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i Puna – Scary World Theory – Morr, 2001 현재진행형의 팝 음악 20세기 후반이 록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전자 음악의 세기쯤 될 터이다. 동전의 앞과 뒤가 뒤바뀌듯 이와 같은 성급한 일반화의 맹점은 쉽게 뒤집어지겠지만, 대중음악이 시대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록과 전자 음악 세대의 극명한 갈림은 분명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정된 개념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록의 진정성이 남성적이고 외향적인 것에 존재했다면, 전자 음악은 다분히 여성적이고 내향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고로 미래의 팝이 내향적인 전자 음악이 될 거 같다는 점은 확실한 예감에 가깝다. 랄리 푸나(Lali Puna)는 보컬리스트인 팔레리 트레벨라흐(Valerie Trebeljahr)의 일인 그룹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진용은 데뷔 EP인 [Snooze]을 제작하며, 노트위스트(Notwist)의 기타 연주자인 마르쿠스 아커(Markus Acher)가 가세하면서 갖춰졌다. 이들의 음악 형식은 전자 음악으로 규정된다. 첫 번째 정규 음반인 [Tridecoder](1999)에선 인디 팝의 감수성과 리듬감 있는 비트, 적절한 샘플링의 배치를 조합해, 대중 친화적인 전자 음악을 구현해 냈다. 비록 이들의 멤버 구성(보컬, 기타리스트, 드러머, 키보디스트)이 일렉트로닉 그룹보다 록 밴드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연주 또한 표본 추출된 다음 변형될 뿐이므로 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를 두고 록의 해체 그 이후를 짐작할 수는 있을 터이지만. 랄리 푸나의 두 번째 음반인 [Scary World Theory]는 [Tridecoder]의 결함 없이 개선된 버전이다. 전작에서 들려주었던 아날로그 비트들은 글리치(Glitch) 기법으로 쪼개졌으며(“Middle Curse”, “Satur-Nine”), 원숙해진 앰비언트 브레이크 비트(Ambient Breakbeat)도 여전하다(“Contratempo”, “50 Faces Of”, “Don’t Think”). 새로 가미된 피아노의 사용도 주목할 만하다. 음반에서 피아노는 재지(Jazzy)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는 것(“Come on Home”)과 동시에, 고요한 울림으로 드럼 비트의 차가움 또한 중화시키고 있다(“Bi-Pet”). 음반을 (긍정적인 의미에서) 팝적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팔레리 트레벨라흐의 목소리다. 소박하면서 단아한 곡 구성을 가진 “Nin-Com-Pop”와 “Bi-Pet”부터, 세심하게 분절된 루프(loop)에 실려 반복되는 비트들을 맛볼 수 있는 “Scary World Theory”에 이르기까지, 팔레리 트레벨라흐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살며시 나타나 정처 없는 숨결을 내뿜는다. 그리고 목소리가 형성한 인공의 우수는 “Lowdown”에 이르러 창가에 어린 성에 같이 아릿하게 흐려지다가 절정에 달한다. 랄리 푸나는 [Scary World Theory]에서 진보적인 샘플링 기법과 명징한 구조를 가진 곡 구성으로 미래의 대중음악을 현재에 실현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같은 ‘때묻은’ 팝이 아닌, 혹은 에어(Air)같은 키치도 아닌 현재진행형의 팝 음악인 것이다. 이 완료되지 않은 진행형은 미래를 함유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이 나아가는 바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20030214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8/10 수록곡 1. Nin-Com-Pop 2. Middle Curse 3. Bi-Pet 4. Contratempo 5. Scary World Theory 6. 50 Faces Of 7. Lowdown 8. Don’t Think 9. Come on Home 10. Satur-Nine 관련 글 록에서 일렉트로니카로 : Intro – vol.5/no.05 [20030301] The Postal Service [Give Up] 리뷰 – vol.5/no.05 [20030301] Out Hud [S.T.R.E.E.T D.A.D] – vol.5/no.05 [20030301] Radian [Rec.Extern] – vol.5/no.05 [20030301] Midwest Product [Specifics] – vol.5/no.05 [20030301] Lali Puna [Scary World Theory] – vol.5/no.05 [20030301] Add N to (X) [Loud Like Nature] – vol.5/no.05 [20030301] Notwist [Neon Golden] – vol.5/no.1 [20030101] Enon [High Society] 리뷰 – vol.5/no.06 [20030316] Xiu Xiu [A Promise] 리뷰 – vol.5/no.06 [20030316] Icu [Chotto Matte A Moment!] 리뷰 – vol.5/no.06 [20030316] Meg Lee Chin [Piece And Love] 리뷰 – vol.5/no.06 [20030316] Mitchell Akiyama [Temporary Music] 리뷰 – vol.5/no.06 [20030316] Cornelius [Point] 리뷰 – vol.5/no.06 [20030316] 관련 사이트 Lali Puna 공식 사이트 http://www.lalipun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