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3121844-OutHud-streetdadOut Hud – S.T.R.E.E.T  D.A.D – Kranky/Pastel(수입), 2002

 

 

지성, 육체와 이중의 계약을 맺다

아웃 허드(Out Hud)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3인조 ‘뮤지션 집단’이다. 올 뮤직 가이드(All Music Guide)에는 베이 애리어(Bay Area) 출신이라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나 정작 밴드의 음악은 외견상 턴테이블리즘과는 그리 관계가 없다. 물론 각종의 음악적 재료들을 수집하고 전자 장비를 통해 그것들을 조합한다는 데에서 이들이 가진 ‘태도’의 공통점을 찾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베이 애리어만의 특권은 아닐 것이다.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 첼리스트라는 묘한 편성을 갖고 있으며, 이 음반은 작년에 여러 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그들의 정규 데뷔음반이다.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기타 겸 드럼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는 타일러 포프(Tyler Pope)라는 사내 같지만 그가 독재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음반을 이끄는 데 있어서 다른 멤버들의 음악적 비중이 제법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음반을 듣다 보면 ‘IDM이 중재한 인디 록, 디스코, 뉴 웨이브의 계약’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단, 이것은 이중계약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자. 그러나 육중한 비트와 파장을 그리듯 울리는 기타, 현을 굵게 잡아당기는 첼로 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파삭거리는 파열음이 툭툭 튀어나오는 “Story Of The Whole Thing”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명확히 눈에 띄지 않는다. 본색이 드러나는 것은 “Dad, There’s A Little Phrase Called Too Much Information”에서부터이다. 둥둥거리는 디스코 비트와 깨작거리는 훵키한 기타, 복잡한 리듬과 효과음들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7분 남짓한 시간 동안 거침없이 내달린다. 어둡되 침울하지 않고, 묵직하되 ‘댄서블’하다. 언더그라운드 SM 클럽에 모인 안경잡이 샌님들을 대상으로 한 21세기형 댄스 음악 같다는 생각도 일순 스친다. 흥겹긴 하나 격렬한 춤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곡들의 제목은 음악이 갖고 있는 정형/무정형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표지판같다.

사운드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디스코의 정박 4비트이다. 그러나 그 비트에 어울리는 ‘천박하고 밝은 열기’는 없다. 이는 음반 전체의 초자아처럼 기능하며, 사운드의 색깔을 정한다. ‘탈주, 분열, 증식’의 욕망을 갖고 있는 IDM의 이드(id)가 일순 발작할 것 같다가도(이를테면 “Dad, There’s A Little Phrase…”의 첫부분처럼) 디스코의 초자아가 이를 적절히 통제한다. 그래서 (명칭과는 달리) 실제로는 스텝을 밟기 어려운 ‘지성적 댄스 음악’과는 거리를 둔다. 그러나 IDM의 싸늘하고 ‘지성적인’ 분위기는 계약의 매개자답게 음반 전체에 흔적을 남긴다.

또다른 계약 주체인 인디 록과 뉴웨이브는 디스코 비트와 더불어 음반의 흥을 돋군다. 기타는 뉴 오더(New Order)처럼 잘게 쪼갠 리듬 연주를 중심으로 명료한 배킹 주법을 선보이며, 때로 노이즈의 덤불을 헤치고 나와 곡의 중심에 자리하고자 한다(“Dad, There’s A Little Phrase…….”, “Hair Dude, You’re Stepping On My Mystique”). 베이스는 또박또박 음을 찍어대면서 ‘인간적’인 향취를 불어넣는다. “Hair Dude, You’re Stepping On My Mystique”의 말미에서 첼로의 스타카토와 동시에 진행되는 베이스의 연주는 무척 날카롭다. 물론 종내는 드럼 머신의 기관총같은 연타가 양쪽 다 덮어버리지만. 첼로는 챔버 팝처럼 단정히 연주하다가도(“Story Of The Whole Thing”) 신음소리처럼 들리는 ‘전위적’인 연주를 감행하기도 한다(“Hair Dude, You’re Stepping On My Mystique”).

이제 ‘이중의 계약’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별 건 없다. 록과 뉴웨이브/디스코가 한때 ‘불편한 관계’였다는 생각이 떠올라 써 본 말이다. 하여 세월의 무상함이 (적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실감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계약의 내용이 과연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 음반에서 록의 흔적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인 시퀀싱에 기반을 둔 전위적인 하우스 음악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그래서, 자세히는 알 수 없되, 록이 이 계약을 통해 얻은 이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생존의 방식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축복일지도 모른다. 크리드(Creed)처럼 좀비가 되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 20030223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Story Of The Whole Thing
2. Dad, There’s A Little Phrase Called Too Much Information
3. This Bum’s Paid
4. Hair Dude, You’re Stepping On My Mystique
5. The L Train Is A Swell Train And I Don’t Want To Hear You Indies Complain
6. “My Two Nads”(Dad Re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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