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6014012-BlueLinesMassive Attack – Blue Lines – Virgin, 1991

 

 

Dark Blue Lines

피부색으로 한 아티스트의 음악적 특징을 단정짓는 행위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억측이 종종 현실로 드러나기도 한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근래의 행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는데, 전작 [Mezzanine](1998)과 5년만에 발표된 신작 [100th Window]에서 나타나는, 록음악을 비롯한 백인음악에 한결 가까워진 듯한 사운드에 머쉬룸(Mushroom)같은 흑인멤버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은 그다지 큰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가령 그들의 데뷔작 [Blue Lines](1991)를 이와 대조해본다면 어떤 의미에서 매시브 어택의 디스코그래피는 일종의 희석화 과정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이들의 음악적 색깔은 순수한 검은색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점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최초의 출발점이 와일드 번치(Wild Bunch)라는 브리스톨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이들의 음악적 뿌리가 명백하게 덥(Dub)에서 기원했으며 이들(와일드 번치)을 지칭했던 레어 그루브(Rare Groove)의 특징이 소울과 훵크, 재즈 등 ‘흑인음악’이라 지칭할 수 있는 사운드 샘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었지만, 다양한 샘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백인음악적 요소가 터부시되지는 않았다-멤버구성에서 단일한 인종의 구성원들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적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미대륙의 힙합을 비롯한 여타의 ‘흑인음악’이라고 불리우는 것들과 다르게 들려왔던 가장 큰 이유는 느린 비트 속에 전달되는 기묘한 우울함(Blue)이라는 정서에 있었던 듯하다. 트리키(Tricky)의 [Pre-Millenium Tension](1995)이나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Dummy](1994)와 같은 앨범의 자켓에 등장하는 차가운 이미지의 사진들처럼.

매시브 어택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Blue Lines]는 그러한 까닭에 브리스톨 사운드의 기원으로 항상 거론된다. 하지만 이러한 꼬리표는 사후적인 것에 가깝다(최초에 매시브 어택의 음악적 특징은 ‘앰비언트 힙합’같은 용어로 표현되기도 했다). 트립합이라는 용어가 점차 일반적인 장르명처럼 사용된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트립합적인’ 아티스트들 혹은 싱글들을 매시브 어택의 이후작품들과 비교하기에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Blue Lines]의 경우에는 약간의 난감함이 존재할 수도 있다-물론 보컬에 의존한 곡 구조와 미대륙의 힙합과 구별되는 차가운 랩, 그리고 몽환적이고 느린 비트에 대해 ‘시금석’이라는 간편한 용어를 적용시킬 수는 있지만. 차라리 트립합이라는 장르명에 집착하기보다 덥에서 기원한 브리스톨의 사운드 시스템들의 음악적 변화의 한 순간적인 단면으로 [Blue Lines]를 바라보는 쪽이 더 속편할 듯 싶다.

도입부의 둥둥거리는 베이스라인 위에 얹어지는 앰비언트적인 시퀀서. 그리고 이어지는 샤라 넬슨(Sharah Nelson)의 소울풀한 동시에 부유하는 이미지의 보컬로 시작되는 앨범의 첫곡 “Safe From Harm”은 사운드의 재료들의 배치가 거의 황금분할에 가까운 듯이 여겨진다. 샤라 넬슨의 보컬은 이를 이어받는 차가운 랩과 충돌한다(혹은 제지당한다). 간간이 등장했다 사라지는(페이드아웃보다는 컷어웨이에 가까운) 훵키한 기타와 시퀀서, 스크래치 샘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로를 보조하는 동시에 구속하며 끊임없는 원무를 지속하는 것처럼 들여온다-강박적 베이스라인과 빌리 코뱀(Billy Cobham)의 곡에서 가져온 드럼 비트에 인도되면서.

그만큼 “Safe From Harm”은 [Blue Lines] 앨범 전체를 통괄하고 있는 안정감과 균열의 기묘한 동거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Unfinished Symphathy”의 환희에 넘치는(혹은 당연히 넘칠 법한) 샤라 넬슨의 보컬과 그 후경을 이루고 있는 현악과 퍼커션 샘플들은 모두 일정정도씩만 조화롭지 못하다-그렇다고 완전히 서로 어긋나 있는 것도 아니다. “One Love”에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스크래치 샘플들이 이전까지의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의 보컬에서 느껴져온 감정을 명백하게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가장 명시적으로 드러난 분열양태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곡들 모두가 싱어의 보컬에 의해 이끌어져나가는 기본 구조 자체에 대해서 샘플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립하거나 혹은 이어받지 않는다-그러한 까닭에 곡의 원형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들은 균열상태에서 다른 것으로 전화된다.

이들의 향후의 음악적 변화와 비교해 볼 때 [Blue Lines]는 이들이 영향받은 음악들의 원형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경우가 많다-“Be Thankful For What You Got”이나 “Hymn Of The Big Wheel”, 혹은 덥이라 해도 상관없을 듯한 “Five Man Army”와 같은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곡에서 나타나는 균열을 매시브 어택의 향후의 행보들과 비교해 보면서 ‘미숙’에 의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혹은 음악적인 과도기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까?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이러한 균열이 ‘트립합’이라는 용어로 굳어질 수 있는 다른 음악들보다 훨씬 더 풍부한 감상을 제공한다는 것은 역설적일 것이다. 20030301 | 김성균 niuuy62@unitel.co.kr

9/10

수록곡
1. Safe from Harm
2. One Love
3. Blue Lines
4. Be Thankful for What You Got
5. Five Man Army
6. Unfinished Sympathy
7. Daydreaming
8. Lately
9. Hymn of the Big Wh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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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Unfinished Sympathy”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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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assiveattack.co.uk
100th Window 홍보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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