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wan – Mary, Star Of The Sea – Reprise/Warner, 2003 기계의 신, 유람선을 타다 스매싱 펌킨스는 종종 빌리 코건과 지미 챔벌린이었다. 챔벌린을 기용한(더불어 다시 한 번 여성 베이시스트를 기용한) 빌리 코건의 새 밴드 즈완(Zwan)은 간판만 바꾼 펌킨스 7집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Machina 3: 현대 음악의 무한한 반복가능성] 같다. 이런 생각은, ‘1990년대를 주름잡던 록 밴드 리더의 새출발’이라 씌어진 현수막을 보며 음반을 듣지 않는 한 쉽사리 지워질 것 같지 않다. 낭만적인 제목과 색동저고리같은 음반 커버가 주는 색다름도(속지 그림은 서양인의 눈으로 본 십장생도 같다), 슬린트(Slint)와 토오터스(Tortoise)의 전 멤버 데이빗 파조(David Pajo)가 정식 멤버로 참여했다는 정보도, 정작 음반을 듣는 순간 다 날아가버린다. 이건, 이런 말 하기는 나도 싫지만, ‘즈완’도 ‘쯔반’도 아닌 포스트-펌킨스이다. 그래 좋다. 노래 잘하는 매미 같은 코건의 맹맹한 보컬이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정말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카운팅 크로우즈(Counting Crows)라도 된 것처럼 상쾌하게 터지는 “Lyric”의 강한 흡인력 또한 귀를 잡아끌 만하다. 이 곡만이 아니다. 음반에는 후일 모던 록 트랙 차트에서 다시 만날 법한 곡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선전하고 있는 “Honestly”를 비롯하여 “Declarations Of Faith”, “Ride A Black Swan” 등은 몇 겹으로 두른 기타음과 질주하는 파워 드러밍 속에서도 말랑말랑한 현악 세션과 함께하는 유려한 훅을 과시한다. 다만 이러한 느낌은 곡들의 음률이 [Adore]를 기점으로 하는 펌킨스의 후기작들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을 경우의 이야기다. “Ride A Black Swan”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기타의 드론 사운드는 즈완이 원래 인디 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려 했었다는 사실 또한 희미하게 상기시킨다. 다시 한 번, 그래 좋다. 솔직히 이 음반은 듣기에 나쁘지 않다. 확실히 몇몇 트랙들이 보여주는 산뜻함은 펌킨스의 음울한 아우라를 벗고 싶어하는 코건의 의지를 잘 드러낸다. 숨죽여 누워있다 덮치며 포효하는 진행은 폭발적이면서도 후텁지근하며, 애써 빚어낸 거친 사운드는 그 두터운 질감에도 불구하고 아지랑이처럼 팔랑거리는 가벼움 또한 품고 있다. 펌킨스 시절의 과시적인 사운드 메이킹과는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이것을 밴드 자체의 개성이라 부르기는 망설여진다. 첫째는 누가 만들었는지가 너무 빤히 보이기 때문이며, 둘째는 (비록 굉장히 텁텁하게 녹음되었지만) 이와 닮은 사운드가 무엇인지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Spin]의 지적대로 빌리 코건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지랄맞게도 정확히 알고 있는 콘트롤 괴물(control freak)”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너무나 정확하게 잘 알고 있어서 기껏 영입한 인디 록의 거물 데이빗 파조가 음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정도이다. 지루한 아트 록 잼인 “Jesus, I/ Mary Star of the Sea”는 [Machina/The Machines of God]에 실린 “Glass And The Ghost Children”의 ‘유령 아가’ 같고, 나긋나긋한 포크 송 “Of A Broken Heart”는 [Adore]가 주었던 울림에 미치지 못한다. 음반의 문제는, 무엇보다, 내가 계속 이 음반을 펌킨스의 예전 음반들과 비교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있는 듯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비교가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펌킨스 예전 음반들과의 비교는 기실 즈완이 지고 있는 일종의 원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담과 이브처럼) 노동으로써 그 죄를 사함 당하고자 하는 대신 유람선을 타고 바다의 별 메리와 노닥거리는 데 족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좋은 순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을 오래 들을 수는 없다. 생뚱맞은 “Come With Me”는 특히나. 20030211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4/10 수록곡 1. Lyric 2. Settle Down 3. Declarations Of Faith 4. Honestly 5. El Sol 6. Of A Broken Heart 7. Ride A Black Swan 8. Heartsong 9. Endless Summer 10. Baby, Let’s Rock! 11. Yeah! 12. Desire 13. Jesus, I/ Mary Star Of The Sea 14. Come With Me 관련 글 Smashing Pumpkins [Gish]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Siamese Dream]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Pisces Iscariot]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The Aeroplane Flies High] 리뷰 – vol.5/no.4 [20030216] James Iha [Let It Come Down]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Adore]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Machina/ The Machines Of God] 리뷰 2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Machina/ The Machines Of God] 리뷰 1 – vol.2/no.6 [20000316] Smashing Pumpkins [Machina II: The Friends And Enemies Of Modern Music]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Greatest Hits] 리뷰 – vol.5/no.4 [20030216] Smashing Pumpkins [Earphoria] 리뷰 – vol.5/no.4 [20030216] Zwan [Mary, Star Of The Sea] 리뷰 – vol.5/no.4 [20030216] 관련 영상 “Lyric” 관련 사이트 스매싱 펌킨스의 전세계 팬사이트를 연결하는 허브 사이트 http://www.starla.org 스매싱 펌킨스 메시지 보드 http://smashingpumpk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