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on – Kill The Moonlight – Merge/Pastel(수입), 2002 냉정과 열정 사이 스푼의 [Kill The Moonlight](2002)은 작년 하반기에 가장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던 음반 중 하나였다. 국내에는 얼마 전에야 정식 루트를 밟아 수입이 이루어졌는데, 들을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들어보았을 음반인만큼 이제와 소개하는 것이 좀 늦은 감도 있다. 하지만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음반이라는 생각이 늦은 게 아닌가 싶은 민망함보다 조금 더 크다. 텍사스 출신이라는 정보없이 음반을 들려줄 때 이들이 어디 밴드인지 묻는다면 십중팔구 뉴욕 출신이라는 대답을 얻을 것 같은데, 이는 가볍지만 의뭉스런 소리 때문이다. 음반의 흥은 엇박과 싱코페이션을 적절히 활용한 리듬의 반복적인 배치가 주도하고, 이는 오르간(“Small Stakes”)과 피아노(“The Way We Get By”)의 경쾌한 연주를 통해 실현된다. 종종 끼어드는 탬버린은 음반의 ‘간소한’ 분위기를 강조하며, 박수와 훅훅거리는 ‘비트 박스’ 또한 과장 없는 리듬감을 표현하는 데 거든다(“Stay Don’t Go”). 이 모든 것을 받쳐주는 것은 군더더기없이 정확하고 간결하게 두드리는 드럼이다(이 음반의 드럼은 최근 들었던 것 중 가장 ‘모범적인’ 연주 중 하나를 들려준다). 오르간과 피아노의 비중이 큰 대신 기타의 역할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데, 그나마 ‘시끄러운’ “Jonathon Fisk”에서조차 기타는 전면에 나서는 대신 오밀조밀한 배킹 연주로 일관하며, 이외에도 거의 모든 곡에서 잽을 날리듯 날카롭게 찔러댄다. 그래서 ‘쿨’하긴 하지만 재미는 없을 듯한 음반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거의 모든 곡을 작곡하고 노래한 브릿 대니얼(Bitt Daniel)의 명료한 멜로디는 이런 위험을 피해간다. “Small Stakes”, “The Way We Get By”, “Stay Don’t Go”, “Someone Something” 등을 단번에 귀로 집어넣는 것은 비틀스풍의 간단하고 멋진 선율 때문이며, 엘비스 코스텔로와 존 레논을 뒤섞은 듯한 그의 보컬은(“Something To Look Forward To”에서의 목소리는 정말 코스텔로같다) 냉소적인 향수를 귀 뒤에 뿌린다. “Back To The Life”처럼 ‘실험적인’ 소리를 겹쳐놓는 곡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것도 그 덕이며, 전작 [Girls Can Tell](2001)과 구분을 짓고자 할 때 떠오르는 것도 이 점이다. 전작에서 만개했던 뉴웨이브의 색채는 황금 팝 멜로디라는 새로운 꽃을 피운다. 그러나 다 듣고 난 뒤의 기분은 묘하다. 첫째는 소리와 곡조, 연주 등 어느 면에서도 ‘창조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모여서 내는 소리는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는 점 때문이며, 둘째는 (라이브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분명 흥겹고 산뜻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듣는 내내 ‘차갑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공허하게 마무리짓는 “Vittorio E.” 때문일까.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경력 10여 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직 더 들려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혹은 절제가 무엇인지 알았다고 생각할 만큼 자신만만하거나. 20030303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Small Stakes 2. The Way We Get By 3. Something to Look Forward To 4. Stay Don’t Go 5. Jonathon Fisk 6. Paper Tiger 7. Someone Something 8. Don’t Let It Get You Down 9. All the Pretty Girls Go to the City 10. You Gotta Feel It 11. Back To The Life 12. Vittorio E. 관련 글 Spoon [Girls Can Tell] 리뷰 – vol.3/no.17 [20010901] 관련 사이트 Spoon 공식 사이트 http://www.spoonthe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