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포스트 힙합(post-hip hop)’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힙합은 한계에 이르렀으니 그 대안을 생각하자는 식의 주장이 아무래도 대세를 이룬다. 물론 힙합이 정말로 죽어 가는지 단지 지속적인 변화와 변용을 거듭할 뿐인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건, 소위 포스트 힙합 세대 아프로 아메리칸 흑인 청년들의 음악을 더 이상 기존 힙합 코드에 국한시켜 얘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젊은 흑인 뮤지션들 상당수가 힙합의 틀 안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한편으로 주류 힙합과 R&B 수용자들 또한 새로운 사운드를 원하면서, 주류 시장과 인디 씬을 아우르는 ‘대안적 흑인음악들’이 근년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네오 소울(neo-soul)’이다. 웨이브에서도 이미 특집을 다루었지만, 네오 소울은 이미 작은 운동(movement)의 차원을 넘어, 현재 주류 흑인 음악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참신한 음악적 실험으로 시작된 네오 소울이 하나의 ‘패션’으로 변모하면서 벌써부터 피상적이고 획일화된 대형 상품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신세대 블랙 록의 선두주자 코디 체스넛(Cody Chesnutt) 네오 소울만큼 거대한 흐름은 아니지만, 최근 일군의 흑인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발견된다. 바로 ‘블랙 록’, ‘블랙 록큰롤’, 혹은 ‘게토 록’이란 이름으로 분류되는, 소위 ‘기타를 맨 흑인 청년들(niggas with guitars)’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존 흑인 음악 범주들을 훌쩍 뛰어넘는 자유분방한 사운드 덕에 네오 소울 뮤지션들보다 새롭고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대부분 스스로를 ‘록 뮤지션’이라 정의하기에 더욱 큰 흥미를 자아낸다. 왜 지금 블랙 록인가? 기타 중심의 록이 더 이상 백인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프로 아메리칸 흑인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게 사실이다. 흑인 뮤지션들이 창조한 록큰롤과 블루스가 초기 록 혁명을 위한 길을 인도했던 것을 상기하면, 수십 년째 지속되는 흑인 공동체의 록에 대한 외면과 편견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물론 지난 세월 흑인 록 뮤지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비록 극소수지만, ‘록 슈퍼스타’로 추앙 받는 이들도 있다. 가령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는 세상을 떠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록 기타의 전설적인 영웅이며, 당대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는 가장 쿨하고 섹시한 록 뮤지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80년대는 흑인 록 뮤지션을 위한 나름의 호황기였다. 배드 브레인스(Bad Brains)를 필두로 피쉬본(Fishbone), 리빙 컬러(Living Colour)로 이어지는 흑인 록 밴드들의 등장은 흑인들이 하는 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대부분 백인 로커들을 무색케 하는 강력한 하드 록이나 펑크를 구사하며 상업적으로도 짭짤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미국 NBC의 간판 오락 프로그램이자 실력파 뮤지션을 위한 검증 무대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에 피쉬본이 출연했던 것은 ‘블랙 록’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평가받기도 했다. Living Colour “Cult Of Personality” ([Vivid](1988) 중에서) 하지만 1990년을 전후해 이들 흑인 록 밴드는 급작스레 부진에 빠지게 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런지 시대’의 도래는 특히 주류 시장의 여타 록 뮤지션들이 도태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물론 흑인 밴드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실 록에 대한 흑인 청자들의 오랜 무관심을 떠올린다면, 애초부터 이들 흑인 록 밴드가 백인을 위한 백인의 록 음악을 고집해왔음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결국 유일한 수용자 집단인 백인 청년들마저 고개를 돌리면서 ‘블랙 펑크’ 밴드들은 서서히 무대 뒤켠으로 물러나고 만다. 흥미롭게도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록은 다시금 흑인 음악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유행만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흑인이 하는 록을 마침내 흑인 청자들이 듣기 시작했다는 것은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다. 그럼 왜 소위 포스트 힙합 세대 흑인 청년들은 갑자기 록 음악을 찾는 것일까? 아마도, 주류 힙합과 R&B가 진부해진 탓도 있겠지만, 지금 부상하는 블랙 록이 과거 흑인 뮤지션들의 록과는 자못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백인 청자들을 타깃으로 기존의 백인 록을 그대로 재현해내던 1980년대의 블랙 펑크 밴드들과 달리, 신세대 블랙 로커들은 흑인 음악의 감성과 전통을 자기 정체성의 근간이자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흑인 청자들을 충분히 유혹할 만하다. 