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6015117-100thWindowMassive Attack – 100th Window – EMI/Virgin, 2003

 

 

대가의 범작 혹은 3D의 솔로 앨범

80% 객관적 사실
-이번 앨범에서 샘플링은 사용하지 않았다.
-백 번째 창문이란: 아무리 아흔 아홉의 창문을 굳게 닫아도, 열린 백 번째 창문 때문에 모든 방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주로 네트웍 보안에 통용되는 단어이다.
-샤라 넬슨(Shara Nelson)과 트레이시 쏜(Tracey Thorn), 리즈 프레이저(Elizabeth Fraser)에 이어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였다.
-이 앨범은 발매 첫 주에 영국 차트 1위로 데뷔하였다.
-데뷔 앨범을 발매했을 때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하였고, 네 번째 앨범을 발매한 지금 그 아들이 대통령이 되어 이라크를 공격하려 한다.

50% 객관적 분석
매시브 어택은 미국 힙합의 클랜(Clan)과 비슷한 브리스톨(Bristol)의 사운드 시스템이었던 와일드 번치(Wild Bunch)에서 시작되었다. R&B에 섞인 자마이카의 독특한 리듬, 음산하게 공명하는 랩핑 등 미국산과는 태생이 다른 무언가가 있었지만 데뷔 앨범 [Blue Lines]의 색깔은 분명 흑인 음악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앨범 [Protection]에서 차가움(Chill Out)으로 전작의 검은 색을 옅게 하더니, 다음 앨범 [Mezzanine]에서는 덧칠이 된 기타 노이즈와 디지털 리듬 루핑이 첫 시작점과는 점점 더 먼 곳을 향하는 듯 했다. 결국 이런 작업물의 결과에 당혹감을 느꼈는지, 머쉬룸(Mushroom)은 음악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밴드를 탈퇴한다. 또한 개인적인 문제로 대디 지(Daddy G) 마저 이번 앨범의 창작에 잠시 쉬게 된다.

결국 마지막 남은 멤버 3D 혼자서 [Mezzanine]의 공동 프로듀서였던 닐 데이빗지(Neil Davidge)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이 앨범의 색채는 세 곡에 참여한 시네이드 오코너의 얼굴만큼 하얗다. 전반적으로는 [Mezzanine]과 느낌이 이어지나, 전작의 극단적인 무거움과 어두움, 방대한 스케일이 많이 희석되고, 앰비언트 스타일이 앨범 전체를 지배한다. 비록 “Everywhen”과 “Name Taken”에서 오랜 동료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가 특유의 레게 비트로 앨범의 색깔을 짙게 하려고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 색채를 바꿔놓기엔 무리다.

90% 주관적 감상
네 번째 매시브 디바로 추대된 시네이드 오코너가 부른 “What Your Soul Sings”로 다시 만나는 매시브 어택의 팝은 참으로 반갑다. 최대한 두터운 텍스처를 최대로 압축한다. 그러나 결코 메인 보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특유의 전자음 덩어리는 시네이드 오코너 목소리의 빈칸만을 잘 채워준다. 시네이드 오코너의 목소리는 영화 [푸줏간 소년]에서 연기하였던 피투성이 성모 마리아 이미지에 대한 성공적인 인용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곡에서 연상되는 배경은 브리스톨의 바닷가라기 보다는 아일랜드의 바람 부는 언덕이다. “A Prayer for England”는 심상의 많은 부분을 시네이드 오코너의 “화난 모성”이라는 고착화된 이미지에 기대지만 그의 앨범 [Universal Mother] 수록곡 “Fire On Babylon”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시네이드 오코너의 강한 기존 이미지가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혼합되어 앨범 전체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What Your Soul Sings”는 리즈 프레이저가 참가한 [Mezzanine] 수록곡 “Teardrop”과 크게 다르지 않고, “A Prayer For England”는 샤라 넬슨이 부른 [Blue Lines] 수록곡 “Safe From Harm”의 강화된 일렉트로닉 버전처럼 느껴진다. 3D는 시네이드 오코너를 데리고 오면서도, 그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비트를 주는데 인색하여 기존의 것들을 재활용하였고, 그것이 시네이드 오코너와 매시브 어택 간의 괴리를 가져오게 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3D의 솜씨임이 분명한 완벽한 전자음의 혼합과 배치는 나무랄 데가 없으나, 이전의 방대함과 모호함에 비교해서 미니멀하고 구체적이다. 이것은 3D의 장점이 될 수는 있으나 매시브 어택의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Mezzanine]이 청자에게 주었던 감동 (혹은 공포)은 둔탁한 리듬에 층층이 겹쳐진 환영과도 같은 울림이었으나, [100th Window]가 보여주는 어둠은 밤하늘처럼 맑기만 하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형성하였던 이미지와 거대한 아우라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Future Proof”이나 “Antistar”에서 들려지는 3D의 독창은 참으로 외롭다. “Daydreaming”, “Karmacoma”, “Risingson”으로 이어지는 와일드 번치 스타즈(Wild Bunch Stars)의 래핑은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고, 늪 위를 걷는 듯한 질퍽질퍽한 그루브도 이제 없다. “Antistar” 같은 곡에서는 중앙 아시아 스타일의 새로운 현악 편곡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이전의 앨범들에서 보여주었던 새로운 스타일로의 도약에 비교하면 미미할 따름이다.

그들은 명실공히 트립합의 창시자였으며, 그들이 시도하는 모든 장르적 실험은 반론의 여지 없이 트립합이었다. 그러나 3D는 동료와 함께 확장시킨 트립합이란 넓은 경계 속에서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고 트립합의 세부 장르 중 하나였던 앰비언트 팝 영역에 힘겹게 안착하였다. 트리키(Tricky)가 고향을 등지고, 베스 기븐스(Beth Gibbons)는 솔로 앨범을 통해 서정과 청승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지금, 5년을 기다렸던 매시브 어택의 [100th Windows]는 목 빠지게 기다려온 신도들에게, 종교를 바꾸고 부활한 교주만큼이나 당혹스럽다. 20030305 | 이정남 yaaah@dreamwiz.com

6/10

수록곡

1. Future Proof
2. What Your Soul Sings
3. Everywhen
4. Special Cases
5. Butterfly Caught
6. A Prayer For England
7. Small Time Shot Away
8. Name Taken
9. Anti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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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Special Cases”

관련 사이트
밴드 공식 사이트
http://www.massiveattack.co.uk
100th Window 홍보 사이트
http://www.100thwindow.com
밴드 팬 사이트
http://www.massiveatta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