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9123110-felatributeVarious Artists – Red Hot + Riot: The Music and Spirit of Fela Kuti – MCA, 2002

 

 

힙합-소울-재즈-아프로비트의 혁신적인 퓨전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색깔이 드러나면서도, 개별 곡들은 편차 없이 일정한 수준과 독특한 개성을 보여줄 것. 베스트/컴필레이션/베스트/트리뷰트 음반에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는 이것이다. [Red Hot + Riot]는 그 최대치를 실현하고 있는 드문 음반이다. 믹스매스터 마이크의 턴테이블과 블랙캘리셔스의 기프트 오브 갭, 그리고 역시 소울사이즈 크루(Solesides Crew)의 일원인 라티프의 묵직한 래핑, 아프로비트로부터 따온 색소폰 샘플이 공중 대혈투를 벌이는 “Kalakuta Show”는 페미 쿠티와 루츠(Roots)의 공작의 후속 프로젝트처럼 느껴지는 랩/힙합/아프로비트의 훌륭한 퓨전이다. 이 곡을 통해 아프로비트가 흑인음악의 혁신을 가져오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필자의 다소 성급했던 기대는 아직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세 곡은 펠라 전성기의 대표곡들을 각기 독창적으로 재작업함으로써 본 음반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Shuffering + Shmiling”는 포지티브 포스의 질주하는 현대적 아프로비트와 브라질의 월드 스타 호르헤 벤의 챈트가 원곡의 샤머니즘을 일렉트로닉 싸이키델리아로 버전업하고 있는 곡이다. 그 안에 담긴 아프리카의 자부심은 변함이 없되, 펠라의 비언어적 장광설은 여러 래퍼들의 스트레이트한 선언문으로 바뀌었다. 포지티브 포스의 아프로훵크 혼 섹션과 퍼커션 사운드 더미 속에서 로이 하그로브의 트럼펫, 나일 로저스의 기타가 열정적인 재즈/훵크 잼 연주를 이어가는 인트로에 이어, “Water No Get Enemy” 본곡에서는 페미 쿠티, 디안젤로, 메이시 그레이가 요루바어로 매력적인 노래를 주고 받게 되면, 재즈/훵크/소울/아프로비트가 서로 뒤엉킨다. “Gentleman”은 앞 곡과 비슷한 재즈/소울 잼이되, 일렉트로니카적 프로듀싱이 펠라의 원곡을 크게 변형시켜놓았다. 동시대 일렉트로니카의 원초성이 펠라의 그것을 어떤 식으로 강화시켰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강렬한 에너지가 꿈틀대는 이 곡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말리의 기타리스트 드젤리마디 툰카라의 짧지만 독특한 기타가 아름다운 “Tears + Sorrow”에서 분위기는 반전되어, 월드 뮤직의 향취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펠라의 초기 두 곡을 묶어놓은 “Shakara/Lady”의 주인공은 세네갈의 음발락스(mbalax)를 대표하는 뮤지션 셰이크 로이다. 이 곡에서는 그가 펠라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재현함과 함께, 그가 연주하는 토킹 드럼 소리의 이국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펠라의 또다른 대표곡 “Zombie”는 클럽용 댄스 리믹스 같이 들리는 벅스 인 디 애틱과 운미의 곡과, 비루투오시를 과시하는 나일 로저스, 로이 하그로브, 머니 마크의 연주곡의 두가지 버전을 들을 수 있다. “No Agreement”에서는 펠라 쿠티 밴드 멤버 토니 앨런의 드럼이 원곡에 대한 충실성을 보증해주는 가운데, 역시 자이르 출신의 레이 레마의 키보드, 세네갈 출신의 스타 바바 말의 보컬, 프리 재즈의 거장 아키 솁의 테너 색소폰, 세네갈의 듀오 포지티브 블랙 소울의 독특한 ‘아프리칸 랩’이 순서대로 등장하며 장시간 재즈 잼을 늘어놓는다.

음반에서 ‘유이하게’ 펠라의 곡들이 아닌 켈리스와 샤데이의 두 곡은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넵튠스(Neptunes)와 동행하지 않은 켈리스는 두터운 사운드 샘플 위에서 (두 장의 솔로 앨범의 어떤 곡들보다) 매력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샤데이의 곡은 펠라 쿠티의 샘플을 잔뜩 입힌 클럽 댄스용 리믹스 버전이다. 타지 마할의 블루스 기반의 기타, 바바 말의 보컬과, 역시 세네갈 뮤지션인 카우딩 시소코의 코라(하프와 비슷한 현악기) 연주가 펠라의 곡 중에서 유일하게 아프로비트가 아닌 “Yanga Wake AM”의 평온함을 충실하게 재현하며 음반을 끝맺고 있다.

[The Music and Spirit of Fela Kuti]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이 음반의 응집력의 중심에는 펠라 쿠티가 자리잡고 있다. 힙합/소울/재즈/아프로비트/록/월드 뮤직 등 다양한 음악적 기반을 가진 40여명의 쟁쟁한 뮤지션들이 한데 모여 작업한 결과가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유기적인 음반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일견 단순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펠라 쿠티의 아프로비트 음악의 마력과 포용력이다. 그걸 확인할 수 있다면 펠라 쿠티를 추모하고자 하는 이 음반의 대의 역시 최대치로 실현된 것이리라. 20030201 | 이정엽 evol21@netsgo.com

9/10

수록곡
1. (Intro) Fela Mentality
2. Kalakuta Show – Mixmaster Mike + Lateef + Gift Of Gab (of Blackalicious)
3. (Interlude) Live at Kalakuta
4. Shuffering + Shmiling – Dead Prez, Jorge Ben Jor, Talib Kweli, Bilal + Positive Force
5. (Interlude) Gimme Shit
6. Water No Get Enemy (Intro)
7. Water No Get Enemy – D’Angelo, Femi Kuti + Macy Gray feat. Roy Hargrove, Nile Rogers, The Soultronics + Positive Force
8. Gentleman – Meshell Ndegeocello + Yerba Buena! feat. Ron Blake
9. Tears + Sorrow – Common, Meshell Ndegeocello + Djelimady Tounkara
10. Shakara/Lady, Pt. 1 – Cheikh Ló
11. Shakara/Lady, Pt. 2 – Chateau Flight feat. Cheikh Ló, Les Nubians + Manu Dibango
12. (Interlude) Don’t Worry About My Mouth
13. Zombie, (Pt. 1) – Bugz In The Attic feat. Wunmi
14. Zombie, (Pt. 2) Instrumental – feat. Nile Rodgers, Roy Hargrove + Money Mark
15. No Agreement – Tony Allen, RES, Ray Lema, Baaba Maal, Positive Black Soul + Archie Shepp
16. So Be It – Kelis
17. (Interlude) This Is an Ashanti Proverb
18. By Your Side (Cottonbelly’s Fola Mix Edit) – Sade
19. Colonial Mentality – Yerba Buena! + Lenine
20. Trouble Sleep Yanga Wake AM – Baaba Maal + Taj Mahal feat. Kaouding Cissoko + Antiba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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