물론 당대의 블랙 로커들은 대부분 힙합 공동체 속에서 성장했기에, 힙합은 당연히 그들의 중요한 음악적 자양분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록 음악에 나름의 애정을 갖고 있다 해도, ‘정통 록’을 시도할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힙합과 록을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것도 그들은 원하지 않는다. 어설픈 백인 랩-록 밴드 흉내내기를 거부할 뿐 아니라, 한편으로 단순한 록 샘플링에 의존하는 기존 힙합 뮤지션들과도 거리를 둔다. 이는 당대 블랙 록 뮤지션의 음악 속에 힙합과 록 외에 양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또 다른 중요한 매개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힙합 세대의 감성과 록의 공격성을 바탕으로 하되 거기에 다양한 흑인 음악의 유산들이 끈끈히 녹아든다는 점이 과거의 흑인 펑크 밴드 혹은 지금의 록-랩 하이브리드와 변별되는 이들 블랙 록 뮤지션의 가장 큰 특징인 것이다. 특히 록의 요소가 녹아든 ‘강성(强性) 훵크’는 신세대 블랙 록의 핵심 인자와도 같다. 가령 슬라이 앤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팔러먼트와 훵카델릭(Parliament /Funkadelic),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 미터스(the Meters) 등의 향취는 블랙 록 뮤지션 누구에게나 물씬 풍겨난다. 더불어 소울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블랙 록에서 드러나는 소울의 요소는 지금의 주류 R&B/소울의 매끄러운 사운드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나 프린스(Prince)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록 감성을 지닌 소울에 훨씬 가깝다. 한편으로, 지미 헨드릭스의 비중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시대엔 단지 백인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흑인 팬들로부터 외면 당했지만, 하드 록 속에 소울 감성을 녹여낸 그의 탁월한 음악을 지금의 블랙 록 뮤지션들이 놓칠 리 없다. 블랙 록 개종자들 그렇다면 어떤 흑인 뮤지션들이 현재 블랙 록을 주도하고 있으며, 떠오르는 기대주는 누구인가. 일단, 블랙 록의 ‘넥스트 빅 띵(next big thing)’을 소개하기 앞서, 최근 주류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흑인 로커들 혹은 록에 경도된 흑인 뮤지션들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2001년 하반기 N*E*R*D의 등장은 사실상 새로운 블랙 록 운동의 시작이었다. 버지니아 출신 프로듀서 듀오 넵튠스(The Neptunes)의 개인 프로젝트 N*E*R*D는 21세기 블랙 록의 전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록 밴드 형태의 강력한 라이브 연주에 최신 주류 R&B/힙합의 작법과 1970년대 소울의 아우라를 절묘하게 버무린 이들의 데뷔 앨범 [In Search Of…](2001)는 평자들의 절대적 호평을 받았다. 특히 “Rock Star” 비디오 클립에서 패럴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가 강력한 하드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스스로 록 스타라고 선포하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N*E*R*D만큼 큰 관심을 끌지는 못 했지만, 필라델피아의 신성 리스(Res)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데뷔 앨범 [How I Do](2001)는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로부터 1970년대 백인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노래를 연상케 하는 가사와 탁월한 포스트 펑크 사운드가 돋보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물론 외지의 호평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앨범은 직선적인 록과 몽환적인 최신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건조한 듯 촉촉한 리스의 목소리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었다. 특히, 뒤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대부분의 곡을 작곡한 산티 화이트(Santi White)는 이 앨범 한 장으로 몇 안 되는 실력파 흑인 여성 로커로 완전히 자리 매김 했다. 거물급 힙합 뮤지션들의 록에 대한 새로운 관심도 주목할만하다. 루츠(the Roots)는 최근 신보 [Phrenology](2002)를 통해 힙합 밴드에서 록 밴드로의 전환기적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뉴저지 출신 기타리스트 벤 키니(Ben Kinney)의 가세는 루츠의 사운드를 보다 공격적이고 복합적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즈 랩 밴드로 경력을 시작한 루츠가 네오 소울의 선구자라는 작위를 거쳐 이제는 록과 힙합의 유기적 결합에도 본격적인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2월에 세상에 나온 커먼(Common)의 [Electric Circus](2002) 또한 예사롭지 않다. 