 ‘길표 테이프’들이 팝 음악에서 가요로 옮겨가는 과정이고, 그 중심점에 들국화가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 점에 있어서, 들국화는 이 라이브 음반을 통해서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모를 소위 ‘오빠부대’와 ‘팝송 매니아’ 모두를 아우르며 자신들의 음악적 원류인 포크와 록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규 음반을 통해 발표하기에는 조금 힘들었을 법한 그들의 애창 팝송들과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를 음반에 수록했다.

공식적으로 한 장의 음반밖에는 발표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두 장짜리 라이브 음반은 어쩌면 무모한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무모한 시도가 가능하게 했던 것은 첫 번째 음반의 얘기치 않았던 성공에 힘입은 기획사 측의 배려(내지는 상술)와 소위 ‘오빠부대’와 ‘팝송 매니아’들의 탄탄한 지지기반 덕분이지 않았나 싶다.

라이브 음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이나, 묵직한 힘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이들의 음악적 뿌리와 고정적인 틀을 벗어나려던 시도는 충분히 인정을 받아 마땅하다. 이 음반 이후, 1집에서 세션으로 참여했던 최구희를 정식 멤버로 맞아들여 조금 더 한국적인 ‘록’으로 접근하려던 들국화의 시도는, 오히려 각자의 개성이 뿔뿔이 흩어져 버린 일관성 없는 두 번째 음반을 끝으로 와해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국내 음악계의 땅 밑 세계는 들국화를 모델로 한, 소위 ‘얼굴 없는 가수들’로 불리던 동아기획 출신의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한 춘추전국시대를 맞게된다. 20030314 | 송명하 coner@chollian.net

9/10

* 녹음 장소: 서울 스튜디오
* 라인업:
전인권(보컬, 어쿠스틱 기타), 최성원(베이스 기타, 보컬), 허성욱(피아노&신서사이저, 보컬), 주찬권(드럼), 손진태(기타)

수록곡
Disc 1
Side A
1. Overture: 고향의 봄/콰이강의 다리/오월의 노래
2. 쉽게
3.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4. 행진
5. 조용한 마음
Side B
1.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2. 나뭇잎 사이로
3. 멤버 소개
4. 축복합니다.
5. The Best Of Time

Disc 2
Side A
1. 난 이제 내일부터는
2. Moonlight Flower (Piano Solo)
3. 매일 그대와
4. 더 이상 내게
5. 사랑일 뿐이야
Side B
1. 그곳만이 내 세상
2. 행진(Reprise II)
3. 우리의 소원
4. Come Sail Away
5. 앞으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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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그룹 들국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모임: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도 회원으로 있다.
http://cafe.daum.net/march
들국화 팬 사이트
http://my.dreamwiz.com/aproman
http://www.hangj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