루츠의 퀘스트러브(?estlove)와 제임스 포이서(James Poyser)가 프로듀스를 담당한 이 앨범은 다양한 성향의 트랙이 포진해있지만, 록과 대담한 접목을 시도한 곡들이 단연 눈에 띈다. 특히 패럴 윌리엄스, P.O.D.의 소니(Sonny), 스테레오랩(Stereolab) 등 유별난 게스트들은 가뜩이나 난해하고 과격한 사운드에 한층 공격성을 더한다. 그 중에서도 지미 헨드릭스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환영이 중첩되는 듯한 9분 여의 대곡 “Jimi Was A Rock Star”는 단연 압권이다. 모스 데프(Mos Def)가 이끄는 록 밴드 블랙 잭 존슨(Black Jack Johnson) Q-Tip “Barely In Love”([Kamaal The Abstract](2003 예정) 중에서) Black Jack Johnson “War”([Live In NYC)] 중에서) 올해 초 발매 예정인 큐 팁(Q-Tip)과 모스 데프(Mos Def)의 신보 역시 블랙 록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드러낼 것이다. 큐 팁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 될 [Kamaal The Abstract]는 재즈 록 사운드에 가깝다.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시절부터 큐 팁의 사운드를 규정해온 재즈 샘플링을 재즈 록 성향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로 대체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곡에서 랩 대신 노래를 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한편, 모스 데프의 신보는 자신의 솔로 작업이 아니라 4인 프로젝트 밴드 블랙 잭 존슨(Black Jack Johnson)의 앨범이다. 이미 2년 전부터 뉴욕시를 중심으로 라이브 활동을 벌여온 블랙 잭 존슨은 모스 데프가 보컬리스트로서 노래와 랩을 담당하고 배드 브레인스와 리빙 컬러 출신의 기타, 베이스, 드럼 주자가 뒤를 받치고 있다. 전성기의 배드 브레인스나 피쉬본을 떠올리는 강력한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모스 데프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열정적으로 토해낸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뮤지션들의 새로운 음악적 실험과 시도가 모두 절대적인 환영과 지지를 받는 건 아니다. 가령 모스 데프나 큐 팁의 변신에 대해서는 기회주의적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들 스타급 뮤지션의 록에 대한 애정은 힙합을 비롯한 기존 흑인 음악의 사운드 지평을 확장하는데 분명 큰 몫을 할 것이다. 더욱이 아웃캐스트(Outkast)나 구디 몹(Goodie Mob) 같은 훵크 록에 경도된 힙합 뮤지션들의 눈부신 활약까지 감안하면, 블랙 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블랙 록의 넥스트 빅 띵(Next Big Thing) 이제 미 도처의 언더그라운드에서 급 부상하는 블랙 록의 기대주들을 만나볼 차례다. 위에서 언급한 주류 시장의 뮤지션들 대부분이 록에 대한 뒤늦은 관심을 표명하는 힙하퍼들이라면, 이 신세대 블랙 로커들은 힙합보다는 소울 혹은 훵크와 같은 흑인 음악의 오랜 유산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동시에 직접적인 록의 세례를 받아들이며 성장한 뮤지션들이다. 소울과 훵크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이들의 록 음악은 사실 상당 부분 소울 음악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블랙 로커는 노골적으로 기타 중심의 라이브 연주를 선호하며, 더욱이 자신들의 음악을 주류 R&B/소울과 구분하기 위해 스스로 록이라 규정한다. 이들 중에서도 선두주자는 단연 코디 체스넛(Cody Chesnutt)이다. 애틀랜타 출신으로 현재 LA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이 33세 청년은 데뷔 앨범을 발매하기 전인 작년 여름부터 MTV 특집 프로그램과 각종 음악잡지에 소개가 되면서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메이저 레이블들의 집요한 유혹을 뿌리치고 지난 10월에 발매된 더블 앨범 [The Headphone Masterpiece](2002)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독점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무려 36곡이 담긴 코디 체스넛의 데뷔 앨범은 겨우 10,000불의 제작비와 장비로 자신의 침실에서 완성한 지극히 ‘노파이(no-fi)한’ 음반이다. 물론 혼자서 노래하고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했는데, 특히 기타 연주와 보컬 솜씨가 돋보인다. 슬라이 스톤과 프린스, 디안젤로(D’Angelo)부터 비틀스(the Beatles)와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심지어 스트록스(the Strokes)의 향취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이 앨범은 자신의 주장대로 “소울 감성을 지닌 록”으로 가득하다. 애초에 R&B 작곡가이자 드러머로 활동을 시작한 코디 체스넛은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듣고 이에 경도되면서 음악적 방향을 새로 설정했다. 물론 그의 음악에서 힙합의 향취가 어느 정도 묻어남에도 불구하고, 코디 체스넛은 노골적으로 힙합이 싫다고 얘기한다: “나는 소울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나중엔 록큰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힙합은 그사이 나에게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힙합이 묻어나는 소울에 대해서는 어떤 충동도 느끼지 않는다.”([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 중에서) Martin Luther “Black Eyed Susan”([The Calling](1999) 중에서) 30대 초반의 로커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블랙 록의 미래를 짊어질 또 다른 주역으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한 마틴 루터는 이미 1999년에 인디 레이블 비욘드(Beyond)를 통해 [The Calling]이라는 데뷔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십대 시절 교회에서 건반 연주를 했던 그는 팔러먼트와 훵카델릭의 음악을 듣고 ‘궤도 수정’을 했다. 기타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마틴 루터는 보컬리스트로서도 발군이다. 자금 부족으로 제대로 홍보도 못 하고 사라진 그의 데뷔 앨범은 소울 보컬과 가스펠 합창에 훵크 록의 요소가 결합된 유려한 ‘사이키델릭 러브 발라드’가 주 내용물이었다. 최근 마틴 루터는 슬럼 빌리지(Slum Village), 바하마디아(Bahamadia) 등을 거느린 LA의 굿바이브(Goodvibe)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다. 올해 초에 발매될 두 번째 정규 앨범 [Rebel Soul Music(가제)]은 보다 흥겨운 훵크 록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코디 체스넛처럼 마틴 루터도 요즘의 힙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힙합 비트로 내 음악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기타와 라이브 연주로 작업을 해야 내 메시지, 즉 가스펠 정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훼이더(The Fader)]지와의 인터뷰 중에서) 록 밴드 스티프트(Stiffed)의 흑인 여성 보컬 산티 화이트(Santi White) 세 번째로 소개할 블랙 로커는 산티 화이트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밴드 스티프트(Stiffed)다. 코디 체스넛과 마틴 루터가 소울의 아우라를 결코 벗어나지 않는데 반해, 스티프트는 직선적이고 강력한 록큰롤 밴드에 가깝다. 보컬을 맡은 흑인 여성 산티 화이트와 베드 브레인스 출신 드러머 척 트리스(Chuck Treece)를 중심으로, 이들 4인 밴드는 단순한 코드의 빠르고 힘있는 록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산티 화이트는 때론 달콤하게 속삭이다가 때론 노도처럼 몰아치며 자유로이 음색을 변화시키는 빼어난 보컬 실력을 과시한다. 물론 솔직한 가사와 귀에 감기는 멜로디의 곡을 써내는 능력 또한 범상치 않다. 주로 라이브 활동에 전력을 투자해온 스티프트는 쿨헌터(Coolhunter)라는 인디 레이블을 통해 조만간 여섯 곡이 수록된 EP를 발매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시애틀 밴드 체리와인(Cherrywine)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체리와인의 리더는 이스마엘 버틀러(Ishmael Butler)라는 뉴욕 출신 흑인 청년이다. 재즈 랩 혹은 컬리지 랩의 선두주자로 1990년대 초 한참 주가를 높였던 힙합 그룹 디거블 플래니츠(Digable Planets)의 리더 버터플라이(Butterfly)가 바로 그이다. 레이블과의 마찰로 디거블 플래니츠는 두 번째 앨범 이후 해체되었고, 이스마엘 버틀러는 1990년대 후반 뉴욕시를 떠나 시애틀로 이주했다. 사실 그가 뉴욕을 뜰 때부터 록을 할 것이란 소문은 무성했었다. 결국 이스마엘 버틀러는 몇 차례의 시행 착오 끝에 자신의 밴드 체리와인을 2년 전에 결성하였다. 지역 인디 레이블 디싸이드(DCide)를 통해 올해 초에 발매되는 체리와인의 데뷔 앨범 [Bright Black(가제)]은 1970년대 고전 록과 훵크, 1980년대 신쓰 팝에 최신 힙합 비트, 그리고 이스마엘 버틀러의 독특한 랩이 결합된 새로운 사운드를 담을 것이라고 한다. Outro 본격적인 블랙 록의 행보는 이제서야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시장의 스타부터 인디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록을 간판으로 내건 음악을 하겠다고 하니, 이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흑인 청자들까지 지금의 블랙 록에 점진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뮤지션 모두가 록을 주장하고 있지만, 상이한 개인 이력과 미세한 음악적 관점의 차이로 보건대 그들이 내놓을 결과물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올해 상반기에 연이어 발매될 블랙 잭 존슨, 큐 팁, 마틴 루터, 스티프트, 체리와인 등의 신보는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블랙 록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듯싶다. 20021227 | 양재영 cocto@hotmail.com 관련 글 The Roots [Phrenology] 리뷰 – vol.5/no.3 [20030201] Cody Chesnutt [The Headphone Masterpiece] 리뷰 – vol.5/no.3 [20030201] N*E*R*D [In Search Of…] 리뷰 – vol.4/no.9 [20020501] Res [How I Do] 리뷰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Cody Chesnutt 공식 사이트 http://www.codychesnutt.com Heliocentric의 Martin Luther 소개 페이지 http://www.heliocentricpr.com/martin.htm DCide 레이블의 Cherrywine 페이지 http://www.dcide.com/cwnews.html Stiffed의 공식 사이트 http://www.stiffedmusic.com/homepage.htm